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작가 2021 런던 스타트아트페어 대표작가 선정
[한국사진방송] 김재완 기자 = 2021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영국 런던사치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스타트아트페어에 한국의 정인숙 작가가 영광스러운 대표작가로 선정되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와 모든 제한 및 안전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약 6,500명이 넘는 수집가와 예술 애호가들이 참석했다.
금 년에도 25개국에 70명이 넘는 작가들 중에 대표작가(FeaturedArtist)로 선정 되는 큰 영광을 않았다. 2014년 창립이후 전세계 신진예술과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스타트아트페어 런던2021은 올해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되며, 한국 작가인 정인숙 작가가 대표작가로 선정된 건 개인의 영광과 한국미술발전에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보여진다.
작가의 말
나의 심상에서 느껴지는 소리 들을 색의 덩어리로 표현한다. 난 이런 소리 들을 물감의 농도로, 색으로, 붓의 속도로 손끝으로 순수하게 그린다. 나의 그림이 대부분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자나 테이프의 도움 없이 모두 손으로만 그려낸 이유다. 내 작품 속에는 내 시간이 있다. 그것들은 색이 겹쳐지고 또 지워지는 과정이다. 2017년부터 해왔던 Overthere 시리즈가 저 너머에 있는 희망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2021년 Overthere Jumoni (주머니)는 우리 앞에 놓여진 것들을 내려놓는 행위 즉, 비우는 가벼움에 대한 성찰이다! 그래서 나의 그림은 가벼운 선물이다. 우리가 설날 치마 춤에 메어 둔 빈 주머니처럼, 나는 그 가벼움을 선물하고 싶다ㆍ뜨거운 마음으로. 우리 모두 가벼워지길 희망한다ㆍ 2021'서이 정인숙
김종근 (미술평론가)
선과 색 면, 형태의 심포니 - (Over there –Jumoni 시리즈)
잭슨 폴록과 함께 전후 미국의 가장 유명한 추상 표현주의 거장 마크 로스코는 “예술은 보고 느끼는 그 자체”라며 "그림은 사람과 교감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색면으로 그냥 온통 덧칠해진 그의 작품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로스코는 이것을 사람들이 그것을 그릴 때 내가 느꼈던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림 앞에 서서 그러한 숭고한 감정을 정인숙의 작품에서 경험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보통 우리는 외형적인 화폭에서 보이는 선과 색채와 형태만의 관계만으로 공감을 받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도 쉽지도 않다.
그러나 어떤 화가가 진정으로 영혼의 모든 것을 꺼내 온전하게 화폭에 쏟아부을 때 그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술가를 특별한 감성을 받는 대신 평범한 삶을 빼앗긴 슬픈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 그 특별한 감성을 지닌 예술가가 창조한 작품이 예술의 힘이며 생명력이다. “예술은 보고 느끼는 그 자체”라는 로스코 작가의 이 발언도 묘하게도 정인숙의 예술적 이념과 그 결을 같이 한다.
2019년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나의 심상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울림을 색의 덩어리로 표현한다. 미칠 듯한 정적 속에서도, 때론 하늘이 찢어질 듯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나는 마치 물이 흐르듯 물과 물감과 나의 팔이 하나가 되어, 이 모든 것들을 그저 색으로 나타내리라.” 하며 그 결연한 의지를 선언했다. 일관되게 정인숙은 초기작품에서 현재까지 중요하게 선과 면, 그리고 색채로 자신의 작품에 중요한 회화의 도구로 중시했다. 그것은 마치 러시아 구성주의 양식을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구성주의가 거의 기하학적인 선과 면이 중심인 것에 비교하면 정인숙은 이들과 명확한 차별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선 하나하나, 감정이나 울림에 따라 붓질이 더해지고 겹치며 지워진다는 반복적인 덧붙이기 작업 방법을 취한다는 점이다. 현상학적으로도 더 동양적인 감성과 정신으로 접근하면서 그것은 곧 색채의 덧붙임 이상으로 소멸과 생성이란 철학적 세계관을 아우르고도 있다. 즉 작가의 그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순환과 반복이 곧 시간의 결과인 이미지가 되어 작품으로 탄생 됨을 의미한다.
