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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결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나만 알고 싶은 영화제로 자리매김
무주군 전체 인구수보다 많은 2만 8천여 명 관람
특색 있는 개막작, 현장을 흥겹게 물들인 <레게 이나 필름 , 흥부>
무주산골영화제를 대표하는 낭만의‘숲 속 극장’
총 27회의 관객과의 대화 및 산골토크, 역대 최다 관객 참여
무주 등나무운동장의 관객 쉼터 & 전시 프로그램, 낙화놀이 등 호평
한국장편경쟁부문 ‘창’섹션 뉴비전상 <재꽃>,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아기와 나>, 무주관객상 <공동정범>
소란스럽지 않은 생동감으로 가득한 휴식과 낭만의 영화제,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가 6월 6일에 진행된 폐막식과 함께 4박 5일간의 다섯 번째 영화 소풍길을 마무리했다. 작년, 무주군 전체 인구수를 훌쩍 뛰어넘는 관객 수를 동원했던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 작년보다 약 2천 명이 늘어난 2만 8천여 명을 동원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실내상영관마다 관객의 대기행렬이 복도 끝까지 줄을 잇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고, 야외 상영장은 각 공간마다 많은 관객으로 몰리며 자연과 함께하는 영화제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다채로운 부대행사들과 이벤트, 영화 토크 프로그램들 또한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한편, 관객과 영화인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는 도시 속 바쁜 일상을 벗어나 산골 무주를 방문한 관객에게 낭만과 휴식을 제공해주며, 단 5회 만에 나만 알고 싶은 보석 같은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1. 초록빛의 기운이 완연한 개막식과 <레게 이나 필름(Reggae inna Film), 흥부>
6월 2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동장으로 손꼽히는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 개최된 개막식은 페스티벌 프렌드 배우 류현경을 포함한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배우 박철민과 김혜나의 유쾌한 사회로 진행되었다. 마성의 보컬리스트 한영애의 개막 축하 공연은 깊은 울림으로 개막식 현장을 물들였고, 이어 올해의 개막작인 김태용, 윤세영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올해 개막작 <레게 이나 필름(Reggae inna Film), 흥부>가 상영되었다. 이번 개막작은 1967년 강태웅 감독의 한국 최초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흥부와 놀부>에 레게 음악 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리듬감 넘치는 연주와 차세대 소리꾼 김율희의 판소리를 결합한 흥겹고 신나는 레게 음악극이다.
2. 별빛이 수놓은 낭만의 밤, 무주산골영화제를 대표하는 ‘숲 속 극장’
무주산골영화제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숲 속 극장’은 올해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별들이 하늘을 수놓은 ‘숲’섹션 야외 상영장은 해발 700미터의 고도와 강추위 속에서도 굳건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된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35mm 필름 상영작을 비롯하여 음악 영화 <원스>와 <원스 어게인>,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와 <미술관 옆 동물원>, 기타노 다케시의 <기쿠지로의 여름>과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등 6편의 영화가 총 3일에 걸쳐 상영되었다. 초록빛 잔디밭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무주산골영화제 ‘숲 속 극장’의 매력을 입증했다.
3. ‘관객과의 대화’, 주요 평론가들과의 ‘산골토크’역대 최다 관객 참여
감독 및 배우 등 다양한 영화인과 관객의 만남의 장, 토크 프로그램에는 한국경쟁부문 ‘창’섹션과 ‘판’섹션의 모든 한국 영화감독이 참여하여 관객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관객과의 대화’와 무주산골영화제만의 영화 토크 프로그램 ‘산골토크’는 예년보다 2회 늘어나 올해 총 27회 진행되었다. 행사가 진행된 5일간, 총 21편의 한국영화 중 17편의 한국영화 감독 및 배우 약 40여명이 무주를 방문하여 관객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올해에는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관객의 적극적인 태도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유독 눈에 띄었으며, 특히 영화 <우리들>은 윤가은 감독, 아역배우 설혜인, 최수인이 참석한 가운데 약 400석의 상영관을 가득 채우며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무주산골영화제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 ‘산골토크’에서는 영화 평론가, 영화 전문 기자 등 11명의 영화 전문가들이 각 상영작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전해주었다.
4. 관객 쉼터 & 전시 프로그램, 무주의 대표 문화 콘텐츠 체험 이벤트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 풍성한 영화 축제 !
