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있는 갤러리 '공간 루'에서 11월 18일부터 12월 1일까지 '기류체험 그리고 나무가 있는 풍경'전이 기획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가 장일암과 미술가 오지용의 특별한 사진과 회화의 만남 전이다.
지난 19일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사진가 장일암을 만났다. 전직 공학도이며 또한 항공비행사이기도 한 그는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이다.
그가 이번 전시한 '기류체험'은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 한 것이란다. 그는 음악, 문학 그리고 시간, 냄새 등 손에 잡을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의 소재들을 시각적 표현으로 평면화시켰다.
"기류체험이란 공기의 흐름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동적으로 흐르는 에너지의 전부를 말합니다. 그 에너지는 음악, 문학, 과학 등에서 시간의 흐름, 리듬과 멜로디, 스토리 등의 개념 등의 경험의 집합체이지요. 거기에는 공기 중의 향기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작업은 보이지 않는 추상화된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작업입니다."
그가 이번 전시회에서 표현한 것은 크게 음악에서의 리듬, 항공학에서의 비행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다. 제목에서 말하듯 '기류체험' 에너지의 흐름에 대한 표현들이다.
첫 번째 그는 음악에서 리듬을 사진화 하는 작업을 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음표들이 수없이 움직인다. 사진마다 흐름이 있고 그것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것은 음악이며 음악 안에서 흐르는 리듬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촬영했습니다. 저의 움직임은 음악의 리듬을 생각하며 움직었지요. 그 리듬감에 따라 카메라도 함께 움직이며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의 대부분은 흐름이 주제이다. 기류 체험이다. 그의 사진은 그 뿌리를 미술 쪽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진에서 보기 힘든 반복적인 리듬을 그의 사진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그러하고, 몬드리안이나 테오 반 되스버그의 반복적 구성화된 작품 속에서 그의 작품과 동질성을 찾을 수 있겠다. 고흐의 작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면 공기의 흐름이 붓터치로 표현되어 있다.
화가 최화삼씨는 고흐의 작 '별이 빛나는 밤에'를 설명하면서 시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추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감각의 세계는 음악적 세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음악의 요소들 중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리듬이라 했는데 사진가 장일암은 미술 쪽에서 표현했던 음악의 리듬을 스스로 체득한 모양이다. 그래서 음악적 요소인 리듬을 사진의 세계로 채보해 왔다.
두 번째 그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에서 영상이미지를 구현했다고 한다.
"저에게 정신적 지주는 생텍쥐페리입니다. 그의 대표작 '야간비행'의 주인공 파비엥을 생각하며 그의 신념과 책임감을 느끼며 작업했습니다."
사진가 장일암이 생텍쥐페리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미 그도 그와 같이 비행사로서 항해를 해 보았고 하늘을 날면서 생텍쥐페리의 감정을 그는 동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생텍쥐페리를 정신적지주로 삼은 사실을 넘어서 그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은 사진가 장일암의 실현성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면이다. 한 가지 이야기속에서 새로운 창작의 미를 찾아내는 그의 의식을 높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그의 시간의 여행 표현에서는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배경으로 삼았다. 그는 빛의 속도로 달리면 사물은 휘어진다는 이론을 그는 적용시키고자 했단다.
"시간여행은 빛의 속도로 날아갈 때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속도의 시간여행은 사물을 보이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변형시켜 버립니다. 저는 그런 이론적 배경으로 시간의 변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흐르면서도 변형되지만 그 안에 선명한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시간적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한 공학도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작품 속에 그대로 몰입시켜 놓았다. 이렇게 과학과 문학과 음악을 사진으로 승화시켜 작품화한 사람이 과연 누가 있던가?
그의 작품에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봐야할 부분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작품마다 일부분을 네거티브로 반전시켜 표현한 표현 방식이다. 사진가 장일암은 현대사진가이다. 그는 인문학적 시각에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추상을 형상으로 끌어내는 작업이다. 잠재되어 있는 이데아의 세계 속에서 영감(inspiration)을 얻어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을 작품 속에 넣었다.
"이데아의 세계와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의 세계는 같다고 봅니다. 이데아의 세계는 현실로 나타나기 이전의 세계이기에 그 잠재되어 있는 세계를 끌어내는 것이 바로 제 작업의 요지이지요. 그 과정의 일부를 사진에서 네거티브로 표현한 겁니다."
즉, 작품에서 잠재되어 있는 비형상화의 세계를 형상화의 세계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그만의 철학적 표현으로 작품마다 네거티브한 공간을 만들어 넣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시도는 저만의 은유적인 제 표현법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는 그들이 표현하는 작품에 그들만이 표현하고 있는 특색이 있다. 사진가 장일암은 이번 작품에서 추상적인 세계를 현실화 작업을 꾀하는데 있어 그 표현의 중간매체로 이와같이 반전의 표현으로 철학적 밑받침을 튼튼하게 준비한 모양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조인숙 관장은 "사진과 미술은 태생적으로 볼 때, 사진은 미술에 종속적인 부속물로 태어났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사진은 미술과 또 다른 예술 분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경쟁적 관계, 평등적 관계로 발전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둘 사이의 이질적 관계 속에서 서로 합일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고 서로 교류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표현해보자 마련한 전시"란다.
그녀는 지난 달 6년간 나무만을 촬영해온 이기완 젊은 작가를 발굴해 낸 저력을 이어 이제 사진과 미술의 접목시켜 놓는 기획을 내놓았다. 그녀의 시도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사진속에서의 회화적인 생각의 표현과 실제적 미술과의 만남 등을 합체시켜 놓았고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장일암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한 글에서 말한다. "회화와 사진은 각 분야가 갖고 있는 중요한 표현법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분야가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해 내는 작가의 내재된 '사고의 세계'를 표현해 내고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는 사실 사진과 미술이라는 두 분야의 개별적 만남이 아니라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사고인 추상, 유추, 은유가 함께하는 공통분모를 보여주는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작업 이후의 새로운 작업 계획은 소재로 '휘어진 빛'이란 제목으로 소품 시리즈를 시작하고 있단다. 특별한 설명은 없지만 이번 소재도 쉬운 주제는 아닌 것 같다. 그는 사진을 촬영하면서 그가 갖고 있는 모든 지식을 활용하는 작가이다. 그가 소재로 잡는 것은 세상의 모든 인문학적 발상속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가 추구하는 사진이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그가 잡아내는 소재를 통한 의미는 아주 쉽고 더 큰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그의 새 작품에 대한 기다림은 지금보다 더 큰 기대감으로 설레며 기다려진다.
그는 현재 월간 아름다운 사람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서울, 안양, 통영에서 사진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곧 한 군데에 더 강좌 개설을 할 예정이란다.
장일암 (JANG IL AM)[사진가]
호주 KvB Institute (Raffles) 사진학과 졸업
[생각하는 사진]강사, 칼럼니스트
월간 아름다운 사람 [사진이 하는 말] 연재
전 국민일보 객원기자
호주대륙 비행 체험기 월간항공에 연재(1994)
*개인전
기류체험(2010)
In His grace (2009)
요선암 (2004)
Beyond 700nm (1990)
*단체전
한국기독사진가협회 회원전외 다수)
번역서 [랭포드의 사진강의] 출간 (2009, 북스힐)
오지용(OH JI YONG) [화가]
*퍼포먼스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
최근 전시
이중섭 미술관 드로잉 전(2010)
뽀앙전 (제주 하얏트) 외 다수(20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