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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등록날짜 [ 2011년03월14일 10시48분 ]
 새달력을 건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장의 달력이 뜯겨지고 석장째이다. 
신년 계획들은 이상과 현실 속에서 상당부분 수정되는 아쉬움을 느낀다.

 몇년전 큰 맘먹고 지리산 새해 일출을 사진에 담아보려고 야간산행을 감행했던
적이 있었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아야 손가락에 꼽힐거라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러시아워때의
지하철이 연상되듯 발디딜틈 없이 천왕봉 정상에 우뚝선 사람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참 멋진삶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어둠과 세찬 바람속에서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녹이며, 붉고 아름다운 해가 곱게
떠오르기를 바라는 희망에찬 기다림들을 보면서 가슴벅찬 감동을 느꼈었다.
그 기억이 지금도 남아 해마다 겨울이 되면 뜨거운 태양을 보며 힘차게 외처대던 그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듯 하다.

 "그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어둡고 바람세찬 이곳까지 오게 했는가?"
그자리엔....
미래를 바라보는 뜨거운 갈망과 숨결들 속에 홀로 우뚝선 기다림의 욕망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무리들 속에서 순간에 사라지는 시간을 상대해야하는 미숙하기만 한 나의 사진실력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었음을 다시한번 느꼈다.

 사진은 1/125초란 그것도 가장 극적인 장면과 작품성이 결합된 세상의 형상들을 필름위에
오르내리게 까지는 오랜 기다림과 인내의 산물로 탄생된다.
사진은 상상만으로는 할수없다. 현실속에서 심미적 가치를 지닌 대상을 찾아 생명을 부여하는
"발굴의 예술"이자 뛴거리만큼 만족할수 있는 "발로뛰는 예술" 이라 할수있다.
이런 특성상 최적의 순간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얻기위해서 표현을 극대화 할수있는 수많은
기다림을 필요로 하며 노력과 인내가 수반된다.

 사람이 없는 미답지를 개척 한다는 기분으로 천왕봉에서 중봉으로 향했다
먼저 불규칙적인듯 하면서도 제법 질서정연하게 패턴을 갖춘 눈쌓인 나무들이 시선을 끌었다.
귀가 떨어질것같고 콧물이 고드름으로 변하며 손도 얼어서 매거진도 교환할수 없지많 한장의
사진을 얻기 위한 열정에 마음만은 뜨거웠다.
사진은 촬영뿐만 아니라 전과정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촬영된 필름을 현상소에서 찾을때까지의 기다림은 약간의 긴장을 줘서좋고 현상된 필름을
라이트박스위에 펼쳐보는 순간은 대입발표의 기다림에 비교되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마음에 들게 나오는 날은 발걸음도 가볍지만, 기계의 오작동이나 노출셋팅에의한 실수가
필름에 여실히 기록될때의 아타까움은 이루 헤아릴수 없다.
손끝 하나하나에 색깔을 달리하는 인화작업에서의 재탄생도 출산의 고통에 비교되는
설레임의 연속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뼈를깍는 고통이 있듯이 사진의길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며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고독한세계다.

 "왜 나만 안될까?" 하는 좌절에 앞서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했는가?" 라고 한번 반문해보고
자신에게 적당한 격려와 용기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인생의 삶이란 정답이 없기에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묵묵히 구축하고 미래를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것만이 진정 기다림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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