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최지영 개인전 - 풍경의 낮은 음
전시기간: 2018년 09 월 04일(화) – 09월 16 일(일)
오프닝: 2018 년 09월 04 일(화) 오후 5 시 ~ 7 시
관람시간: 11:00-18:00(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공간291 (서울 종로구 통인동 124)
전시주최: 협동조합사진공방
전시문의: 공간291 (T. 02-395-0291)/www.space291.com
(관람시간 11:00-19:00, 월요일 휴관)
“어디로 여행가세요?“, ”알래스카요.“
“네? 알래스카요.“ , ”거긴 뭐하러 가세요?“
알래스카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보여준 반응들이다.
이런 대화를 거듭하면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래스카를 여행지로서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산이 있어 산을 탄다는 누구의 말처럼 나는 빙하가 있고 행운이 따르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알래스카가 있어
가보고 싶었을 뿐이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알래스카는 넓은 평야에 하얗고 깨끗한 빙하수가 조용히 흘러내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본 빙하수는 진흙탕 물로 스스로 길을 만들며 거칠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 빙하수를 보며 그들 역시 살아남기 위해 저토록 애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기분 전환하러 즐겨가는 곳이 있다. 양평과 그 주변이다.
양평은 부모님의 고향으로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 등에 업혀서부터 다녔던 곳이고,
지금도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자주 가는 곳이다.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 장례차가 양수리 다리를 건널 때, 차 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께서 영구차가 다리를 지날 때에는
곡을 해야 한다고 어서 곡을 하라고 하셨다.
그러자 말끔하게 앉아 계시던 분들이 일제히 곡을 하시는데 눈물 없는 곡소리가
어린 나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지금은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내 곁에 없지만 양수리 다리를 볼 때마다 그 기억이 나 엷게 미소를 짓곤 한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오래 보아서 참 사랑스러운 곳이다.
나는 알래스카와 양평 부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사진을 보며 멀고 낯설었던 알래스카의 풍경과 오랜 시간 동안 보아 온 양평과
그 부근을 찍은 모습이 무척 닮아 있다고 느꼈다.
빙하를 이고 있는 알래스카의 산과 잔설을 품은 양평의 산이 닮았고,
유빙으로 가득 찬 바다와 떨어진 나뭇잎과 꽃으로 가득 메워진 강물이 닮아 있었다.
사진 속의 하늘, 산, 나무, 땅, 강은 굳이 알래스카와 양평을 구분 짓지 않았다.
산은 산으로 통하고, 나무는 나무로 통하고, 땅은 땅으로 통했다.
늦은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세월의 더께만큼 많은 삶의 공식을 가지고 있다.
내 인생의 한 단면에 의해 얻어진 공식으로 많은 이들의 삶을 재단하며 그들을 아프게 했다.
앞으로는 알래스카와 양평이 통하듯 나누고 가르기보다는 포용하고 받아들이며 곱게 나이를 먹고 싶다.
2018. 9. 4. 최지영
<풍경의 낮은 음> - 최지영의 흑백사진
글: 최연하(독립큐레이터, 사진평론가)
사진의 프로세스에서 나는 여전히 흑백사진(Gelatine Silver Print)이 탄생되는 전 과정을 사랑한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촬영을 하고, 현상을 하고, 프린트를 하는 크게 네 단계를 넘어야만 가시화되는 이 프로세스는
사진의 존재론적 층위를 빛나게 한다.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사진이 찍히는 사진기술의 최고봉의 시대에, 불편하고 지루할
이 낡은 프로세스는 사진이 꿈꾸었던 태초의 꿈들을 현상해주기에 내겐 귀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사진은 태어날 때 어떤 꿈을 꾸었을까. ‘포토그라피photography’라고 명명되기 전, 이 떠도는 이미지를 붙잡기 위한
원시 사진가들의 열망에서 그 꿈을 찾을 수 있다. 니엡프스와 다게르, 그리고 톨벗은 스스로 붙잡은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충실한 자연의 형상”, “자연의 효과”, “자연의 인상”, “자연 화학의 무한한 힘에 의해 영향 받고, 흔적이 남겨진 그림이자 소묘”라고.
자연의 인상, 형상, 효과, 흔적인 것들이 ‘정착fixing’ 되면서 드디어 우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진’이 되었고,
사진의 본질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잠상(Latent Image)으로 충만히 맺혀 있었다.
사물/풍경의 그림자를 붙잡고(촬영撮影), 그림자로 맺혀 있던 상을 나타나게 하고(현상現像), 드러난 상을 영원히 각인하는 것(인화印畵).
