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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奉仕)사절
정릉 산동네 산지도 어언 50년,
집집마다 이마에 수건을 동이고 때에 쩔은 시커먼 이불을 뒤집어 쓴 환자들이 누워 있었고,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는 부랑자들이 헤매고 있는 골목으로 냄비 나부랑이들이 날아다니고 여인네의 비명소리가 낭자하곤 했습니다. 술 취한 남정네가 아낙을 두들겨 패는 소리였지요. 때로는 맨발로 도망쳐 나온 여인네의 머리꺼뎅이를 질질 끌고 고샅고샅을 헤매는 우악스러운 남정네를 무서워서 말리지 못 한 적도 많았습니다. 거의 나체가 되어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 다니는 여인네가 너무 불쌍했지만 사흘거리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곤 했으니 그런 일상에 면역이 된 탓도 있을 터였지요.
오래된 탓에 더욱 낡고 험해진 그 달동네에 언제부터인가 혈색이 왕성하고 피부가 뽀샤시한 젊은이들이 몰려와 연탄장을 나르며 하얀 입김을 뿜어대었습니다. 연탄봉사는 엄동설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산타 같은 존재였다고 자부하면서요.
그런데 이따위 봉사는 그만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봉사정신이 진심이냐고 묻고 싶기 때문입니다.
연탄 한 장에 500원 정도. 50장 해봐야 겨우 2만5천원, 100장이래야 5만원입니다.
그런데 그 연탄 값이 비해서 그 봉사활동에 드는 돈은 얼마일까요?
우선 그들이 일제히 맞춰 입고 오는 고급 파커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기만원에서 기십만원 할 것입니다. 언젠가 그들이 버리고 간 그 파커를 주워다 일할 때 입곤 하는데 올해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못 입었습니다. 방한이 너무 잘돼 올해같이 따뜻한 겨울엔 더워서 입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급 원단에 오리털이 듬뿍 든 그 고급 파커의 모자엔 불쌍하고 아름다운 동물들의 털 모피가 하늘거리는 아주 명품입니다. 그런데 그런 옷을 일제히 입히고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연탄 검댕이 범벅이 되어 그 옷은 일회용이 되고 맙니다. 이들이 철수하고 나면 전봇대 밑과 후미진 담벼락 사이에서 그들이 버리고 간 그 고급 파커들을 얼마든지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고급 점퍼 외에도 그들이 착용한 팔토시와 장갑만 하더라도 연탄 값에 비해선 엄청 고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2장~4장을 질 수 있는 앙증맞은 지게들의 제작비는 또 얼마나 들었을까요? 그리고 이 곳에 그들이 모이기 위해 타고 온 차량이나 교통비는?
봉사용 연탄은 배달할 집 가까이 부리는 것이 아니고 마을 근처 공터에 연탄을 저장하여 두고 집집마다 배달하기에 배달거리가 수백m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봉사자들이 등에 지거나 달랑 한 장씩 안고 가다보면 연탄이 깨져 그것들을 곳곳에 버려 거리가 시커멓게 더러워져 있기도 하고 깨져서 버려진 연탄도 큰 낭비입니다. 물론 연탄장수들은 이런 비효율적인 짓은 절대로 하지 않지요. 게다가 봉사용 연탄은 국산인지 열량이 떨어져 한밤중에 자다가도 수시로 일어나 자주 갈아 넣어야 될 정도로 부실하기 일쑤입니다.(국내산 연탄은 중국산등 외제 연탄에 비해 열량이 30%정도밖에 안됩니다.)
오늘도 고요한 새벽,
함성에 놀라 새벽잠을 깨우니 연탄 봉사자들이 일제히 단체복을 맞춰 입고 도열하여 기합을 지르며 기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물론 최고급 방송용 비디오카메라와 작품용 최고급 카메라 대여섯대가 갖은 각도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었고요.
