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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을 흔들다. 시간의 미장센
“紙軸을 흔들다”
이 작품명은 지축역 주변의 철거지역에서 촬영을 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오래전 사진을 처음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모티브가 폐허다. 인간이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폐허는 나의 직관을 관통하여 이미지를 형성하는 地軸이 되어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멈추지 않는 지구의 역사처럼 알알이 기록되어 있다. 일산 신도시는 홍수가 나서 허허벌판에 나뒹굴어져 있는 소들의 주검위로 굉음을 일으키며 중장비들이 스물스물 거대한 시멘트의 회색지대를 만들어 놓을 때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영종(인천)신 공항은 서해의 낙도로 밑구멍이 빠진 버스가 하루에 두 어 번 섬 안의 오지를 흙먼지를 일으키며 설설 길 때부터 촬영을 시작하여 바다가 사정없이 메꿔지고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비까번쩍한 비행기가 지축을 흔들며 날아오르는 순간까지 낡아빠진 古書처럼 너덜너덜 필름 속에 박혀 있다. 분당 신도시, 파리 떼가 우글거리는 상계동 시금치 밭, 우리네 경제를 일으킨 도농의 의류산업단지의 화공약품에 찌든 공장지대. 지금의 구리시일대인 토평리, 붉고 차진 진흙이 선사시대부터 그릇과 벽돌을 만들게 했던 기와막과 벽돌공장이 즐비하던 경기도 전곡리.... 정말 숱한 대한민국의 근대 개발지가 모조리 나의 카메라에 기록되어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누드작품이란 괴상망측한 형태로 퍼포먼스 화하여 기록되어 다큐멘터리란 이름과는 배치되지만 그렇다고 누드 없이 촬영된 장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로 내 생애의 대부분이 이러한 폐허가 다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간의 미장센”
인간이 애지중지 사용하다 버려버린 숱한 허접한 것들이 지천에 늘려 있는 폐허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물상이 바로 시계다. 그리고 멈춰버린 그 시계는 이 폐허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오브제다. 당연히 나의 많은 작품엔 망가진 시간, 깨진 시간, 찢어진 시간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2015년 12월5일 지하철 3호선 지축역 일대의 철거된 방대한 폐허에서의 촬영은 시간의 퍼포먼스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구도에 시계와 버려진 틀(그것은 고정관념이다)을 배치하여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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