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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쇼핑몰에 꽃피운 니혼 사쿠라
등록날짜 [ 2011년04월19일 15시14분 ]
일본의 대형 지진과 쓰나미, 혼돈속에서도 놀랍도록 차분한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다.
지구촌의 관심이 높아지고 가깝고도 먼 일본을 돕기위한 대한민국 국민의 온정은 놀랍도록 일사분란한 매체의 도움으로 크게 증폭되었다. 일본을 떠나 지구촌의 큰 재앙에 대한 공동체적인 대응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가수 김장훈과 뉴라이트전국모임과의 설전으로 비화된 사건이 발생하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는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다. 필자의 논제는 다음의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얼마전 필자는 국내 최대 쇼핑몰을 지향한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신세계백화점)에 방문하게 되었다. 타임스퀘어 로비는 늘 이벤트로 북적거리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복합 문화쇼핑 시설로서 자리를 잡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가 방문했을때는 지진과 방사능 피해를 입고 있는 일본을 돕기위한 자체 행사가 진행중에 있었다. 그런데 진행중인 행사의 타이틀을 보고 필자는 참으로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 행사의 타이틀은 "힘내라 일본! 벚꽃은 다시 피어날거야" 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묻고 싶습.. 이 글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영등포 타임스퀘어 로비 행사장 전경(2011.04.10 현재)


일제국주의과 사쿠라

사쿠라..벚꽃의 원산지가 한반도(왕벚꽃나무)라는 학술적인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리와 뗄래야 뗄수없는 일본과의 역사적 관점에서 조금만 살펴보려 합니다.

흔히들 일본의 국화로 알고계실 벚나무는 국화로 정식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본의 대중이 가장 아끼는 꽃나무이다. 일본 헤이안 시대까지만 해도 많은 문학작품에서 표현될만큼 예쁘고 아름다운 꽃으로 일본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꽃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 일왕(日王)중심의 일본의 친정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그 의미는 변형되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에 봄을 알리며 만개하고 눈꽃처럼 떨어지는 벚꽃의 모습을 "산화(㪚華)의 아름다움"으로 이미지를 변용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만들어갔으며 사무라이의 정신, 곧 주군에 대한 충성과 '할복'에 대한 상징으로 이어나갔다.

'벚꽃의 아름다움... 일제 '낙화의 미학' 희생으로 조작
카미카제 대원들 사쿠라 꽂고 출정


 
" 너와 나는 동기 사쿠라~ 같은 훈련소의 연병장에 피어~ 한번 핀 꽃이라면 지는 것을 각오했다~
멋지게 지자꾸나 나라를 위해~ (생략)"

- 1938년 작곡된 일본 군가 '동기의 사쿠라' 중에서

- 태평양전쟁 당시 만 18세의 가미카제 특공대원 '우메자와 가즈요' 군복에 사쿠라를 꽂고 출전 직전에 찍은 사진(왼쪽)
태평쟝전쟁 당시 미군 함대에 전투기를 몰고 투신했던 카미카제 대원들은 가슴에 사쿠라(벚꽃)을 꽂고 출전했다. 여러분들도 잘 알겠지만... 그중 많은 수의 대원은 영문도 모른채 끌려간 조선인들도 섞여 있었다.
그 후 일본인들은 나라에 큰 일이 있을 경우, 또는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행사의 경우 반드시 벚꽃을 사용해 군중을 선동하고 있다.

- 카리카제 출격 때 사쿠라 가지를 흔들며 전송하는 일본 여고생들(출판사:모멘토) 오른쪽
   

이처럼 일본 제국주의와 함께 그 운명과 이미지를 함께했던 벚꽃, 아니 사쿠라를 현재의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참으로 특이하게도 일본인들은 내심을 말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필자의 오랜 지인들인 일본인 학자들은 솔직히 말한다. 현재의 사쿠라는 예쁘고 꽃놀이에 좋은 나무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인 마음속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물로 여겨졌던 사실에 대해 모르는 일본인은 없다 또한 그러한 문화적 사실에 대한 청산없이 넘어가려는 일본인과 일본은 문제가 있는것은 틀림이 없다고..


사쿠라인가 벚꽃인가..
"힘내라 일본! 벚꽃은 다시 필꺼야~"

필자는 이 행사를 주관하는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했고 의견을 듣고자 했다. 취지야 너무나 당연한 것일테고.. 도데체 저런 카피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나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담당자는 만날 수 없었고.. 애꿋은 info-desk의 매니저만 땀을 뻘뻘 흘렸다. 하지만.. 도데체 이 필자가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표정은 아니라는 것에 절망하였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 벚꽃이 사쿠라라는 이름으로 반세기를 넘게 학살과 죽음의 반인륜적인 전쟁의 모티브였다는 사실.. 아니 그 진실이 지금도 일본에서는 역사외곡과 독도문제로 진행중이며, 우리에겐 사쿠라와 벚꽃도 구별하지 못하는 어두운 시각이 팽배하다는 현실이다.

"정신대 할머니, 독도, 김장훈, 뉴라이트, 일제 청산, 친일파....~ " 등등.. 많은 화두거리를 뒤로한채 말하고 싶다.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하며, 역사란, 지키고 만들어 가는 이들의 것이다. 치기어린 언어유희를 즐기고 있는 작금의 우리는...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떠한 역사를 후대에 전할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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