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이 개인전, 기억의 집(集),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
전 시 명 : 김숙이 개인전, 기억의 집(集)
전시장소 :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번지, 5층)
전시작품 : 사진작품 20점
전시기간 : 2020.11.25.(수) ~ 2020.11.30.(월)
관람시간 : 10am~18:30pm
유년의 집부터 현재까지, 집(宇)은 기억 속에 중첩되어 있었다. 분명치 않은 이미지이지만, 기억들이 하나하나 쌓여 만든 ‘기억의 집(集)’은 내 삶의 보물창고이다. 기억들이 어떤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지, 기억이 쌓인 집을 사진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작업노트
기억의 집(集)
김숙이(金淑伊)
유년 시절, 교육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잦은 근무처 이동으로 우리 가족은 2, 3년 주기로 이사를 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거주지를 자주 옮겼지만, 내가 세상에 눈을 떴을 때는 아늑한 주거공간으로써의 집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일환으로 투자가치를 따지면서 스무 번 넘게 집을 옮겼다. 그렇다고 딱히 재산이 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잦은 이사로 인해 피로감만 더 쌓였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이사를 일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늑하지 못했던 집 때문에 마음은 복잡하고, 복잡한 마음에 비가 내릴 때마다 옛집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해졌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간절해진다. 그 간절함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생각에, 태어나고, 자라고, 꿈을 꾸었던 그곳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사진작가라는 이름으로, 카메라 하나 딸랑 들고 끝없이 유랑했다.
기억이라는 것은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지 않았다. 퇴색되거나 왜곡된 형상으로 남아 있었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혼재된 상태로 사진을 표현해야 했다. 결국 사진이 갖는 사실성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접근해, 추상의 형태로 이미지를 전환하여 재구성하게 된 것이다. 형태와 색채에 변화를 추가하고, 비구상적인 접근을 하다 보니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이미지가 되었다.
내면의 무수한 변화와 시간의 흐름이 쌓이고 겹쳐, 중첩된 이미지가 탄생 되었다. 사실과 환영이 반복, 반전되거나 교차하며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 속으로 기억의 내 모든 집들을 모았다. 사진 속에서 비로소 재건축된 ‘기억의 집’은 이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Ⅰ전시 의도 및 목적
사진가 김숙이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한 ‘기억’ 시리즈를 재구성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유년의 집이 보존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무 번이 넘게 이사를 다니며 내가 살던 집들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집은 거의 없고 대개 사라졌거나 이미 다른 집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근현대는 빠르게 집을 허물고, 아주 급하게 집을 세운다. 이번 전시에서 집에 머물렀을 기억들을 하나하나 불러내고 공유하고 싶다.
기억은 어떤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까? 기억이 쌓인 집(集)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Ⅱ 전시 내용 및 구성
<추상 기억>, <하얀 기억> 시리즈는 확실하지 않은 기억 속의 집을 소환하여 아름다운 추억 속의 그리움으로 표현하였다.
<기억의 중첩> 시리즈는 다양한 집들을 겹쳐서 표현하였다. 유년시절 잦은 이사로 인한 혼란스러운 심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양한 표현을 통한 기억 속의 집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여, 기억의 집을 단단하게 재건축하고자 하였다.
Ⅲ 작품 설명(이미지는 별도로 첨부)
위의 두 작품은 기억 속의 집들의 중첩으로 달동네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기억 속의 단편적인 조각들을 선택하여 이를 합쳐 연속되는 형태로 만들어진 사진이다.
아름다운 꿈속의 고향을 표현하고자 회화 같은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사택은 언제나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만큼 나의 외로움도 컸었다.
기법 및 특이사항
형태의 반전, 반전된 형태를 겹쳐 새로운 형태를 창조, 형태의 중첩으로 형태의 재구성하였다.
