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앞 한국실험예술제 김백기 감독 만나기로 약속되어 가고 있는 중인데 홍대 앞이란 단어만어로도 왠지 가슴이 설렌다. 낼모레 홍대앞에서 열리는 실험예술제 취재를 앞두고 내심으론 하의실종 패션을 집중 촬영해 두겠단 배포를 숨겨두고 있던 참이다. 젯밥에만 관심 있다는 속담 격이다.
이미 대한민국 개성파들이란 책을 내면서 강남역등지에서 미니스커트 여인들을 마구 찍어댄 전력이 있던 차라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되는 촬영이다. 재수 없으면 콩밥도 맛볼 수 있을 정도다. 왜 늘 이토록 위험한 발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태생적이란 말로 얼버무리겠다.
마침 조신하게 앉아있는 어여쁜 여성의 다리를 발견하고 수작을 부쳤다. 다행히 선 듯 다리를 내어준다. 그런데 아뿔사 카메라가 작동을 안 하는 이유가 뭘까? 칩을 빼고 끼고 렌즈를 뺐다 끼고.... 포맷을 시도하니 그마저도 안 된다. 열차는 한 대가 지나가고 또 한 대가 지나갔다.
젠장 이렇게 쪽 팔릴 수가.... 명색이 사진작가에 한국사진방송 기자가 아니던가? 아름다운 여인은 다리를 내게 맡긴 채 조용히 기다려 준다. 금새 구경들이 모여들고 있다 미친 넘들...
진땀을 한바가지쯤 흘리고 나서야 배터리가 떨어진걸 알았다. 미안하여 변명을 하며 명함을 내미니 자신도 신문방송학과 졸업하고 방송국에 근무하고 있단다.
총총히 사라지는 아름다운 여인의 뒤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휴 ....”
* 감사드립니다. 다리 빌려 주어서 ....
이 시대를 아름다운 그대의 다리와 발톱의 빨간색과 샌들로 대변하여 보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