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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 기념전
「'여권통문의 날'은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 양반 여성들이 주축이 되고 300여 명의 여성들이 찬동해 이뤄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을 기리는 날이다.」
전 시 명 : 2021 “여권통문女權通文의 날” 기념전
전시기간 : 2021. 9. 1(수) - 9. 7(화)
장소 : 토포하우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1길 6)
작가 : 권지은 김경민 김도희 김명희 김순임 김영미 김정희 김정하 김홍식 김희자 노원희 박미화 박종미 배달래 서고운 서혜경 심영철 양주혜 양화선 오명희 오숙환 윤애영 정은주 정정엽 정종미 정직성 최서원 하태임 허윤정 인터브이 (30명)
전시감독 : 조은정 (010-8717-2704 arthistorian21@hanmail.net)
전시문의 : 토포하우스 오현금 (010-3115-7551 topohaus@hanmail.net)
www.topohaus.com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1길 6
Tel. 02-734-7555
전시 소개
여성이 배워야만 사람으로서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음을 주장하는 글인 「여권통문」이 발표된 지 123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남성의 그것을 상회한다. 여성도 교육을 받아 남성과 똑같이 능력을 발휘하고 경제적 자립을 꾀할 수 있다고 여겼던 1898년의 미래인 지금,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의 그것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고용률은 남성의 2/3 수준이며 임금은 남성의 70% 정도이다. 교육 기회 불균형의 산은 넘었으나 경제활동에서 능력과 기회의 공정성을 보장받을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소ᄉᆞ, 이소ᄉᆞ와 같은 실천력 있는 여성이 있었고, 이에 동조하여 서명한 300명의 동시대인들 덕에 현대 여성은 모든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여건, 교육을 받을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정치, 경제의 권리를 주장한 내용 중 배움의 권리에 대한 부분은 이렇다.
“어찌하여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舊閨)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 사나이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이왕에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항 재주를 다 배우고 이목을 넓혀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지의를 정하여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의 일로 절제를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극히 공경함을 받음은 다름 아니라 그 재조와 권리와 신의가 사나이와 같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여성의 배움을 있게 하여 스스로 사유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하여준 선배들을 기념하고 위로하고 감사하는 이들의 행사이다. 「여권통문」을 작성하여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였고, 연대하고 실천한 여성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고자 한다. 그들이 겪은 불합리와 불평등, 배우지 못한 설움에 대한 위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간 그들의 용기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자 한다. 이들은 인간다운 삶,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성찰을 일깨웠다. 그런 탓에 단지 여성의 권리 증진에 한정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 모두의 권리, 평등, 행복을 위한 주변인들의 연대와 선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번 전시는 연대를 통하여 구현되었다.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시공간과 전시진행을,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조은정은 30명의 작가를 섭외하고 전시기획 업무를, 그리고 작가들은 작품을 출품함으로써 오롯이 그들만의 힘으로 <여권통문전>을 마련하였다. 조은정의 지인들인 미술계 인사들과 오현금의 지인들은 기꺼이 후원자로서 전시에 참여하였다. 「여권통문」을 발표한 여성 인사들과 함께한 당대 남성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 전시의 후원자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뜻을 함께하였다.
개인당 10만원씩의 후원금을 받아 도록을 제작하였다. 구은주, 김계원, 김기홍, 김달진, 김소연, 김숙애, 김영순, 김영호, 김정숙, 김종길, 김지성, 목수현, 문숙경, 박소현, 박준성, 백현실, 송경진, 송희경, 신소윤, 신수경, 엄영숙, 예진수, 오명선, 오채금, 이강근, 임명혜, 임영애, 정준모, 정진국, 정하미, 조수진, 주순이, 최명자, 최열, 최윤희, 최주호, 최태만, 한경순, 한미애, 홍양호, 홍지석, 후지무라 마이 등이 함께한 이들이다.
「여권통문」이 세상에 알려진 123년 후 전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건네는 담백한 감사의 인사를 김소ᄉᆞ, 이소ᄉᆞ 그리고 300명의 서명자들은 흔쾌히 받아줄 것이다.
