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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달력의 미스터리
우리 거실에서 우리가족을 1년 동안 지켜보며 희로애락을 아로새긴 2017년 달력이 이제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까맣고 빨간 숫자들이 내몽골 패상의 자작나무 숲처럼 빼곡히 박혀 있는 그 마지막장을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판타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화가 아니면 이런 얘기가 가능할까?
12월20일! 수요일 대통령선거일, 그런데 이미 대통령선거는 오래전에 끝났고 문재인 대통령이 뜬금없이(?) 대통령이 되어있다. 박근혜 공주는 아직도 그 병을 앓고 있고...
나의 일신에도 올 한해 많은 우여곡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정정하시던 울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손 쓸 새도 없이 귀천을 하시고 처제는 자동차 추돌사고로 중상을 입고 동서는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815 사진을 광복하다” 거창한 구호를 걸고 서울 중랑구 용마랜드에서 10여년 만에 페인팅 퍼포먼스 “컬러빅뱅”을 시작했는데 웬일로 구청에서 갖은 협박과 제동을 걸어와 엄청난 마음고생을 해야만 되었다.
전국에서 수백명 작가들이 모였는데 막상 구청에서 당일 행사장을 폐쇄하고 못하게 한다면 이 사단을 어떻게 해야만 될까? 생각만으로 모골이 송연하도록 공포가 엄습한다.
철원, 마산, 제천, 구미, 인천 등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적극 후원을 하며 예술발전 진작을 돕는데 유독 중랑구청만 표현의 자유를 이토록 무참히 억압하며 여지없는 핍박을 가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미칠 만큼 이런 어려움을 넘어 만들어낸 작품은 다행히 걸작이라 하리만큼 작품의 품격이 드높다.
10월초엔 내몽골고원 패상으로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가을풍경과 역동적인 말떼들 그리고 NUD촬영을 하러 갔는데 느닷없이 눈이 하얗게 쌓여 엉뚱한(?) 작품들을 잔뜩 촬영했다. 국제정세와 맞물려 중국의 사드보복이 한창이어서 출발 때부터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고생했고 비행기도 예정대로 타지 못해 북경이 아닌 천진으로 비행기를 나눠서 갔고, 두 나라 사이가 이러하니 NDD작업은 보류해야 된다고 여행사측과 주변의 만류가 심했다. 이렇듯 변수가 많다 보니 심적 압박이 심해 현지에서 제대로 연출이 불가능했다. 외진 곳을 찾아다니며 현지인들의 눈을 속이며 너댓차례에 걸쳐 총 20여분 촬영한 것이 다였다. 그럼에도 이 작품들이 대단히 좋다. 내 평생 최고의 대표작으로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지난 1년동안 나를 조종한 이 달력을 장수달력이라 한 것은 20일이 한 번 더 있어서였다. 어찌된 셈인지 대통령 선거일인 20일이 두 번이다. 이 달력대로 산다면 오래 살 것 같아 장수달력이라 이름을 붙인다.
이제 며칠 후면 이 괴상한 달력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집 아궁이속에서 오징어 껍데기처럼 뒤틀리다 뽀악재로 화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황금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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