무주산골영화제를 방문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비단 훌륭한 영화 프로그램뿐만이 아니었다. 다채로운 공간 구성과 무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운 무주산골영화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점을 개선하고, 관객에게 풍성함을 한 다발 안겨주었다. 메인행사장 ‘무주등나무운동장’은 <플레이존>, <꿈꾸는 산골 도서관>, <산골공방> 등의 관객 체험 프로그램과 쉼터로 구성하고, ‘예체문화관’ 앞 광장 및 ‘최북미술관&김환태문학관’은 각각, 상영작 4편으로 구성한 <야외 포토존>과 옛날 극장을 추억하는 실내 전시 <극장전>을 기획했다. 또한, 찾아가는 영화관 ‘길’섹션 상영장인 ‘안성면 두문마을’에서는 한국전통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선보여 관객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으며, 올해 새롭게 추가된 ‘무주읍 서면마을’에서는 무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반딧불이 신비탐사>와 영화 상영을 결합하여 무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다.
5. <재꽃>,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뉴비전상 공동수상, <아기와 나>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수상, <공동정범> 무주 관객상 수상
한국장편영화경쟁부문인 ‘창’섹션의 9편 가운데, 한국 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시선과 도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영화적 비전을 보여준 최우수 영화에 수여되는 ‘뉴비전상’(상금 1,000만원)은 <스틸 플라워>를 연출한 박석영 감독의 신작 <재꽃>과 <논픽션 다이어리>로 데뷔한 정윤석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가 공동수상의 명예를 안았다. 최재원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 임필성 감독, 씨네21 주성철 편집장은 “꽃 3부작의 마지막인 <재꽃>은 한국독립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한 뼘 더 넓힌,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다큐멘터리로서 추구하는 도전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은 시종일관 기발하고, 도발적인 작품이었다.” 라며 각각 심사평을 전했다. 그리고 전북영화비평포럼 회원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선정한 ‘전북영화비평포럼상’의 수상작은 차세대 배우 이이경, 정연주가 주연을 맡은 손태겸 감독의 <아기와 나>에게 돌아갔으며, 마지막으로 무주에 거주하는 영화 애호가 3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선정한 ‘무주관객상’은 용산참사 이야기를 다룬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이 수상했다.
※ 별첨> 3개 부문 심사평
1. 한국영화경쟁부문 ‘창’섹션 뉴비전상 심사평
박석영 감독 <재꽃>, 정윤석 감독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경쟁 부문 심사에는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 <남극일기> <마담 뺑덕> 등을 만든 임필성 감독,주성철 <씨네21> 편집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총 9편의 출품작을 꼼꼼히 되짚으며 긴 토론의 시간을 가졌고, 최종적으로 박석영 감독의<재꽃>과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를 경쟁부문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뉴 비전상’ 공동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지난 1회 때 강석필 감독의<춤추는 숲>과 김이창 감독의 <수련>을 공동수상작으로 결정한 이후, 5년 만에 다시 공동수상작을 발표하게 됐을 정도로 9편의 경쟁은 치열했다.
먼저 <재꽃>은 <들꽃>(2014)과 <스틸 플라워>(2015)에 이은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3년에 걸쳐 담아낸 소녀 하담(정하담)의 이야기다. <들꽃>에서는 언니들과 함께 거친 세상을 떠돌다 간신히 살아남았고, <스틸 플라워>에서는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상처받으면서도 거친 바다 앞에서 생을 향한 의지를 다졌으며, <재꽃>에서는 소녀 해별을 만나 깊은 위로와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언제나 홀로 힘겹게 버티어 살던 하담이 드디어 다른 이의 삶도 돌아보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처럼 꽃 3부작이 만들어지는3년의 시간 동안, 정하담과 박석영은 각각 배우와 감독으로서 마치 그들이 만든 세 편의 영화처럼 성장하고 진화했다.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집요한 작가적 비전으로 한국독립영화의 미학적 지평을 한 뼘 더 넓힌,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2014년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전북영화비평포럼상을 수상했던, 지존파 사건을 다룬 첫 장편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2013)로 주목받은 정윤석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다. 2010년부터 2인조 펑크 밴드 밤섬해적단의 활동을 따라가며 홍대 두리반 싸움, FTA 반대 투쟁, 강정마을 해군 건설기지 반대 투쟁, 그리고 트위터로 북한계정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밤섬해적단의 프로듀서이자 사진작가인 박정근의 재판과정을 담아낸다. 자신들의 노래로 한국사회를 냉소하고 비판하는 가운데 과감한 편집과 다양한 시각효과를 선보이며, 다큐멘터리로서 추구하는 도전적인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은 시종일관 기발하고 유쾌하고 도발적인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다큐멘터리의 든든한 미래를 엿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이처럼 두 작품은 각각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영역에서,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여전히 야심찬 열정과 새로운 시선으로 중무장한 젊은 영화인들이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다져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다시 한 번 수상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아깝게 수상의 영광을 누리지 못한 다른 출품자들에게도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임필성, 주성철, 최재원)
