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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개인전 ‘풍경소리’ 아지트갤러리 기획전
이창희 사진전 ‘풍경소리’가 2021년 10월23일부터 29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 기획으로 열린다.
이창희
주제: 풍금소리 담는다
<작가노트>
바라보면...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토해내고 싶다.
절여진 오랜 시간 나를 누르며 생각에 잠기는 것은 무엇일까
완행열차 같이 속도 느린 편안함과 깊고 질퍽한 아픔도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저편 잔잔히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낡은 교실 마루 바닥위에서 풍금소리 휘 감고 뛰어놀다 엄마에게 달려가는
해 맑은 얼굴 늘 그 시간에 멈춰 있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아닐까
시대에 엄마의 숨결은 장독에 곡식이 비워지면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삶의 생존을 위해 찾아 나서는 가족들의 한줄기 빛이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엄마의 장독 나는 그것을 말하고 싶다
빛 과 어둠, 공간 과 공간, 바람소리 빗소리 돌돌 감아 언제나 그 자리에서
오랜 세월 아픔도 기쁨도 보듬고 물 흐르듯 지나가는 생명의 시간 그 안에
엄마와 장독은 내 마음 한가득 일체로 보인다.
그 질긴 혼으로 숙성되고 말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 들이
짙은 여운으로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존재의 가치가 옅어지고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시간들을 조금씩 되돌리고 싶은
내 마음 속의 풍금소리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결을 담아봤다.
너머 희미하게 장독대에서 사랑을 퍼 담는 검게 탄 주름진 엄마의 손
그립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꿈꾸고 싶다.
[발문]
시원을 향한 향수와 신비로움을 찾아서
-이창희 사진전에
1…
필자가 일하고 있는 박경리 문학관에는 소설 『토지』의 주무대가 된 최참판댁과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박경리 선생을 생각하고 시대적 배경이 된 아픈 역사를 떠올린다. 안채에서 윤씨 부인을, 별당에선 별당아씨와 김환을 생각하고, 정겨운 돌담 앞에서 용 이의 서글픈 사랑을 되뇌어보기도 한다. 700여 명 등장인물의 곡진한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곳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한 곳이 장독대가 아닐까.
우리 조상들은 세계에서 드물게 독특한 발효식품을 개발했고 이를 장독에 넣어 보관했다. 갖가지 장류와 김치류, 젓갈류를 저장하는 장독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옛 여인들의 다양한 일 가운데서도 부엌과 장독대는 중심이 되었다. 여인의 손길에 따라 음식 맛이 좌우됐고, 그들의 정성에 따라 장독은 윤이 났다. 크고 작은 항아리와 중두리, 동이, 자배기, 버치, 방구리, 시루 등 갖가지 독들이 오밀조밀 모여 재잘거리는 장독대는 한국의 멋이고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옹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사람들이 투박하면서도 질박한 장독대에 매료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1900년대 초 프랑스어 강사로 왔던 에밀 마텔은 “눈길을 확 끌지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 페르시아 도기(陶器)라면, 눈길을 끌지 않으려고 애쓰는데도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조선의 질그릇”이라고 했다. 또 도예가인 고 우송 김대희 선생은 “어쩌면 도공이란 누구보다 흙의 마음을, 또 흙의 고집을 읽어내는 존재”라며 “그 마음의 특성을 따라 나는 그렇게 흙들이 제 길을 가게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옹기와 장독들은 여인들의 손길과 정성에 의해 독보적인 한국의 멋이 되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새 옛일이 되고 말았다. 이창희 작가의 발품과 뷰파인더에 의해 사라져가는 장독대의 멋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이창희 작가의 작품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고 필자가 생각한 것 두세 가지가 있다.
첫째, 그는 평사리가 있는 하동 악양면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는 ‘고향 까마귀’를 만났다는 식의 지연적 이끌림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그의 사진에서 보이는 빛과 어둠, 선과 면, 그리고 시간과 삶의 궤적은 여느 작가들의 그것과는 분명 달랐다. 뷰파인더를 통해 종이에 담아낸 사물에서 노출된 것과는 다른 시간적·공간적 궤적과 자취가 드러나 보였던 것이다. 이는 작가가 악양 이라는 지리산 자락의 깡촌에서 나고 자란 덕분이 아닐까. 필자는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무심한 듯 한쪽 귀퉁이에 놓여있는 사물을 발견하고 그것의 가치를 알아본 그의 시선을 신뢰한다. 시골을 잘 아는 이가 아니면 찾아내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그가 적멸의 시간 앞에 상하여 바스러지는 시간의 풍경을 담아낸 데에서 아득한 시원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둘째, 그의 작품이 숨을 쉬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의 장독은 보이지 않는 숨구멍이 있어 공기와 빛이 드나들고, 이는 김치와 장을 맛있게 발효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인들의 주요한 부식인 김치와 각종 장들이 들어있는 장독들의 모습만 보면 그 집의 살림살이가 어떠한지 단번에 알 수 있거니와 안주인의 손끝이 여문지 그렇지 못한지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장독대가 없는 한국 농촌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집안에 어머니가 없는 것과도 같아서 메마르고 부실하며 살풍경한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어머니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숨구멍 역할을 하며 서로 맛있게 잘 익어가도록 한다. 작가가 포착해낸 사진 역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숨구멍이 있어 관객과 사진 속 사물이 조화롭게 익어가도록 해준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보노라면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우며, 스스로가 맛있어지는 느낌을 갖게 한다.
셋째, 더러워지고 흠집이 생긴, 급기야 깨어진 사물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히는 장독이 훼손된 모습은 유난히 고통스러웠던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는 듯하다. 어떤 역사는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었고, 어떤 역사는 여기저기 생채기가 났으며 더럽혀지기도 했다.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거나 직시하는 시선은 고통을 이기고 순순히 받아들이며 마침내 따뜻하게 끌어안게 만든다. 그렇게 버려지거나 방치된 것들을 찾고 뷰파인더에 담아낸 작가의 노력은 신뢰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3…
필자는 사진작가나 평론가도 아니고 사진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한다. 따라서 이창희 작가의 작품에 대해 제대로 해설할 수 있지 않다. 다만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에서 느꼈던 아름다움과 따스함, 질박함과 평화로움, 그리고 시원을 향한 향수와 신비로움을 함께 맛보길 권한다. 사진 앞에 서면 알 수 없는 기시감과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잔함에 그대들은 시선을 뗄 수 없을 것이다.
하아무(소설가)
프로필(이창희)
이창희(changhui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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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and.us/@chleephoto(밴드페이지 이창희 사진바구니)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현)
사진전
2017 그룹 회원전(경남)
2018 아카데미 회원전(경남)
2019 러시아연방 바시끼리 사진협회 초청전(러시아우파 민속박물관)
제7회 국제캘린더 사진전(서울 허브갤러리, 명동 소테츠호텔)
變·伸 한지프린팅페스타전(강원도 원주한지테마파크)
그룹 회원전(경남)
2020 개인전(서울 허브갤러리)
개인전(경남사천 정미소갤러리-공간 쌀)
2020 제8회 국제캘린더 사진전(인사동, 마루본관 2층 아지트갤러리)
2020 5인전(경남사천 정미소갤러리-공간 쌀)
2020 5인전(경남진주 진주시청내 갤러리 진심1949)
2020 500인 크리스마스 선물전(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2021 인사동 사진상회 그룹전(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2021 한밭 사진상회 그룹전(대전, 갤러리 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