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보 이금희 개인전 ‘自然과 교감(交感)하는 풍경(風景)’ 가나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스페이스
일시: 2016.2.17~2.23
오프닝: 2016.2.18(수) 5시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가나인사아트센터 6층
自然과 교감(交感)하는 풍경(風景)
이 금희
태초부터 인간과 자연은 하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과 교감하는 순간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되고, 삶의 정신적 풍요를 얻게 된다. 나 역시도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해 나 자신의 벽을 헐어내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얻어내려 시도하고 있다.
사실성을 배제하고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조화로 또 다른 풍경을 형상화 하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한 끝없는 여정이다. 입체성 보다 평면성을 강조하고, 형상의 세밀성까지 단순화 시킨 것은 자연과 인간,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감을 쉽게 이끌어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은 벽을 헐어내는 작업을 통해 서로가(자연과 인간) 편안하게 접근하고, 그 안에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만의 상상력과 이야깃거리를 마음대로 펼치도록 새로운 경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오늘날 복잡 다양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풍광이 휴식의 공간이요, 여유로운 사색의 공간으로 쉽게 접근하는 계기가 되는 이미지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원근법, 색의 사실성, 사물의 실체성을 배제하고 원색으로 표했다.
실체성을 배제한 물상(物像)에서 회화적 의미를 도출
최상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이성은 감각적이기 때문에 비이성과 근접해 있다
朴明仁(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예술은 누구나 창의적인 작품을 표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미학에서는 존재나 의식의 본질, 진리, 자유, 타인과 세계와의 공존 등의 의미에 대해 통일성과 다양성이라는 끊임없는 상대성 논쟁 속에서도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자신의 개성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사고(思考)는 논리적이거나 객관성에 치우치지 않고 주관적인 자기주장을 앞세우며 각자의 개성으로 정착하고 있다.
특히 미술에 있어서의 자연주의나 사실주의의 고정관념은 대상을 표현할 때 사실성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자연주의적 사생(寫生)에 있어서도 사실적인 형상성보다는 화가의 의식이 즉, 화의(畵意)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금희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당위성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풍경화를 그리면서 원근감을 배제하여 입체성보다는 평면성을 강조하였고, 형상의 세밀성을 단순화했다. 또한 화려한 색면으로 공간구성을 하면서 마치 색면 콤퍼지션과 같이 하늘이나 바다색을 단색단면으로 대치시키고 있다. 이것은 자연주의적인 사생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방법이지만 현대풍경화론에서는 가능하다. 이를테면, 자연주의적 사생에서 강조하는 사실성을 배제하고 대상을 개념화하여 새로운 경향을 모색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성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불성실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칙적으로 자신과 조화를 이루게 되고 동시에 타인과 조화가 이루어지기를 암시하고 있다. 이것이 대중과 예술의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금희 작품을 대하면 무엇인가 접촉이 이루어진다는 느낌, 무엇인가 획득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끊임없는 메시지로 전달되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이것은 의미와 무의미의 차이이다. 메를로 퐁티(Merleau Ponty 1908∼1961, 프랑스 현상학자)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철학적 개념을 삶의 세계로 계승하면서 인간 정신의 신체성, 환경과의 상호작용, 인간의 이성이 비이성적인 성격을 통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기존의 타당적인 의미와 퐁티가 말하는 실체성 의미를 말하자면 전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화에 있어서 필히 원근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든지 구상회화에 있어서 사실성이 배제되면 안 된다든지 하는 당위성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는 결론이다.
