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몰아치는 북풍한설에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듯 하더니 .....
서슬퍼런 동장군을 아가씨의 손길같은 부드러운 남풍이 솔솔 불어 다독인다. 거리엔 아이어른할것 없이 몰려나와 왁자한 활기가 넘치고 인부들은 겨우내 찌든때를 벗기는 분주한 모습들이 부쩍 눈에 띈다.
창경궁 길 수백년 묵은 가로수들의 가지를 쳐내는 인부들을 바라보며 자루긴 바리깡에 쥐어뜯겨 눈물을 찔끔거리며 도망치든 어릴때 생각이 문득 스친다. 고대 새싹이 오를 가로수의 가지들이 뭉텅 뭉텅 잘려 나가는것을 보며 곰방대처럼 긴 자루를 불에 지져 얼룩얼룩 하게 무늬를 넣은 녹슨 바리깡의 그것이 생각난것을 요즘이야 알리 있으랴?
창경궁 담벼락을 스쳐 인사동으로 접어드니 거리엔 잡동사니들 보다 사람의 수효가 더 많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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