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범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속여 돈을 빼가는 사기수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기관,경찰, 검찰 등을 사칭하며 잇따라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등 사기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정사업본부 ‘2011년 상반기 보이스 피싱 피해 예방활동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우체국에서 보이스 피싱을 막은 사례는 총 76건이고 금액은 11억 8,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동안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돈을 빼가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전체 76건 피해예방 사례 중 44건(57.89%)으로 가장 많았다. 납치가장 9건, 신용카드비 연체나 도용이 8건, 기타는 15건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유출은 사기범이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돼 안전한 계좌로 돈을 옮겨야 한다고 속이고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한다. 종전에는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직접 송금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은 주로 자동화기기(ATM)나 폰뱅킹, 인터넷뱅킹을 가입시킨 후 비밀번호를 알아내 돈을 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피해예방 전체 사례 중 절반에 가까운 48.7%인 37건이 자동화기기 등을 이용해 돈을 송금하도록 했다.
사기범은 우체국 등 금융기관 직원들이 보이스피싱 피해예방활동을 펴면서 피해자가 직원들을 직접 만나지 않도록 유도한다. 자동화기기로 송금하도록 요구하거나 금융기관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했으니 직원들 모르게 돈을 빨리 송금해야 한다고 피해자를 속이기도 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 동안 카드회사나 금융기관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빈번해 지면서 사기범들이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농협 전산장애와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으로 175만 명의 개인정보 이름, 주민번호, 이메일, 휴대폰, 전화 등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을 때는 전산장애와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사례가 보고됐다.
금융기관, 경찰, 검찰 등 여러 기관을 사칭하며 잇따라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등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범죄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지난 5월 B씨는 어떤 사람이 은행에서 B씨의 돈을 찾으려 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에서 연락을 할 것이니 지시에 따르라는 ○○은행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 후 B씨는 경찰과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범인이 돈을 모두 빼앗아가기 전에 안전계좌에 송금하라는 전화를 잇따라 받았다. 실제로 ○○은행의 계좌를 가지고 있던 B씨는 ○○은행 직원의 전화를 먼저 받은 터라 사기범의 말을 쉽게 믿게 됐고 돈을 송금하려 했다.
또 지난 1월 P씨는 우체국 콜센터 직원이라고 사칭하는 사기범이 신용카드가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 얼마 후 P씨는 형사로부터 개인정보 유출로 신용카드가 부정발급 됐으니 돈을 안전계좌로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번호가 우체국 콜센터인 전화를 받은 뒤라 보이스피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종전에는 주로 경찰이나 검찰 등 한개 기관을 사칭했지만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많이 알려지면서 상대방이 의심하지 않도록 여러 기관을 사칭한다. 사기범은 금융기관 직원과 경찰, 검찰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다. 또 전화의 발신번호까지 우체국 콜센터나 경찰서, 검찰청 등으로 조작하는 등 수법이 날로 지능화 되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사기범들이 사칭한 기관을 살펴보면 경찰이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검찰이 10건, 금감원 5건, 우체국이 8건이었다. 이밖에 국세청, 은행, 카드회사, 대출회사, 전화국 등을 사칭한 것이 총 23건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우체국 계좌를 통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감소했지만,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의 수법이 날로 지능화 되고 있어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네이트와 싸이월드 해킹 사건으로 국민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개인정보유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