작가 작품 소개
권지은
(전통문화학교 교수)
畵圓-花王Ⅰ, 2021, 종이에 석채, 금박, 51Ø
“전통회화 분야에서의 여성들은 근래에 와서야 두각을 나타낸다. 남성들과 같은 교육을 받았고 더 섬세함을 표현할 수 있지만 고래로 그림 그리는 일은 여성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종교적인 그림일 경우 그 경향은 훨씬 더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 작가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모든 불합리와 불평등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100여 년 전 선배들의 용기있는 권리 주장은 이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여성 작가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김경민
(조각가)
낯선 천국, 2001년, 청동, 81x25x38cm
1998년 결혼 후 시작된 육아와 가사일은 생각보다 끝이 없고 고된 일이였다. 그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여자의 일이였고 부정하면 안 되는 일이였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삶에서 답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쉽지가 않았다. 헌신과 사랑이라는 포장된 미덕으로 무던해지려고 버티었다. 가끔 소심하게 작품속에서 “남녀의 평등”을 외쳐보곤했다. 걸레질을하는 남편의 엉덩이에 앉아 책을 읽고있는 여유를 즐겨보곤 한다.
김순임
(조각가)
그 얼굴11-이교일, 18x13x13Cm, 울펠트, 2010
“출품작<The Facee11-이교일>은 작가의 외할머니 이교일 여사의 얼굴이다. 외할머니는 서구식 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한 가문의 리더로 남성사회에서 굳건히 버티며 집안을 지키고, 자식을 교육하고,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식물과 식생, 생활에 연계된 문화 지식을 전승한 알려지지 않고, 증명되지 못한, 시대의 지식인이라 생각한다.수치나 문자로 기록되지 않고, 여성에 의해 전승된 지식과 지혜, DNA에 각인된 능력에 대한 가치는 지금 보다 상향될 필요가 있다.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망치나 폭력으로는 깨어버릴 수 없는 힘을 가진 'Wool'처럼.”
양주혜
리소ᄉᆞ 김소ᄉᆞ를 생각하며, 2021, 실사출력한 천 위 아크릴릭, 730x1050cm
“[구월 일일 녀학교 통문 발기인 리소ᄉᆞ 김소ᄉᆞ]라는 글을 보며 1905년 태어나신 [이소저]라고 불렀던 외할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 근처에서 못 가 보셨던 분이 혼자 한글을 깨우쳐 집안 식구 다 읽고 난 뒤에야 차례가 오는 신문에 실린 연재소설을 잘라 모아 제본을 해 보관해 놓으셨다가 집안일 중간 중간 시간 나는 대로 읽곤 하셨다. 폐렴으로 외아들을 잃고 시가에서 쫒겨나 평생을 두 따님과 손주 증손주 16명을 키워 내셨다. 어려서는 할머니의 이름이 소저인 줄 알았었다. 그저 이씨 집안의 여자애라는 걸 알았을 때는 여자는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고 신기했을] 뿐이었다.”
정종미
여권통문, 2021, 종이, 천, 안료, 염료, 61x341cm
“자연이 자연다우려면 청과 홍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고 인간이 인간다우려면 남과 여의 조화가 필요하다. 여성의 역사는 지난하고 현대에도 그 기억은 여전히 유효하다. 붉은색은 조화를 깨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낼 것이며 낮아지고 가려진 여성을 모시고 그 영혼을 위무하며 경배하고자 한다.”
인터브이
할머니의 연필, 영상. 14분 24초
“저는 할머니가 글을 잘 읽지 못한다는 걸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그만큼 ‘글'이라는 건 저에게 당연한 권리였습니다. 할머니가 테레비만 본 이유, 나에게 편지를 쓰는건 오로지 할아버지의 몫인 이유, 왜 미처 묻지 못했을까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는 안동에서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을 만났고, 저에게 너무나도 당연했던 권력이 그들에겐 절실했던 갈망이라는 것을 봤습니다. 은행에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쓴다는 것, 손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할머니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이 많이 더뎌졌을텐데, 걱정이 됩니다. 숏다큐 미디어 인터브이의 영화 <할머니의 연필>이 여권통문에 전시되어 기쁩니다. 나의 권리는 나만의 것이 아님을,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과 희망과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필름메이커 강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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