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른 봄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 넷은 녹차로 널리 알려진 寶城, 竹泉의 옛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일행은 다음 날 아침 가까운 야산으로 올라갔다. 이곳저곳에는 報春花(春蘭)들이 활짝 피어 봄을 알리고 있었고 낯선 불청객을 반갑게 맞는다.
매봉산 정상
그때 일행 중 한 사람이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곳에는 목이 올무에 걸려 있는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00씨가 등산용 지팡이를 너구리의 목에 걸쳐 발로 누르고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어 올무를 풀어줄 수 있었다.
저 눈빛을 외면할 사람은 없을 것.
올무로부터 벗어나려는 새끼 너구리의 몸부림은 밤새도록 이루어지고 있었음은 땅과 나무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 알 수 있었다. 능선을 넘기 전 뒤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 쏜 살같이 숲 속으로 달아난 그 새끼 너구리의 눈빛에는 고맙다는 마지막 인사가 아니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새끼 너구리의 뒷모습 촬영에 실패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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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표지목 윗 부분의 <사>는 일림사, 밑의 훼손된 글씨는 <봉서동>
이맘때면 목에 상처를 입었던 그 너구리가 궁금해지는데,
상처 입은 너구리의 치유에 관하여 인천 송도종합동물병원장(수의사 최동진)은 "야생동물 상처의 자연치유는 가을이나 겨울 보다 봄이 더 빠릅니다" 새끼 너구리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묻자 "가축보다는 야생동물이므로 상처가 깊지 않았다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더 높지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매봉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보성만, 바다 건너 고흥반도가 아스라히 눈에 들어 온다
참고 : 매봉산(해발 600m)은 응봉산(鷹峰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매가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 같다고 하여 부른 이름이다. 바위가 많고 험악하여 옛날에는 범이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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