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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는 다른 공연, ‘아방가르드 신파극’
우리는 8월 한 달 동안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기거했다. 연습실 풍경에서도 언뜻 보이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페트병과 누런 박스, 비닐 등으로 투박하게 만들어졌다. 잘 만들어진 형상보다 특징을 살린 모양새가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어설프게 느껴지는 존재들이 음악과 함께 흐를 때, 예상하지 못한 순간 느껴지는 이 초라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신파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실상 그 존재 자체는 낯선 대상이다. 일본에서 나온 신파라는 말은 당시 정치운동에 투신한 청년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든 새로운 연극을 지칭한다. 즉, 구파에 해당하는 양식화된 가부키에 대항하여 출발한 새로운 연극의 흐름이었다. 구파, 즉 가부키는 철저하게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르였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이 좋아한다 싶으면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흡수해버렸는데, 근본도 없고 체계도 없이 마구잡이 잡탕으로 흡수해버려 ‘거룩할 정도로 비천한 작업’이 가부키였다. 연출은 당시에는 새로운 양식으로 떠올랐던 신파가 왜 오늘날, 특히 한국에서는 반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대상으로 전락했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여 신파극의 역사를 파헤쳤다.
<아방가르드 신파극>에는 본래의 가부키, 인형 조루리, 가면극, 무용극, 무성영화,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과 시대적 산물들이 뒤섞여있다. 특히,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중 하나인 1914년에 나온 영화 <폴린의 위기>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고, 신파극에 대한 역사적 시간이 역순으로 배치되어 흐른다.
언어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흥미로운데, 배우를 통해 스토리를 일반적인 경향을 벗어나 무용수의 몸짓의 언어, 스크린에 비춰지는 자막, 무선송수신기를 통해 흐르는 말 등 일정한 형태에 갇히지 않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특유의 자유분방한 태도가 여지없이 흐른다.
특히, 지금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무대 세트를 볼 수 있다. 거대한 수레인 후류모노의 형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무대 위에 불러들였다. 그뿐인가. 어느 곳에서는 마구잡이로 널브러진 채 굴러다녔고, 어느 곳에서는 차곡차곡 쌓아져 있던 페트병들과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붕대 인형은 무대 위에서 엄청난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라는 팀명에 대해 설명해야 할 듯하다. ‘다페르튜토 Dappertutto’라는 단어는 본래 러시아 연출가 메이어홀드가 공식적인 왕실 공연이 아닌 실험적인 극에서 사용했던 예명(다페르튜토 박사)에서 따온 말로, 그 자체는 '도처에, 어디로나 흐르는'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어이다.
이 범상치 않은 이름에서 이들의 작품이 난해하고 애매모호한 실험을 추구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분방하고, 언제든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고, 누가 봐도 즐거운 공연을 선보인다. 그들의 작업방향*에 관객이라는 단어가 6번이나 언급될 만큼, 그들은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공연을 만들어왔다. 이번 작품 역시 관객들이 관망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기 보다는 부지런히 극을 따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이 연극이 더 즐겁다.
그들의 연기와 공연이 낯설고 거친 생경함을 감출 수 없다고 할지라도, 연극의 경직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없다. 어떠한 상황을 섣불리 한 줄의 텍스트로 전달하기 어려운 것처럼,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연극을 단 한 문장으로 정의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면에서 기성 연극의 틀을 맹랑하고 발랄하게 무시하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접근 방식으로 즐거운 도발을 감행한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작업방향
- 스스로에 가장 적합한 연기법을 가진 배우들이 따로따로 공존
- 관객의 행동들이 계획된 무대보다 더 연극적일 수 있도록
- 관객의 앉는 방법에 대한 연구
- 주연 관객과 조연 관객 그리고 구경하는 관객
- 관객의 즐거움을 새로이 발명하는 즐거움
- 한없이 작은 포켓 연극이 되어 동네 행사에 섞일 수 있는 경지
- ‘저마다의 관객’을 연출하기 위한 무대가 될 때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