IV 작가 주요 이력 및 약력
김숙이 (金淑伊, Kim Sook Yi)
이메일 : 01968@hanmail.net
개인전
2020. 10 기억의 집(集),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 서울
2020. 08 기억의 중첩, 성산아트홀, 창원
2019. 08 추상기억, 프랑스문화원 ART SPACE, 부산
2019. 05 그 곳은 언제나 봄날, IPA gallery, 창원
2019. 03 그 곳은 언제나 봄날, 경남교육청 초대사진전, 창원
2018. 10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성산 아트홀, 창원
2017. 12 그리움 너머에는, 커피빈 초대전, 창원
2017. 10 하얀 누리, 경남교육연수원 기획초대전, 라온갤러리, 창원
2016. 07 무진기행, 성산 아트홀, 창원
2015. 10 업(業), 진해문화센터, 창원
기획 & 그룹전
2020. 11 Helio graphy Ⅱ, 9인전, IPA 사진기획전, IPA gallery.창원
2019. 11 제4회 <GP 1826 비엔날레>, 해운대문화회관, 부산
2019. 07 GIAF 2019 경남국제아트페어, 창원컨벤션센터, 창원
2019. 04 추상과 변이Ⅰ, 7인전, IPA사진기획전, IPA gallery. 창원
2018. 10 Mise en scėne Angkor 7인전, IPA gallery, 창원
2018. 07 GIAF 2018 경남국제아트페어, 창원컨벤션센터, 창원
2018. 03 추상적 언어의 발견Ⅰ, 5인전, IPA사진기획전, IPA gallery, 창원
2017. 09 사유와 모색, 5인전 IPA사진기획전, IPA gallery, 창원
2016 ~ 2020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출품, 3.15Art Center, 창원
2016 ~ 2020 순수회귀 GROP 사진기획전, IPA gallery, 창원
경력 & 수상
GROP경남사진학술연구회 회원
IPA국제사진가협회 회원
GIPF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운영위원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2019. 10 동서미술상 리베라상 수상
2018. 10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정암상 수상
2018. 10 경상남도사진문화상 수상
출판
2020. 11 『기억의 集』, 김숙이 사진작품집, 류가헌, 서울
2017. 10 『하얀누리』, 김숙이 사진작품집, 화성, 창원
V 전시 및 출판 서문
기억의 집(集), 사진의 집(宇)
글 : 최연하(독립큐레이터, 사진평론가)
『기억의 집(集)』은 사진가 김숙이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한 ‘기억 시리즈’를 재구성하여 만든 사진집(寫眞集)이다. 이 사진집은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그곳은 언제나 봄날>, <추상기억>, <기억의 중첩> 등 네 개의 섹션을 이룬다. 책의 타이틀과 섹션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봄날, 추상, 중첩’ 이미지인 기억-이미지가 모여(集) 사진집(宇)이 되었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은 기억 속의 골목길을 <그곳은 언제나 봄날>에서는 따뜻하고 아련하고 희미한 기억 속의 집을 보여준다. <추상기억>과 <기억의 중첩>에서는 기억들이 켜켜이 쌓이고 겹쳐 마을을 이루었다. 어쩌면 (고향을 그리는) 모두에게 고향 집의 풍경은 김숙이의 작품처럼, 조붓한 골목들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봄의 새순처럼 연하고 부드럽게, 시원하게 불어오는 여름 바람으로, 향기로운 가을 국화로, 겨울 동화 속 커다란 눈송이가 내리는 고요한 풍경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사를 많이 했던 작가에게 기억 속의 집은 작품의 주제이자 소재가 되어 원경과 근경에서 단단한 집으로 재건축되었다.
김숙이는 유년에 살았던 집으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다. 기억의 처소는 선명하게 부각 되기도 했지만 혼재되어 흔들리는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했다. 때론 시간과 공간이 와해 되며 여러 이미지가 중첩되어 겹겹의 레이어를 형성하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뒤죽박죽되어 혼돈을 안겨주었다. 스스로 진화하여 커다랗게 자란 기억, 사라진 기억의 자리에 흔적으로만 겨우 머물러 있는 기억, 변형되고 왜곡되어 뒤틀린 기억,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남은 기억…. 기억은 변덕이 심한 도깨비처럼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기 일쑤여서 무엇으로든 붙잡아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기억은 삶이고, 우리를 영원한 현재에 머물게 하기에, 기억이 삶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야 했다.
김숙이는 디지털 사진이 가진 주요한 속성들을 기억재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기억을 ‘각인(刻印)시키고’, 기억하고 싶은 것은 ‘명기(明記)해서’, 봉랍(Sealing Wax, 封蠟)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진은 선명한 수단이 된 것이다. 기억의 시·공을 집적하기 위해 이미지를 반복하고 변형시키고, 중첩하여 추상으로 만들기. 사라지려는 기억은 선명하게 부각시켜 전면에 배치하고, 떠오르는 기억은 컬러를 반전하여 두드러지게 하고, 아름다운 기억은 확장하고, 아픈 기억은 위무하며 한 올 한 올 기억을 직조한다. 어떤 기억은 ‘추상’이 되는데, 그 이유는 기억의 형(形)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상들이 겹치고 잘려나간 필름들이 또 다른 시·공에 접속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소환되기 때문이다. 기억의 복잡다단한 층위는 디지털 장치에 의해 리좀(Rhyzome)적으로 번지고 엉켜 지피식물(地被植物) 같은 형상을 보인다. 이제 기억은 해체와 융합을 반복하고 새롭게 배치되며 김숙이의 사진 속에서 스스로 자란다.
사진은 특별한 기억을 소환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상상의 삶을 가상으로 창조한다. 사진은 삶과 현실을 데칼코마니처럼 옮겨오기도 하지만, 작가의 적극적 창조행위를 통해 새롭게 변주, 변형되면서 또 하나의 사진텍스트를 이루기도 한다. 김숙이의 자전적, 무의식적 성찰이 회상의 공간으로 구성되고, 기억들의 흔적으로 이뤄진 사진은 기억을 재차 현재화하며 유년의 집을 복원해준다. 우리의 근현대는 빠르게 집을 허물고, 아주 급하게 집을 세우며 발전했다. 그리하여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집은 거의 없고 대개 사라졌거나 이미 다른 집으로 바뀌었다. 김숙이는 집에 머물렀을 기억들을 하나하나 불러내 형형색색 아름다운 기억-조각보를 만들었다. 우리 모두의 유년의 집이 그러하듯이, 김숙이의 기억 속의 집은 밝고 따스하기도 하지만 낯설고 어둡고 누추하기도 하다. 이 기억에 관한 사진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경험했던 지난 일을 잊지 않고 떠올려 마주하게 하고,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것을 나타나게 해 영혼에 저장하는 것. 최고의 “기억예술‘인 사진으로 기억을 기술(記述)하는 새로움을 김숙이의 『기억의 집(集)』에서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