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지 않는 방법임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증거와 상식에도 불구하고 한식 홍보에 나선 사람들 중 일부는 여전히 한식을 ‘top down’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귀족들이 문화를 규정하던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들은 한식이 부자인 엘리트들에게만 배타적으로 마케팅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나 빌 게이츠는 다른 누군가의 음식 습관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 한다.
별 세 개 짜리 음식점에서 하는 식사에 익숙한 엘리트들도 ‘양반 그룹’이 홍보하는 왕실 음식, 구절판, 30만 원 짜리 삼계탕과 같은 음식들을 지루하고 가식적인 음식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또 한식이 가진 풍부한 맛을 잘 보여주지 못 한다고 평가한다.
이 ‘양반 그룹’은 고급음식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양반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였는가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고급음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쁜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고 30만 원의 가격을 부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풍미, 분위기, 재료, 서비스, 그리고 음식이 전달하는 이야기이다.
한국음식이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주 많다. 보리밥은 사람들을 농촌의 논밭으로 데려가는데, 이것은 한국 역사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이다. 부대찌개는 어려운 시대에 한국 요리사들이 발휘했던 창의성을 이야기해준다. 해장국은 민주화가 되기 전 밤문화에서 생겨났다. 갈비 타코와 같이 최근에 개발된 음식들은 한국 문화와 다른 문화를 결합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어 해외에 널리 퍼뜨린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세계가 한국 음식의 풍미를 접하고, 또 많든 적든 한국음식을 그들 자신의 요리 속에 담아내는 동안 한국음식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계속된다. 가장 맛있는 고급 햄버거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 미국 전역에 걸친 여론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이 여론조사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은 바로 ‘비빔밥 버거’ 였다. 이것은 고추장, 나물무침과 맨 위에 계란이 올려져 있는 버거였다.
미국 사람들은 ‘김치 연대기’라는 TV 시리즈를 보고 그들 자신만의 ‘7분 김치찌개’를 만들고 싶어 한다. 지난 3월 나의 웹사이트인 ‘젠김치(ZenKimchi)’에서 방문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투표를 한 결과, 바비큐, 닭갈비 그리고 비빔밥이 또다시 승리를 차지했다. 이른바 ‘양반 요리’들은 하위권이었다.
나는 음식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시장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해오고 있다. 시장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음식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시장에 귀를 기울이고 시장에 맞춰 홍보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그들은 ‘왜?’라는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왜 한국음식을 홍보하기를 원하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 농산품의 수출 증가일까? 국가의 자존심과 긍지를 높이려는 것일까? 아니면 세련된 이미지를 알리려는 것일까? 세련되고 귀족적으로 보이려고 너무 애를 쓰다보면 엿을 파는 광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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