즉 촬영과 현상과 인화의 과정은 부재로서 비로소 현존하는, 사진이 흔적의 예술임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여정이다.
사진이 실제를 각인(刻印)한 기억의 마중물로 흔히 언급되는 이유일 것이다.
최지영의 신작, <풍경의 낮은 음>은 흑백은염프로세스로 이뤄졌다.
촬영의 결과물을 신속하고 손쉽게 리뷰 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을 흑백사진은 차분하게 짚어간다.
필름이 현상되고 건조되는 동안, 밀착프린트를 하고, 다시 확대인화를 하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함께 일어나며 현상되는 것을,
흑백 암실 작업을 해 본 사람은 경험했을 것이다. 오직 사진만 기다리는 순연한 시간! 빛과 어둠을 오가며,
무엇이 발생할지 도래할 이미지는 어떠할지 사유하는 시간. <풍경의 낮은 음>은 그렇게 사진으로 현현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요한 흑백사진을 본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 숲, 나무와 구름…이 담긴 풍경이다.
볼거리가 별로 없는 다만 심심한 풍경사진이다. 어떤 사진 속에는 작고 미미한 존재들이 웅성거리기도 한다.
숲과 나무들은 가까운 앞 산 기슭에서 볼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한 풍경이다. 대개 풍경사진이 갖는 화려함이 아닌 그
저 소박하고 단란할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조용한 이 풍경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최지영의 풍경은 낮고 작은 목소리로 ‘들리고 보인다.’ 현대의 풍경사진을 살펴보면 전혀 읽어낼 수 없거나,
의미가 팽창하거나, 스스로 감상의 거리를 확보하는 사진이 있는가하면, 사진 속으로 침잠하게 하는 사진으로 나뉘는 것 같다.
최지영의 사진은 맨 후자에 해당된다. 분명한 의미의 틀을 벗어나 자꾸 생각하게 하고 가라앉게 하는, 낮은 어조의 사진이다.
특별한 기교 없이, 정교하지 않은 프레이밍(framing)과 드라마틱하지 않은 톤(tone)으로 풍경의 ‘효과와 인상과 흔적’을 옮겨온다.
내겐 이 점이 최지영 사진의 귀한 힘으로 다가온다. 작가에게 다가온 풍경들이 스스로 노래할 때까지 오래 기다려 빚어진 풍경이다.
햇볕과 그림자, 낮과 밤과 하늘과 구름과 바람…의 충돌에 의해 반짝하고 탄생한 흔적들.
사진을 찍는 일은 풍경의 흔적을 담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내 안의 흔적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추억이 추억을 알아보고,
상처가 상처를 알아보듯,흔적은 흔적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부모님의 고향이자 작가에겐 원풍경인 유년의 풍경을 찍는 일은 ‘낮은 음’의 증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롤랑바르트에게 좋은 풍경사진은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일으켜주는 사진’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프로이드의 어머니 육체를 예로 드는데, “우리가 그곳에 있었음을 그토록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다른 장소는 없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머물렀을, 확실한 그 장소는 어디인가? 간혹 고향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곳은 경험적 삶의 근거이자 구원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다.
생의 사무친 한순간이나 언젠가 한때 확실하게 머물렀을 공간이 몹시 그리워질 때, 고향풍경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유년의 기억들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나 좀 현상해 달라고, 나 아직 여기에 있다고’ 애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한 때, 분명히 살았었던
그 아름다운 시간을 다시 살아보라고 풍경이 사진에 박힌 것은 아닐까.
최지영이 사진을 시작하고, 흑백필름에 부모님의 고향을 담게 된 것도 그 곳에서 더없이 아름다웠던 유년의 시간을 현상하려는 열망 때문이다.
그녀에게 사진은 세상을 직시하며 의미를 발견하고 존재론적인 은유를 창조해가는 즐거운 과정이다.
30여 년을 넘긴 교편생활, 그리고 10년 가까이 접어든 사진공부, 줄곧 흑백암실작업에 열중해 온 이 사진가에게 삶과 사진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인다. 인생사에 농염해진 사람이 찍어낸 사진이라 낮은 음의 울림은 더욱 증폭될 것이고,
조용한 심연 위에 거하면서 다가오는 풍경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자 열중하는 작가의 모습도 선하다.
그동안 잠상(Latent Image)으로 맺혀있던 세상의 그늘과 사라지는 것들과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과 꿈의 낮은 처소들을
되도록 많이 촬영하고 현상하시길 빈다.
전시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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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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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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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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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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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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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낮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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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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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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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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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시학, 거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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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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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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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숨,쉼 그리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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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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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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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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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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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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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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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201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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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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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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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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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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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찰칵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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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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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복지종합센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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