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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아침 용산 발 순천행 무궁화열차는 대전을 지나 호남의 곡창 김제평야의 황금들판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때 옆 좌석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승객들의 시선은 어린 아이에게 모아진다. 젊은 부부는 번갈아가며 달래고 있었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고 새댁은 아기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았다 달래보지만 울음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앞좌석의 할머니가 “아이고 저 어린것을 포대기로 덮고 안아야제” “몇 달 됐우?” “한 달이요” 당황한 새댁의 대답은 지쳐 있었고 푸석푸석한 얼굴에서 산후조리가 끝나기도 전에 여행길에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고만 있었던 뒷좌석의 아주머니가 “애기 이리 줘 봐요”아기를 받아 안는다. 오른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감싸 가슴에 대고 안아 좌우로 흔들거리니 울음을 그친다. 아기를 달래는 방법이 새댁보다 분명 한 수 위였다. 울음을 그친 아이는 엄마의 품보다 낫선 아주머니의 가슴이 더 따뜻하고 편했을까. 아직은 엄마의 뱃속이 더 편하고 자유스러웠을 아기는 이내 잠이 들고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세라 안고 다독거려 키워낸 자식들 절로 큰 줄 알고 하늘 보다 높고 바다 보다 더 넓은 은혜, 잊고 사는 짐승만도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아기가 참 잘 생겼습니다. 잘 키워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하세요.” 득량에서 내린다는 새댁의 얼굴에 이는 잔잔한 미소를 뒤로하고 보성역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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