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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문화
이희춘 작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참 불쌍하다. 자고나면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몇 십 년 묵은 아름드리 가로수가 도로확장으로 뭉텅 잘려나가고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국수 시수 구수 동수하면서 뿌리 채 바뀌어 심어진다. 굉음과 거대한 시멘트 더미에 밀려 우리네 가슴속에 신앙처럼 배어 있던 나무들이 사라지고 이름도 생소한 외국 수종들이 그 자리를 대신 한다.
얼마 전엔 사진작가들의 사랑둥이 미인송이 흔적도 없이 잘려나갔다는 한국사진방송 최창윤 기자님 뉴스를 보고 가슴이 내려앉기도 했다.
나무들뿐만 아니라 거리의 보도 불럭이나 시설물도 자고 나면 바뀌어 있다. 도깨비보다도 더 재주가 비상하다. 광화문이 시민의 주머니를 축내 본래의 자리로 옮겨졌다. 박정희가 쓴 현판을 떼어내는 것을 시민들이 반대하니 한 짓거리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중앙청이 철거 되었다. 의미좋고 보기좋고 열심히 일한 증거가 역사에 남아 좋다.
그런데 반만년의 유구한 문화민족이니 뭐니 떠들고 자랑하고 있는데, 그 증거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글 간판 떼어내고 컴퓨터로 숙종인가 글씨를 흉내 내었다고 그것이 오리지널리티인가? 중앙청 없어졌다고 우리가 일제의 지배를 받았던 것이 지배를 했다고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처녀막을 재생했다고 처녀는 아니지 않는가?
파리는 로마의 카이사르가 조성한 도시이다. 우리나라에 카이사르가 와서 도시를 세웠다면 수도는커녕 지방의 소도시로도 남겨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사그리 부수고 새로 엉성하게 지을 것이 분명하다. 가히 도깨비 문화이다. 파리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관광지가 된 것은 왜일까? 그네들의 정신 속엔 옛것에 대한 애정과 문화에 대한 남다른 식견이 내재되어 있다.
브렛송은 프랑스의 국보같이 존중 받는 사진가이다. 그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니 세계적인 작가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가 벌어 드리는 외화는 상상을 불허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백남준을 우리나라 미술가라고 박박 우기지만 외국에선 코웃음 친다. 우리나라 사람들 우기는데 뭐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사실 백남준 아트의 본류는 독일이다. 그나마 백남준을 아끼고 존중하겠다니 다행이다. 그가 워낙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있으니 쥐뿔도 이해도 못하면서(나 역시) 걍 하이 히틀러다.
이제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문화에 대한 식견 좀 바꾸어야 된다. 쟁이들 좀 존중 해 주라. 존중하는데 돈 드는것 아니고 마음만 좀 바꾸면 되는 것이다. 왜냐면 그래야 우리나라도 먹고 살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가장 손쉬운 외화벌이가 관광산업이고 문화 트랜드이다. 지나라에서 소중한 작가가 외국에서 인정을 받는 법이다. 지나라에서 좆으로 아는데 어느 나라에서 알아 주겠는가? 예술가는 쬐께 이름 좀 쳐발라 놓으면 돈 덩어리다. 미장센 포토의 창시자로 메이킹 포토 작가 베르나르 포콩은 우리나라에 와서 수십억 챙겨 갔다.
사실 그가 미장센 포토의 창시자라고 하는데 그가 그 짓을 하기 훨씬 전에 이미 나에겐 그보다 확실한 작품들이 부지기수로 제작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세계적인 작가에 창시자가 되어 있고 난 한국의 대표적인 이단아로 낙인이 찍혀 아직도 허부적거리고 있다. 그 이유는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문화적 인식 차이 때문이다.
요즈음 정부에서 문화 컨텐츠의 수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젊은 작가들을 키워 잡아먹으려고 인큐베이팅 시스템(젊은 작가 발굴지원)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찾아가는 미술관/박물관이라며 자동차에 미술품을 싣고 다니며 보여 주기도 한다. 관객도 없고 유물도 없는 박물관/미술관이 지방마다 수백억씩 받아먹고 텅 빈 채 주접떨고 서 있다. 상암동 디엠시라는 동네에 가면 공사장 담벼락을 다 돈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 공사 끝나면 철거 될 것들이고 사람도 다니지 않는 유령 같은 곳에 고가의 예술품들이 저희들끼리 동화 속에 나오는 도깨비들 같이 놀고 자빠졌다. 요즈음 젊은 작가들은 돈 벌면서 공부를 하니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이 미술품과 유물들로 힘도 안들이고 큰소리 빵빵쳐가며 천문학적 외화를 벌어들이니 우리정부에선 애도 타고 똥줄이 타서 젊은 미술인들을 불러다 돈으로 옷을 해 입히고 있다. 그래봐야 소용없는 짓이라고 본다.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기 전에 아무리 쳐 발라 봐야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곰삭은 우리네 고유의 정서들을 마구 짓밟아 갈아치우는 도깨비문화가 불식되지 않는 한, 그리고 진심으로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마음으로 느끼는 국민성이 조성되기 전엔 문화 컨텐츠로 외화를 긁어 오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인들이여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 문화야 말로 미다스의 손이니까.
15억이라고 일하는 아저씨가 말해 주었다.
상암동 디엠시 마을에서
고가의 예술품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거리는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이 거리에 인파가 넘칠때면
이 거리를 뒤덮고 있는 예술품들은 쓰레기가 되어 폐기처분 비용만도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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