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자수성가한 "파더" 재벌 그룹의 찰리 회장이다. 가사 도우미와 자동차 기사는 자원봉사자고 가족 차는 공짜로 쓰는 물(水)로 가는 자동차이고 카드 대금도 무료이다. 돈 드는 것은 비서가 다 알아서 회사돈으로 처리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시하면 된다. 집에서 자는 것만 내 의지로 하고 나머지는 비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물가가 올라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간다.
나는 변변한 재산도 물려받지 못했지만 당대에 부를 축적하여 계열사 30여개를 거느린 재벌 회장이 되었다. 어려서 홀홀 단신 대도시로 올라와 구두닦이, 음식점 종업원을 전전하면서 종자돈을 마련하여 부동산 투기 광풍에 편승하여 거액을 모았다. 아파트 당첨권은 웃돈을 얹어 되팔고, 땅 투기를 하여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축적하였다.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에서 1억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면 증권 자문사나 부동산 소개업자에게 2-3천만원의 사례비를 찔러주어 그 이상의 이익을 얻는다.
이렇게 번 돈으로 건설회사 A를 설립하여 아파트를 분양해 번 돈으로 기업체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수익이 일정 규모 이상 발생하여 세금이 대폭 늘어 날 것 같으면 세금 내느니 직원들 보너스 듬뿍주고 별장 사고 임원들한테 골프 회원권 안겼다. 인건비를 과다계상하고 자재비 뻥 튀기기로 비자금을 조성해서 챙긴다. 수출 대금을 환치기 수법으로 수 차례 자금세탁을 하여 비자금을 페이퍼 컴퍼니로 관리를 했다.
A 회사 자금과 개인 자금을 합하여 B 회사 주식을 취득하였다. 돈 한푼 안들이고 무상증자로 주식 지분을 늘리고, 유상증자로 주식을 매입하고, 실권주를 발생케해서 또 주식을 매집하고 계열사 비자금으로 주식을 사 모으고,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부지런히 주식을 사 모았다.
계열사의 출자와 개인 돈으로 금융회사 D 회사를 인수하고 계열사 자금과 D 금융회사의 고객 돈으로 E 회사를 인수하였다. 보험을 들어뒀던 관료들과 정치권의 힘을 얻어 민영화되는 공기업 F도 인수하여 인수대금은 은행 대출을 받아 갚고,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건설,조선,관광,금융,식품 등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보니 어느덧 계열사는 30여개가 되었다.
지주회사인 A사 주식 보유 지분은 40%대지만 B사는 20%, C사는 7%, D사는 13%....30여개 계열사 전체에 대한 회장(친척,차명 포함) 지분은 10% 미만이지만 계열사가 상호 출자로 엮여 있어 경영권 행사나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 지주회사 A사 지분만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으면 순환출자 구조에 묶인 계열사는 소수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다른 그룹은 총수 지분이 5% 미만인데 나는 양호한 편이다.
이제 사업도 반석위에 올려놓고 나이 60줄에 들어서니 언론에 욕 먹지 않고 세금은 적당히 내면서 유학하고 돌아온 아들한테 상속해 주기 위해 외아들을 지주회사 A사의 경영기획실장으로 앉혔다. 중동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였을 때 아들에게 A사 주식 수백억원어치를 넘겨주고 증여세를 냈다. 돈 한푼 안들이고 무상증자로 주식을 배당받게 하고 차명으로 보유중인 주식도 아들에게 넘겼다. 또 유상증자와 실권주를 발생케해서 주식을 취득케하여 아들의 A사 지분이 20%대가 되어 명실공히 A사의 2대 주주가 되었다.
문화재단(공익재단) 하나 쯤은 있어야 재벌 행세를 하는 세상이라 증여세 부담이 없는 "베풀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회장 주식의 20%를 재단에 증여하고 아들을 이사장에 앉혔다. 결과적으로 아들한테 세금 한 푼 없이 주식을 물려준 셈이다. 이제 아버지 그룹의 계열사도 아들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들이 설립한 비상장사를 계열사들의 사업 밀어주기를 통하여 5천만원으로 출발한 전산회사 b사는 3년후에 매출 2조원 기업으로, 1억원 투자한 물류 기업 c사는 4년 후에 매출 3조원 기업으로, 2억원 출자한 건설사 d는 5년후에 매출 4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어서 광고회사 e, 인쇄회사 f, 근무복 회사 g, 복사지 회사 h는 계열사의 집중 밀어주기로 단기간에 해당 업종 상위 기업으로 성장하여 파더 그룹에 편입되었다. 외삼촌 공장 단무지를 계열사 구내 식당에 납품케하고, 이모님 공장에서 만드는 빵, 고모부가 운영하는 새우튀김까지 계열사에서 팔아준다.
법으로 규제하기 전에 동네 상권에 백화점과 SSM(super super market,대기업 운영 슈퍼마켓)을 출점하고 SSM을 규제하니 가맹점 형식(지역 사업자 지분 51% 이상)으로 출점한다. SSM의 주인은 51% 이상을 투자한 지역 사업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이 된다하면 법이 제정되기 전에 선제대응하고 입법으로 규제하면 법의 허점을 파고든다.
요즘은 사회가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식도 높아지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시민단체에서 감시를 하니 점점 사업하기가 어려워진다. 인근 한국에서는 재벌 그룹 계열사가 한 개 업체에 일감 밀어주기를 하면 과세를 한다는 상법이 통과되고, 공익법인의 기부금과 사용처와 취득 제한을 규제하는 공익활동 지원법을 제정한다고 한단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투명해지고 있어 지금까지의 비정상 경영을 반성하고 그룹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을 하고 부의 사회환원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보, 일어나요, 회사 늦겠어요!
1980년대 동남아 어느 나라 월급쟁이의 일장춘몽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