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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서리가 차창에 두텁게 얼어붙어 깎아 내는데 애를 먹었다. 사과의 고장 영주의 가을은 일교차가 예사가 아닌가 보다. 사과밭 위로 아침노을이 아름답다. 뜬돌 펜션을 나선 우리들은 황급히 달려갔다.
부석사의 고즈넉한 새벽 분위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꼭두새벽인데도 잠이 없는 노인은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자 산문 사이로 노오란 은행나무 길이 운치 있게 펼쳐진다. 새벽의 맑은 공기 속에 은은히 들리는 목탁소리 그리고 우~웅 하고 울리는 타종소리는 마음의 때를 말끔히 벗겨주는 영혼의 울림이리라.
하늘로 번져 올라가는 그 떤 기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틀림없이 부처님 말씀일 것이다.
종소리도 목탁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막강산이 차라리 더욱 호젓한 절간의 새벽이련만.... 왕왕대는 포크레인 소리와 인부들의 망치소리가 고막을 찢어 놓는다. 부석사를 둘러보는 내내 그 소리는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한다. 부석사 여행을 고집했던 딸아이가 우울해 한다.
자고나면 변하는 세상!
세상이 무엇을 그대로 두려 하지 않는다. 그저 새로 짓고 뜯어 고치고 파내고 다시 심고 .... 은행이 떨어져 냄새가 나기에 서울의 은행나무 고목들을 죄 뽑아 버리고 다른 나무들을 심는다는 뉴스를 접 한터라 괜스리 짜증이 난다.
부석사는 신라의 의상대사가 지었지만 고려시대에 큰 불로 소실되어 다시 지었다고 기록에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기록이 부실한 우리나라 역사의 특징상 확실치는 않다고 한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부석사 무량수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라고 배웠는데 교과서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대사가 절을 지을 때 마을 사람들이 극구 반대를 하여 난관에 봉착 했을 때 선묘란 중국여인이 용이 되어 나타나 바위를 들어 올리는 조화를 부리자 마을 사람들이 절을 짓는 것을 허락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 돌은 절간 옆에 있는데 이조시대의 한 명사가 실을 넣어 확인하니 바위가 닿은 곳이 없어 실이 통과를 하였다고 한다. 뜬 돌이 있는 절이라고 부석사란 이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 돌이 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용이 되었다는 선묘란 중국여인은 의상 대사를 짝사랑하다가 죽었는데 귀국하는 의상의 뱃길을 용이 되어 인도를 하고 의상을 지키는 용이 되어 따랐다고 한다.
절 간 봉당에는 대사가 꽂았다는 지팡이가 나무가 되어 지금도 자라고 있는데 부짓깽이 처럼 가늘어 천년이 넘었다고 보기엔 어려웠고 촘촘한 철망으로 씌워두어 빛이 잘 들지 않아 위태로워 보였다. 그 불쌍한 나무를 철망 속에 가둔 이유가 궁금했지만 나그네가 어찌 그 속을 알겠는가?
소음속의 새벽 절을 거닐다 다른 관문으로 나오니 그곳은 그때까지도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뜬돌 펜션에서 아침을 지어먹고 우리들은 칠흑 같은 밤에 걸었던 그 길을 기억하며 차를 몰았는데 마을 어귀에서 끝날 줄 알았던 그 길은 산마루 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창틀속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사과위의 거만한 고양이
마구령?
아마도 맞을 것이다.
해발 810m의 고지를 넘어서자 차는 이내 영월의 김삿갓 면을 달리고 있었다. 숲은 우거지고 좁은 산길이었지만 오가는 차가 한 대도 없을 정도로 호젓하여 산행을 하듯 즐거운 길이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 길을 지나고 싶었다.
사진 : 김가중 기자
동영상 : 김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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