이금희는 이러한 논리에 의해 자신의 컨셉을 단순화로 최종결정하고 원근법도, 색의 사실성도, 사물의 실체성도 모두 배제했다. 사실성 회화이면서 전체적으로는 추상성이 강한 회화로 안주하고 있다. 다만 자신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원색을 많이 사용한 것뿐이다. 첫 전람회를 열면서 이 같이 생각한 것은 고뇌의 흔적이다. 희대의 거장 세잔느도 정물 한 점을 그리면서 100번의 작업을 했다고 하고, 초상화를 그리면서 150번의 포즈를 요구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것만 보더라도 예술가의 고뇌가 얼마나 깊은가를 알 수 있다. 이금희의 단순화 작업은 마치 세잔느와 같은 고뇌의 산물이다. 세잔느는 마지막 생을 마감하면서 1906년, “나는 매우 심한 정신적 동요 상태, 거대한 혼돈에 빠져 있어서 한동안 내약(內弱)한 이성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제 화가로서의 첫 시험대에 오른 이금희의 변화를 추구하는 회화여정은 세잔느와 같은 깊은 고뇌가 닥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대한 화가가 되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예술은 과학을 앞서가는 문화적 시간이다. 예술작품에 있어서 의미(sens)는 감각적인 것이기 때문에 최상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이성은 비이성과 근접해 있다. 이러한 상대성 논리는 상상외의 결과는 낳는다. 뉴턴의 중력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무너졌듯이 회화에 있어서의 규범과 체계는 또 다른 이론에 의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회화의 흐름이다.
예를 들면, 규범이나 체계보다 방법을 고구(考究)하는 이금희는 인식방법에 따라 그리고 사유방법에 따라 표상이 형성된 것이다. 첫째로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취미론적인 특징이 있다. 둘째로 풍경은 이렇게 해야 한다. 또는 정물은 이렇게 해야 한다. 라는 규범적인 체계를 배제하고 자신의 인식사유에 의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색(景色)은 보편타당하지 않다. 길이 있으면 사람이 있거나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천공(天空)에는 구름이 있어야 한다. 산에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등등의 당연성은 현대회화에 있어서의 절대조건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와 같은 이금희의 회화적 사유는 독창성(Originality)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과학적 관찰의 실증적 현상이나 과거의 지식으로 현재를 해석하는 방법이 아니라 프론티어적인 변화된 인식 표출에 의해 활동을 전개하는 발동성(Activation)으로써 새로운 개성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구도·색상·질료를 구상하게 되었다. 따라서 천공의 평면화, 바다의 평면화, 산의 평면화를 시도했다. 또한 그림자를 제거하여 입체성보다는 색면 컴포지션에 근접한 단순성을 강조하였다. 다만 구상적인 풍경화를 의미하기 위해 모든 작품에 집들이 묘사되어 있다.
객관적인 풍경화에 있어서 대상을 현상적(現象的)으로 파악하여 사실 그대로 그리는 것은 이미 르네상스 초기부터 시작되었던 자연주의 화법이다. 이를 사생이라고 말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화의(畵意)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시각적 형상묘사보다는 화가가 대상을 이상화(理想化)하여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묘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이 강하다. 결론적으로 현대회화는 sketching from nature 보다는 drawing from life 경향이 짙다. 이는 현대풍경화론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고전적인 경향은 자연을 그대로 묘사하는 사생을 말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산이나 바다만이 아니라 자동차가 다니는 거리도, 공장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형상도, 공사장의 기계가 움직이는 형상과 같은 인간의 생활주변의 모든 대상을 풍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적 경향으로 볼 때 이금희의 작품은 다분히 이상화된 현대성 회화로 간주할 수 있다.
이미 미술대전에서 특선한 《축복의 잔치, 100호》는 천지창조에 의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상을 추상으로 표현했고, 《우리 동네, 100호》는 연희동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팽창하는 아파트로 인해 사라져 가는 아기자기한 주택들을 보면서 시대상황을 묘사했다. 이러한 추상성 작품에서 이미 프론티어적인 경향이 개념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전람회 작품들과 같은 새로운 경향의 가능성이 발현(發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첫 전람회가 새로운 경향만큼 새로운 인식이 대중 앞에 확산되어 좋은 결실을 맺기 바라는 마음에서 찬(撰)을 남긴다.
은보 이금희
전북 남원 출생
청계 양태석 사사
現 한국미술협회 회원
현대여성미술협회 회원
한국신맥회 이사
은보갤러리 대표
Email eunbogallery@naver.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eunbo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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