2. 한국영화경쟁부문 ‘창’섹션 전북영화비평포럼상 심사평
우리 전북비평포럼은 <폭력의 씨앗> <분장> <아기와 나> 세 작품을 두고 아이처럼 머뭇거렸다. 그만큼 세 작품이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분장>은 피상적 이해보다는 당신이 정말 그런 처지일 때 어떡하겠냐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한정된 예산으로 완성한 독립영화로는 블록버스터급임을 볼 때 감독의 인덕마저 느낄 수 있었다. <폭력의 씨앗>은 귀대시간이라는 지뢰를 안고 가면서 러닝 타임 안에 이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감독의 시선이 돋보였다. 한국병영사회 성찰이란 점에서 조금 늦게 나온 것과 과연 새로운가 하는 지점이 선뜻 손을 들어주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손태경 감독의 <아기와 나>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탁월했다. 꺼벙한 청춘이 아기를 통해 사람이 되어가는 따뜻함과 눈물겨움이 다가왔다. 메인 캐릭터 말고 알만한 배우들이 맡은 서브캐릭터와 작은 디바이스들 그리고 건너뜀도 좋았다. 처음에 던진 대화 한 마디도 나중에 데칼코마니 같이 상그럽게 붙는 것도 좋은 각본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잘 만든’ 지점이 단점이라 말하는 모순에 접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아기와 나>는 말 그대로 ‘아기와 나’에 머무르고 만 점이 있다. 대책 없는 인간이 아기를 키우는 실패담이 아니라 성장담이라는 공식이 거슬렸다. 아기와 나를 넘어 한국사회의 수컷의 씨앗에 대한 이기심을 짊어지지 않고 <우나기>나 <가족의 탄생>처럼 쉽게 받아들이는 지점 말이다. 여자가 돌아 온 것도 결국 아기에 머무르고 만 부분이다. 상업 영화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도 나왔다. 되짚어 말하면 젊은 패기보다는 루틴한 지점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거다 하는 유레카가 없이 수상작을 결정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덕유산처럼 길고 먼 능선에서 멀리 보고 한국영화사에 드문 무주구천동 계곡의 물소리 같은 근원을 발견해내라는 주문을 하며 <아기와 나>를 선정한다.
특별언급으로 <시 읽는 시간>은 갈등양식과 진영을 논해야 하는 다큐의 오랜 강박에서 벗어나 여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부드러운 다큐가 많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전북비평포럼 김성희, 정동섭, 신귀백)
3. 한국영화경쟁부문 ‘창’섹션 무주관객상 심사평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 속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한숨을 토해내던 지난 4일 간의 시간들이
정말 꿈같이 흘러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세상 속 살아있는 시선을 보여주셨던 여러 감독님들과 배우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발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산골극장을 열기로 꽉 채워주셨던 관객 분들 모두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관객상 수상작은 김일란, 이혁상 감독님의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입니다.
‘이제 참사의 흔적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당신마저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 마지막 자막의 울림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지금도 끝나지 않은 용산의 그날, 그리고 이 순간에도 삶이 죽음보다 힘든 순간임을 느끼며 살고 있을 그들과 ‘연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감을 안겨주신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가슴을 옭죄던 그날의 영상기록과 분노와 원망, 죄책감으로 얼룩져있는 오늘의 인터뷰는 철벽같던 세상, 화마가 삼켜버린 그들의 잃어버린 8년을 들여다보며 너무나도 빨리, 그리고 쉽게 ‘망각’해버렸던 용산참사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50여 분에 걸친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 80여 분에 달하는 용산참사 당사자 개개인의 감정과 내면을 파고드는 두 개의 섹션이 다소 이질적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이 영화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으로 맥락을 이어가는 힘, 관객들이 같이 울고 분노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흡인력를 발휘해주신 두 감독님께 감사를 드리며, 힘겨운 주제, 무거운 소재, 7년 이라는 길었던 제작 기간을 함께 견디며 다시 한 번 세상을 향해 “여기에 사람 있다”고 외쳐주신 용산참사 생존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작지만 마음을 담은 이 상이 여전히 힘겨운 세상과 싸우고 계신 그분들과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늘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해주고 계시는 감독님들께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주관객상 심사위원 서숙경, 임선희, 홍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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