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누드작가라고 호가 나있고 누드 작품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누드 작업을 하기 이전엔 포트레이트가 나의 주 테마였다. 한때는 포트레이트를 제법 잘 찍는다는 소문이 나기도 하였는데 지금 보면 뽕짝사진의 다름이 아니다.
필자가 포트레이트를 주로 할 때 웨딩 사진이 붐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인물 위주의 작품을 하니 찍히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자주 찾아오고 개중에는 멀리 지방에서부터 오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누드하고 부터는 딱 끊어졌지만) 증명사진을 부탁 하는 분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솔직히 증명사진만큼 부담되는 것이 없다. 당시엔 사진관에선 필름을 크게 찍어 돋보기로 확대하여 보면서 필름위에 연필로 가필을 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수정이라고 했는데 수정을 잘 하시는 분들은 그 기술만 가지고도 생계를 유지할 만큼 대 유행이었다.
그러나 나같이 작품을 주로 하고 특히 카메라다운 카메라를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이 싸구려 카메라만 쓰다 보니 수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수정이란 기술도 없었던 터였다.
인물사진을 잘 나오게 하려면 우선은 렌즈가 좋아야 된다. 초점거리가 80mm~150mm정도가 적당하다. 또 조명이 받쳐주어야 된다. 직사광선보다는 디퓨즈(확산)되어 부드럽게 반사되는 빛이 인물을 순하게 만들어 주게 된다. 따라서 렌즈와 조명이 안 갖추어져 있다면 아무리 용을 써 보아야 공염불이다. 따라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반드시 자신의 이름값에 먹칠을 하게 된다.
또 웨딩사진을 찍어 달라고 조르는 이들도 퍽 많았던 것 같고 그 작업을 하지 않고 가난해서 쩔쩔매는 것을 보고 벽창호라고 욕을 한 이들도 많았으리라. 당시엔 웨딩사진 안 찍으면 결혼이 안 되는 줄 아는지 사진 값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치루던 때였다. 어떤이 들은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면서 사진을 부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조리 거절 하였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금액으로 촬영을 하였다고 정말 그 만큼 만족시킬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는지는 장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사람의 얼굴은 아무리 잘 찍어도 절대로 잘 찍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르시즘을 가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나는 돈 주고는 찍어도 돈 받고는 안 찍어” 지금 보아도 명언이다.
그런데 친척이 문제다 직계는 저놈이 원래 저런 놈이야 하고 인식이 되어 있으니 괜찮은데 조금 먼 친척들은 안 찍어주면 난체 한다고 불만이고 찍어 주면 틀림없이 내 씹 주고 뺨 맞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번은 엿장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찍어 주마하고 수락을 하고 말았다. 앨범을 사다가 편집까지 해서 선물을 하였는데 받아보고 신랑신부의 입이 클린턴의 거시기 만큼 튀어 나온 것 같다. 무슨 결혼사진이 보잡듣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사진들을 공모전에 내어서 몇 달 후엔 입상 두어 개와 입선이 몇 점 만들어졌다. 도록이 나오고 상패가 나온 것을 다 보내 주었다. 지금은 그 앨범을 가보로 모시고 있다.
보편적으로 잘 찍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잘 찍는 사람이다. 예술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왜? 이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필자의 생각은 잘 찍으려고 노력하기보단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대로 하는 것이 작품이 아닌가? 해서 해 본 소리다.
사진은 말이다. 사진은 언어란 말이다. 고도로 함축된 메타포이다.
이 작품들은 위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그 웨딩 작품들은 아니다. 인천 대공원에서 오래전에 김학출님과 연출하여 촬영한 작품인데 필름이 오래되어 거칠기 짝이 없다.
잃어버린 회상
이 작품의 주인공은 상당한 미인이다. 그런데 그녀의 아름다움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어쩌자고 흑백 적외선 필름을 들이 대었는지 모르지만 필름부터 선택이 염병이었다. 후에 그 흑백 필름과 컬러 네거티브 필름으로 달을 촬영한 필름과 두 장을 겹쳐서 이 작품을 인화하여 완성하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화하여 금상 받은 것만도 두어 점 된다. 그녀는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 작품을 굉장히 좋아 한다. 원본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회귀 (回歸)
동아국제사진살롱전은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공모전이었다. 사진하는 사람이라면 다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모였다. 필자도 그 공모전에 도전을 하였는데 무려 13년동안이나 내리 떨어졌다. 분기가 탱천 하다못해 아예 좌절 할 때 쯤 되어서야 겨우 은상인가를 수상하게 된다. 지금 온라인으로 보면 별것도 아닌 작품이지만 일 포드 무광인화지를 사용하여 멋들어지게 인화 하면 정말 감동적이다. 보고 있으면 배고픔도 다 잊는다.
김가중 책 바로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