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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보, 2016년 병신년 겨울 파주 월롱천 판타지 연재1.
12월이 다가도록 텃밭에 야채들이 파릇파릇하게 돋아 오른다. 강원도와 무주 등 겨울의 대표적인 축제가 취소되고 겨울용품 회사들은 울음을 멈출 수가 없다. 때아니게 여름용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이 특수를 누린다. 이때를 놓칠세라 구라청에선 엘니뇨의 영향으로 올겨울엔 이렇다 할 추위는 없을 것이라고 예보하였다.
그날 이후 몇 십 년 만에 갑자기 동장군이 온 나라의 숨통을 옥죄었다.
2016년1월24일 아침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30도를 오르내리고 파주일대는 아마도 영하20도를 밑돌았다. 문자가 들어와 한파경보가 발령되어 촬영을 포기하겠다는 분들이 속출한다. 아내도 촬영계획을 취소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추위 때문에 촬영취소라니...평생 카메라를 들고 설쳤지만 추위 때문에 촬영을 포기한 적은 없다.
쬐끄만 로시난테는 깜깜한 꼭두새벽부터 비명을 지른다. “ㄲㄲ끽 덜덜덜” 밤새 강추위에 어딘가 얼어붙어 나는 소리인 것 같다.
파주 월롱역에 도달하니 아무도 없다,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 월롱호 주변으로 가니 새하얀 물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마침 호숫가까지 차량이 들어 갈수 있어 차안에 들락거리며 촬영을 해 낼 수가 있었다. 멀리 인천에서 김승수 작가와 광명 착한대장 정기태 작가가 이미 현장에서 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촬영 후 인근 낙하리에서 만난 김치찌개와 부대찌개는 천상의 맛이었다. 벽초부터 착한대장께서 쏘셨다. 감사드린다.
돌아오는 길, 임진강은 하얗게 얼어붙어 장관을 연출하였다. 하지만 도무지 촬영을 할 만한 장소를 찾을 수 없다. 북한과의 대치 중....
유빙을 만나볼까 하고 행주산성을 지나 방화대교 아래로 가니 한강은 삭풍에 물살이 사납다. 강은 얼지 않았고 강가에 머물던 물오리가 날개가 얼어붙어 날지 못한다. 어느 사진가가 녀석을 구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 결국 필자가 과감하게 얼음에서 떼어내니 녀석이 감사의 눈길을 보내고 이내 친구들이 있는 강 가운데로 힘차게 헤엄을 친다.
한파경보가 내렸던 병신년 겨울 어느 날의 촬영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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