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오전 11시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한 시간 반 후에 상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이드 김기춘 입니다.” 조부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연변으로 들어가 상해에서 정착한 조선족 삼 세대인 현지 가이드 김기춘(45세)씨의 어눌한 말에서는 간혹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1990년 UNESCO에서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배경에는 둘레 250km, 호수 25개, 계곡 24곳을 비롯하여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72개나 있다는 데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3대 주봉으로 례화봉(蓮華峰)1860m, 광밍정(光明頂)1840m, 텐뚜봉(天都峰)1810m의 거대한 봉우리가 황산을 거느리고 있다. 높고 낮은 봉우리를 오르는 돌계단은 무려 4만 개이며 정상 부근에 세 곳의 호텔에서는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다.
guider는 “중국 사람들은 황산을 88000봉이라고 하는데 8이라는 숫자를 좋아 하므로 붙여 부릅니다.” “호테루도 602호면 8602호로 씁니다.” 황산 시내의 호개문 호텔에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고 황산의 날씨를 검색하니 우산위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황산의 날씨는 변덕이 심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고 좋은 날이 별로 없습니다.” 가이더가 툭 던지고 간 한 마디 말은 밤새도록 온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4월 14일 아침, 비는 멎고 안개가 짙게 깔린 황산자락의 날씨는 환상적이라고 해야 할까.
케이블카는 해발 1660m 지점으로 끌고 올라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황산은 짙은 안개가 산봉우리들을 덮고 있었다. 200미터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황산의 주봉인 례화봉(蓮華峰)에 올랐다.
가시거리가 100미터도 안된 짙은 안개는 높고 낮은 봉우리들을 모두 삼켜버렸다.
“안개가 걷힐 수도 있습니다. 조금 기다려 봅시다.” 가이더의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만 짙은 안개는 끝내 걷히지 않았다.
안개가 무겁게 깔리고 황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검게 솟아 오른 절경은 언제 볼 수 있을까.
황산의 촬영 계획을 세우면서 바라고 기대했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황산 자락에 묻고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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