그러한 이유로 정인숙의 화면과 질감, 텍스 추어는 다른 작품과 다른 구조적 형태를 가지지만 오히려 덜 구성적이며 동양적이고 자연스럽다. 특히 작가가 보는 공간에 대한 해석이나 시각도 이채롭다. 마음속 심상에서 지시하는 무한한 감정선을 따라 붓을 들어 공간을 분할하거나 점령하는 부드러운 선 긋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 향한 작가의 예민한 감성과 울림이 궁극적으로 색채 덩어리로 화면을 뒤덮으며 우리를 강렬하게 유혹하는 스타일이 그것이다. 온전하게 자신의 내면에서, 마음속에서 시키는 데로 작가는 붓을 가로로 또는 세로로 베를 짜듯이 직조하는 의식과 행위가 곧 그의 예술작업에 바탕인 것이다.
그의 화면을 이끄는 그 내면의 울림은 귀에 들리는 소리이며, 때로는 사유가 명령하는 공간에 대한 거친 침략처럼 보인다. 화면에서 해독되는 색면 들의 겹침과 교감, 그 하모니는 물감의 농도를 지배하고 그리는 붓질의 속도는 무한한 감정선에 결박된 무의식 상태를 그래서 더욱 의심케 한다. 어쩌면 정인숙은 명백하게 마크 로스코처럼 색상의 관계와 형태 그 이외의 부분은 전혀 관심이 없음을 화폭으로 증명 해내고 있다. 오로지 인간의 감정, 예를 들면 여백이나 비움, 슬픔, 고뇌, 비극, 황홀, 그리고 자연스러움에만 관심이 있는 동양적 화가로서 예술의욕을 노출 시킨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색채와 형태가 끼리끼리 어울려 침묵과 조화 속에서 울림이라는 주머니를 작품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색채들의 어울림이 그러하며 형태들의 교차와 비껴감이 그렇다. 모두 그렇게 비워내고 형성된 여백들이 팽팽함과 김장감을 뱉어내거나 토해 놓아 우리들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론된다.
침묵과 조화가 뛰어난 비워진 여백은 어쩌면 정인숙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의 공간이자 끌림의 여유가 틀림없음은 확실하다. 아마도 작가의 그림 속에 이러한 깊이가 가능하기에 그 울림의 깊이도 깊은 것이리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완벽한 밑칠과 기초작업, 그 위에 다시 사포질, 거듭된 색채의 배합과 구성, 그 조화로움에 도달하여 마침내 하나의 정인숙 작품이 창조된다. 2017년 이후 작가가 <Over there 시리즈 >에서 겹치고 지워지는 순간에서 희망을 묻어 두었다면, 이번 <Over there –Jumoni 시리즈 >에서는 비움과 내려놓음에 대한 성찰의 사색적인 메시지가 훨씬 돋보인다.
이번 영국에서 열리는 작품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나 대표작가 선정의 평가는 작가가 그동안 화폭에 시간을 축적해가며 그어놓은 붓질에 대한 품격과 격조에 관한 작은 보상이다. ‘직선과 곡선’의 화합으로 연결된 고귀한 형태를 위한 끝없는 시도의 결정체, 그 오랜 수고와 시간에 대한 자신을 향한 바로 그 선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근작에서 보이는 탁월한 감각과 쓸어 내린듯한 터치와 선명한 컬러 필드는 분명 정인숙 추상회화의 눈부심이 살아있어 앞날을 기대하게 된다.
프랑스 낭트 재즈 축제에 맞춰 제작한 ‘OVER THERE 아리랑’ 시리즈 이후 작가는 더욱 자연스러운 붓질로 은밀한 내면의 감정을 우아하게 풀어내고 있음도 우리는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빈틈없이 교차한 작가의 감성과 철학이 ‘직선과 곡선’ 위를 달리면서 수없이 깊이를 지닌 색채의 축제는 우리들에게 추상회화의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각적인 즐거움, 멋진 끌림의 공간, 사색의 들판을 이렇게 추상적으로 펼쳐낸 작가 정인숙, 그녀는 이러한 색채와 형태의 조화 만이 최고의 가치이며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마크 로스코 뒤에서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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