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놀음’14 다이어트 성공記, 김가중 건강秘書
아홉수에 의거 마흔아홉까지는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것 다하며 살아도 건강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오십줄에 들어서면 신기하게 몇 년 더 사신 분들이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남의 얘기가 아니고 자신의 얘기가 된다. 팔팔할때는 누가 어떤 증세에 대해서 얘기를 해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하지 못한다. “속이 쓰리다. 생묵이 올라온다. 신트림이 난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다가 자신의 위액이 역류하여 식도가 뜨끔해봐야 비로소 그 증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인체의 노화속도는 누구나 비슷하여 같은 나이에 접어들면 비슷한 증세가 대동소이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들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기도 하고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 낫는다. 그리고 점점 위험한 증상으로 진화 된다.
필자의 경우 증세들이 급격하게 위험해 진 이유가 ‘먹방’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2010년경 한국사진방송을 설립하고 초기엔 먹방을 주력으로 다루었다. 먹방보다 인기 있는 뉴스거리는 없다. 먹으려고 사는 인생이기에 먹는 방송은 무조건 성공이다. 공영방송을 비롯하여 모든 뉴스들이 기기묘묘한 다양한 제목으로 먹방을 1순위로 다루는 이유다. 우리나라 메이저 방송들이 앞장서 교양프로그램을 먹방으로 모조리 채우고 있고 이것은 결국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 먹방을 취재가면 정말 맛있게 푸짐하게 음식을 내어 놓는다. 6개월도 안되어 배가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물론 40대 이전 같으면 먹는다고 몸무게나 허리사이즈가 늘진 않는다. 하지만 50대부터는 빠르게 몸이 불고 물만 먹어도 체중이 오르고 뺀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바뀐다.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숨이 넘어가지 않는다면 큰 충격도 필요하다. 인간의 간사함은 자기합리화, 자가당착, 밑도 끝도 없이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착각까지 더해 자신만은 그 까짓 병마에 엎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필자역시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기에 부정맥을 위시하여 성인병 10과가 계속 진단되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중풍 직전(소중풍)까지 갔고 혈관성 치매까지 진단이 되니 큰 충격에 빠졌다.
혈관!
나의 모든 위험인자는 이것하나가 문제였다. 혈관만 뻥 뚫어주면 만사형통인데 그걸 몰랐고 방법도 몰랐다. 더구나 자신감이 있었으니 의사의 진단에 오히려 벌컥증을 유발하여 화가 난 의사에게 운동부족이란 달랑 한마디 처방 외엔 일체의 조언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은 이미 말한바 있다.
필자는 이런 증세들로 아직 약물이나 치료를 받은 바는 없다. 스스로가 노력하면 정상으로 갈수 있는 정도였으니 그마나도 복 받은 삶이었다.
혈관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증세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운동 외엔 대안이 없다. 그런데 누누이 강조했듯 50대가 넘어서면 운동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소식+운동인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니 문제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딴엔 많이 했다고 하는데 사실 착각이다.)뱃구레가 불룩하고 팔다리가 가느다랗고 몸무게는 40대 이전보다 근 10여kg이 더나간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날씬하다. 하지만 간을 비롯한 내장들과 혈관에 비계가 쌓여 체지방이 오버되어 있는 것이다.
운동만으로 안 된다면 다이어트 외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성공확률이 매우 낫고 실패하면 부작용이 훨씬 더 큰 위험한 방식이다.
그러나 혈관성치매를 그대로 방치하고 중풍 맞을 위험을 그대로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당시엔 다이어트가 그렇게 미련하고 멍청한 방법인줄 전혀 몰랐다.
이렇게 무식하고 미련하고 멍청한 것이 결국 득이 되었다.
결심한 그날부터 갑자기 달랑 4숫 갈로 하루를 살았다. 아침 굶고 점심에 두숫갈 저녁에 두 숫갈과 약간의 주전부리로 때웠다. 갑자기 곡기를 끊으니 배고파 환장하고 입이 당겨 정신병이 올 지경이었다. 몽환 속에 자신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어대니 안 먹기 위하여 아예 9시~10시에 잠을 잤다.
그 시간에 잠을?
식사량만 무식하게 줄인 것이 아니라 앞서 기술했듯 북악산을 넘어가는 고행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몸이 곤죽이니 누우면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아침부터 오후 1시까지 일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공복엔 다행히 식욕이 몸부림을 치지 않았다. 이 식신은 정신이 아주 할망하여 아예 음식을 가까이 놓지 않으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식욕을 유발하지 않는다. 최대 3일까지 굶어 보았는데 계속 공복상태의 연장이라면 그다지 먹고 싶은 욕망이 일지 않았다.
약 6개월 정도 무지막지한 절식에 영양실조가 도래하여 손톱이 부러지고 하늘이 노랗고 구토가 일고 온몸이 달달 떨리는 토사곽란이 수시로 도래했다. 걸어가다가 길가의 화단에 버려진 썩은 귤이나 사과를 주워 먹으며 버텼다. 느닷없이 남의 집에 쳐들어가 물 한잔을 빌어먹은 적도 있다. 헛증이란 이 상상하기 어려운 증세가 오면 물 한잔이라도 먹어야 풀린다. 이대로 죽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공포도 엄습한다. 한편으론 운동량도 진단전보도 엄청나게 늘렸다.(약 3배가량, 북악산을 넘어 다닐 정도로)
필자의 생각으론 6개월이 고비라고 본다. 영양실조로 몰골이 좀비처럼 변했다고 기억된다.
