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집단 루LUZ 특별기획 ‘열흘 붉은 꽃이 없다 Every flood has its ebb ’ 태 갤러리
전시기간: 2016년 9월26일~ 10월25일
장소: 태 갤러리
주최: 사진집단 루LUZ
후원: 현대사진포럼, 태갤러리, The 35 mm
전시기획사진: 정성태
전시평론: 김영태(사진문화비평)
전시진행: 조정숙 작가
전시작가: 류태열, 박종하, 장인환, 조정숙
아트마켓: 류태열, 박종하, 장인환, 조정숙, 정성태
부대행사
아트스트 토크, 카다록 프레젠테이션
폴라로이드 촬영이벤트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적인 표상
글: 김영태 / 사진문화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사진은 일반적으로 외관이 사실적이고 지시적인 매체다. 그래서 오랫동안 특정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전달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매체로 인식되었다. 또한 사진을 현실의 인덱스index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사진가의 표현전략 혹은 콘셉트concept에 따라서는 다의多義적이며 관념적인 의미를 표상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사진이나 다큐멘터리사진은 직접적인 수사법을 선택하기보다는 주관적이며 은유적인 담론을 생산한다. 또한 알레고리적인 의미선상에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이미지로서 존재하며 작동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번에 사진집단 ‘루LUZ’가 기획한 ‘열흘 붉은 꽃이 없다.’展도 이처럼 알레고리적인 내러티브narrative를 표현하는 전시다.
꽃은 일반적으로 성적인 아이덴티티identity나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때 자주 선택하는 표현대상이다. 하지만 이번에 ‘열흘 붉은 꽃이 없다.’展에 참여하는 작가 중 박종하, 장인환, 조정숙 등은 이와는 다른 의미, 즉 죽음을 암시하는 결과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꽃이나 넝쿨식물을 소재로 선택했다. 또 류태열은 표현대상은 다르지만 기호의 영역을 벗어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절 풍경을 재구성해서 다른 작가들과 비슷한 맥락의 서사구조를 드러내는 결과물을 생산했다.
이처럼 참여 작가의 미적인 주관과 세계관에 따라서 소재, 결과물의 외관, 표현방식 등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인 주제어는 ‘죽음’이다. 꽃을 비롯한 모든 식물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한다. 또 절은 일반적으로 영적인 공간으로 알려져 있고 죽음과 다양한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 의미선상에서 존재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선택한 표현대상은 우리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은유적인 표현의 매개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도 각자의 개성적인 표현방식으로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적인 이미지를 생산했다.
그 결과 이 전시를 보는 이들은 각자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대일 대응관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다의적인 소통의 장場이 될 것이다.
류태열은 우리가 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것 같은 영적인 혹은 종교적인 기氣가 느껴지는 공간인 ‘사찰寺刹’의 어느 순간을 포착했다.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무엇인지 뚜렷하게 느낄 수 없는 에너지energy가 흐르는 것 같은 결과물이다. 결과물의 외피外皮와 내피內皮에서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기운氣運이 느껴진다. 또한 사진마다 우리의 육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영靈이 스며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지만 습관적으로 외면하며 살고 있는 그 무엇에 대한 알레고리allegory다.
박종하는 꽃을 표현대상으로 선택하여 혼합매체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물을 생산했다.
디지털프로그램을 표현수단으로 선택하였는데 감각적이고 강렬한 컬러를 드러내는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다양한꽃을 통하여 상처와 그로인한 아픔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표현했는데 굴곡져 있는 우리의 삶을 비유하는 것 같다. 보는 이의 상상력을 확장시켜주는 문학적인 내러티브가 내재되어 있는 최종생산물이다. 또한 이미지 스스로가 역동적으로 작동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장인환은 담쟁이 넝쿨을 조형적으로 재현했다. 넝쿨과 담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지고 상호의미작용 하여 정서적인 결과물을 성취했다. 작가가 주목한 넝쿨은 연약해보이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대상을 자신의 미적인 조형감각을 기반으로 재구성했는데, 결과물이 생명이나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확대재생산한다. 작품의 표면은 정서적으로 다가오지만 보는 이의 감성만 자극하지 않고 삶 혹은 죽음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환기시킨다.
조정숙은 낙화落花를 어두운 톤으로 재구성했다. 밝음과 어두움이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보는 이의 시각을 자극하는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작가가 카메라 앵글에 담은 식물은 외형적으로는 나약하게 보이는데 어두운 톤으로 인하여 그러한 느낌이 좀 더 부각되었다. 강한 생명력보다는 연약함이, 삶보다는 죽음이 연상되는 알레고리적인 이미지다. 또한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함축적인 조형언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사진의 외관은 회회와 유사하지만 예술로서의 사진은 소설보다는 함축적인 시와 유사한 수사법을 샤용 할 때가 많다. 작가의 작업도 이와 같은 미학적인 맥락에서 존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