봉사? 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되는 걸까요? 차라리 현금으로 주든가 다른 복지정책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젠가는 정릉천에 수많은 사람들이 통일된 색깔의 장화를 일제히 맞춰 신고 마녀들이나 타고 다닐 고급 빗자루와 갈퀴 등을 걸머메고 개천을 씻어 내렸습니다. 겨울이면 개천바닥에 갈색 물때가 끼기 마련인데 이 물때를 깨끗이 쓸어내고 굵은 돌들과 자갈들을 개천 밖으로 걷어내니 물이 잘 흐르고 물빛이 맑고 투명해 졌지요. 보기엔 정말 좋았습니다. 고운 모래 위를 자르르 흐르는 맑은 물,
이 봉사단체의 기자가 필자에게 “이 동네 사시는 분으로 우리 단체의 봉사활동을 지켜본데 대한 소감한마디” 벌컥증이 있는 필자는 역시 벌컥
“첫째 이 짓거리는 이동네 사람들을 능멸하는 처사요, 동네사람들도 이 개천을 사랑하고 아끼고 관리하거든요. 먼데서 와서 굳이 이따위 짓을 안 해도 될 것 같고, 둘째 자연은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어 이렇게 빗자루로 쓸고 갈퀴로 긁어내기를 원하지 않을 거요. 여기 물고기 알들과 올챙이들은 다 어디로 가란 말이요.”
사실 개천을 인위적으로 정비하면 유속이 빨라져 수생이 망가지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단체들은 전시적인 봉사활동의 선전을 위하여 그러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제라도 이런 생색내기 봉사활동들을 그만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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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주민들에게...
그 까짓 얄량한 연탄 몇 장 거부하기 바라오, 그들은 진심이 아니오. 자신들이 그렇게 지랄했음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지 정말 이웃을 사랑한 것이 절대로 아니지요.
특히 당신네들이 대를 물려 산동네를 벗어나지 못한 원인이 바로 그자들 때문이요.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서 연탄 안 땠을 수 있는 능력이 정직과 순수함으로 가능하다고 보시오?
정상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고급 파커를 사 입고 고급 자동차를 굴릴 수 있단 말이요? 정경유착이 아니고 어떻게 재벌이 탄생할 수 있으며 공직자들이 뒤를 안 봐주면 작은 구멍가게 하난들 유지가 가능하리라 보시요?
하다못해 노점상마저도 중국산을 국산이라고 속이고, 죽을병에 걸려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여 토끼 똥을 불로장생약으로 속이고, 양식산을 자연산이라고 속이고, 가짜휘발유에 그것도 모자라 함량을 교묘히 조작하고, 하다못해 귤 한 박스도 함량을 속여 파는 것이 우리네의 먹고사는 원리요,
당신네가 그 산동네 벗어나려면 위에 열거한 외에도 무수히 많으니 그중 한 가지라도 남을 엿 먹이고 자신의 배를 채우는 기술을 익히시오, 악랄하게 말이요, 뻔뻔하게 자신의 양심을 무참히 속이고 말이요, 정직이니 순수니 그딴것은 오로지 기만일 뿐이요, 한마디로 고지식이란 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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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만 하더라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사진전 한번 거하게 해보라고 해서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에서 대한민국, 이 위대한 민족의 문화창달을 진심으로 위해서 ‘대한민국국회사진대전’을 거하게 해보려고 몇 달간을 죽을 둥 살 둥 진행했는데 결과는 감방 안간 것이 정말 다행이었소,
아직도 내 마음속엔 우리 민초들이 국회의장을 못 믿고 국회의 내로라하는 높은 사람의 말씀을 못 믿으면 누굴 믿고 살라는 것이냐 하는 믿음이 존재합니다만, 그러나 다른 이들과 말해보면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냐? 바보의 이웃사촌쯤 되는 놈이군....” 라고 어리석고 한심한 인간으로 보고 있소.
이게 대한민국의 진정한 초상입니다.
이것이 폭발한 것이 오늘날 광화문의 촛불시위입니다.
정치인님들 제발 “국민이 원해서” 란 말 좀 빼 주세요,
내가 언제 그것을 원했습니까?
정릉 산동네 연탄 나르기 봉사현장에서....
한국사진방송 김가중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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