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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사진전 천북’ 오션갤러리 특별기획
라한셀렉트 경주(구 현대호텔) 오션갤러리특별기획으로 열리는 ‘천북’의 사진전
한센인의 마을 희망농원을 공간의 토폴로지로 표현한 박정일작가 사진전
11월2일부터 9일까지
천북의 희망농원은 1979년 보문관광단지를 개발하면서부터 정부의 정책으로 강제이주를 하고 40년이 넘도록 열악한 환경 속의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센인의 집성촌이다. 당시 정부는 희망농원 6만여 평에 무허가 주택과 집단계사 450동을 지어주었고, 지금은 한센인 포함 주민 16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축사의 석면 지붕은 오래되어 낡고 부식되었으며, 재래식 정화조 및 하수관로의 생활하수가 형산강 국가하천으로 유입되기도 한다.
희망농원은 개발주의시대 속에서 계획되어지고 사회적으로 건설되어진 정형화된 공간의 고립된 장소이다. 나의 작업은 대부분 버려져 황량하거나 방치되어 스산한 것들의 사진 아카이브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나버린 곳에 남겨진 유령의집과도 같은 장소를 탐색한다. 그곳은 일정한 배열로 늘어선 공장과도 같은 축사들, 일부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오래되어 균열이간 낡은 주택, 공소와 예배당, 경계가 모호한 울타리와 잡다한 관목들, 담벼락의 알 수 없는 낙서와 기호들, 왠지 불길하게 보이는 폐교안의 허수아비 그리고 으스스하고 다소 이국적 이기도한 낮선 공간이다. 사진 속의 버려진 장소들은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진 부재에서 오는 쓸쓸함이기도 하겠지만 앙상하게 메마른 시체처럼 다가오는 또 다른 느낌들은 비가시적인 그 무언가의 존재감일 것이다.
모든 공간과 장소는 다양한 통로의 교류로 인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다중적인 시간의 중첩과 무수한 삶의 이야기가 뒤얽힌 영역으로 존재한다. 장소는 일상생활에서 일정한 활동이 이루어지거나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는 한정된 범위의 공간이다. 현대 기하학의 토폴로지나 예술 분야의 공간담론 에서도 장소의 개념은 중요한 위치에 있고, 이는 사람들의 거주문제와 관련되어 주제화되기도 한다. 거주의 개념은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한 실존의 방식으로 어떤 장소에 머물러 체류하면서 주위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외부와는 거의 고립되어 지내온 희망농원에서는 삶의 정체성 문제와 장소상실의 현상이 명확하게 보인다. 그곳에는 어디에서나 무차별적이고 정형화되어진 환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개인이 가지는 고유성과 특수성은 사라지고 모든 장소들은 균일한 공간으로 획일화 되어버렸다. 희망농원의 한센인은 위상학적 자립성이 사라졌고 장소적 맥락에서 분리되어 방향성을 잃어버린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그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장소에도 있지 않다. 나는 희망농원에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의 허구적 경계가 무너지길 바란다.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도형을 늘이거나 줄여도 변하지 않는 공간의 토폴로지처럼 그들의 소멸이 아니라 또 다른 생성으로서의 보존적 변화를 바란다. 얼마 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희망농원의 재정비를 위해 국비 21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전문가들의 조언과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종합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돌아오는 봄에는 한센인의 마음에도 시들지 않는 희망의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
박정일작가는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집물질물리학이론으로 박사를 하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끓임 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사회현상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에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현장을 직접 기록한 <Hong Kong 2019>와 <Conical Pendulum>, <Ensemble of Time>, <홍티>, <around 7 a.m.>, <천북>의 개인전을 각각 전시하고, 현대사진영상학회 정회원으로서 매년 국제전에 초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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