필자의 지론으론 뺄 때 확 빼야지 조금씩 점차 점차?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서 다이어트가 안 되는 이유는 인체는 매우 정밀한 기계로 효율면에서 거의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아주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 유지를 할 수 있게 설계되어있다. 이론적으로 하루 2숫갈의 밥이면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적게 먹는다고 양을 줄이지만 전혀 빠지지 않고 물만 먹어도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6개월 정도 거의 단식 수준으로 버티면 그제사 인체는 체념을 한다. 그동안 곳간에 축적해 두었던 수십 년 묵은 비계들을 태워서 신체를 유지한다. 피부는 조글조글해지고 영양실조로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지만 인체는 그 상태에서 자정장치를 발동하여 대대적인 정비를 단행한다. 곳곳에 방치된 수십년간 묵은 쓰레기들이 청소되고 그 쓰레기들을 기반으로 기생하던 병마들을 고물상으로 실어 보낸다.
이때부터 몸이 가벼워지며 숨도 차지 않아 운동이 재미있고 일을 전보다 엄청 많이 해도 피로하지도 않다. 어느 날 철봉에 매달리니 가슴까지 쑥 솟아오른다. 오십견 이후 단 한 개도 못 올리던 턱걸이였다. 그날부터 지난 5년 이상 하루 20개 정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6개월을 단식수준으로 멍청하게 단행한 다이어트로 몸의 껍데기는 엉망이 되었지만 속은 청소가 되어 대체로 매우 건강해져 있었다. 이제부터는 유지가 관건이다.
다시 6개월간의 굳히기 작전에 돌입했다. 몸은 나의 이러한 무지막지한 조치에 항의하고 또 항의했다. “음식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몸이 외치는 소리였다. 곳곳에 현수막도 걸어놓아 피부 곳곳에 그 흔적들이 나타났다. 물론 가장 심한 곳은 손톱과 발톱이다.
영국의 대처같이 확고부동한 신념으로 버터야 된다. 집단으로 데모하고 파업을 단행한다고 물러서면 안 된다. 아무리 몸의 요구가 강해도 절대로 냉장고 문을 열면 안 된다. 정말 힘들면 맹물을 마시면서 버터야 된다. 몸은 이제 코의 성능을 강화한다. 빵집 앞을 지나갈 때 향긋하게 번져오는 팜유의 고소한 냄새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이 순간 몸은 다리를 마비시켜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디선가 스물 거리며 전해오는 알싸한 라면 냄새엔 아예 환장을 하고 만다. 아내가 가족들의 밥상머리에 소복하게 담아놓은 기름이 좌르르 오르는 새하얀 햇쌀밥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에휴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양귀비의 젖가슴같이 봉긋한 찐빵이다.
매사가 고비가 있는 법!
다행히 몸은 포기를 안다. 체념을 할 줄 안다. 형편없는 가난에 스스로를 맞추어 살아갈 준비를 한다. 6개월가량 더 악착같이 버티면 먹고 싶은 욕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제 영양실조도 멀리 사라졌다.
습관이란 것은 위대한 진화다. 이때쯤부터 소식이 몸에 배어 습관이 되어 버린다. 다이어트의 효과가 온몸 구석구석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봐 마누라, 당신남편 손 좀 봐라, 얼마나 예쁜가?”
언제부터인가 손가락이 가느다랗게 변했고 처녀의 손처럼 섬섬옥수(?)가 되어 있었다, 지긋지긋하던 뱃살이 싹 빠져버리고 날씬한 허리가 유연하게 빙빙 돌아간다. 모가지의 주름이 매끈해졌고 시큼한 영감냄새를 풀풀 풍기던 쥐젖들이 면도를 한 것 같이 말끔하게 살아졌다. 손등과 팔뚝은 물론 아구창을 시커멓게 물들인 검버섯들이 어디론가 다 달아났다. 손발이 가늘고 작아지고 무엇보다 얼굴이 조그맣게 줄어들고 생기가 돌며 혈색이 살아나고 움직임이 활기차게 바뀌었다.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축하합니다. 다 정상이네요. 아주 깨끗해요.”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미당 서정주-
http://www.koreaarttv.com/section.php?thread=11&flashMenu=5
* 표는 지난 12월19일 검진결과다.
지난해 어머니 귀천하시고 어머니가 일구던 텃밭을 직접 일구느라 운동이 충분한 걸로 알았는데 그 정도 노동으론 적정 운동량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한해 해이해져 몸무게가 3kg가량 불었고 오랫동안 멈추었던 부정맥 심방세동 증상이 다시 검진되었기 때문이다. 검진 이후 최근에 식이요법을 더 철저히 하고 다시 북악산 넘기를 시작했고 오늘까지 꽤 여러 번 넘었다. 오늘도(2018년1월18일) 넘어서 퇴근을 할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