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하마을인근 '대통령길'을 걷다
화포천 새벽 물안개 환상적
김해 화포천의 새벽안개가 아름답다길래 사진동호인들과 함께 다녀왔다. 11월 19일(금) 밤11시 서울 출발, 차에서 자는둥마는둥 5시간이나 걸려 다음날 새벽 4시 김해 화포천 습지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세상사가 모두 그렇겠지만 사진 역시 부지런한 새가 좋은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현장에 도착해보니 역시나 새벽물안개가 방문자들의 감성을 휘저어놓는다. 주변의 낮은 산과 수목들 사이로 물안개가 내려 무릉도원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밤잠 못자고 무려 5시간을 달려 온 피로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순간이다.
낮에 안개가 사그라든 후 산책로를 걸어보니 다른 생태습지공원에 비해 특별한게 별로 보이지않는 평범한 습지생태공원이다. 그런데 왜 사진작가들이 이곳에 열광할까? 바로 새벽안개 낀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산책로를 걷다가 색다른 안내표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이 '대통령의 자전거길'이란다. 고(故) 노무현대통령께서 자주 자전거를 타고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화포천에서 봉하마을까지는 거리가 불과 1.6km 밖에 떨어져 있지않다. 또, 총 7코스, 26.2km에 이르는 '화포천 아우름길'이라는 둘레길 안내판도 보인다. '화포천 아우름길'은 국내최대 하천형 배후습지인 화포천을 따라 만나는 생명, 역사, 삶을 아우르는 트레킹 코스이다. 이 코스 중에는 '대통령길' 구간도 있다. 제2코스인 '대통령길'은 4.0km의 둘레길로서 봉하마을-봉화산길-화포천습지생태공원-봉하마을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문득 영국 런던에 있는 '여왕의 길'이 생각난다. 런던 테임즈강변에는 '여왕의 길(Queen's Walk)'이라고 부르는 산책로가 있다. 버킹검 궁전에서 가까운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에서 타워브리지에 이르는 강변산책로가 그것이다. 런던 아이-워털루 브리지-테이트 모던 갤러리-런던 시청-타워 브리지-런던 탑에 이르는 런던 시내 산책로 중 가장 유서 깊고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이다.
도로명이나 예쁜 산책로 등에 그곳과 연고가 있는 유명인들, 이를테면 시인이나 소설가, 화가, 음악가, 과학자 등의 이름을 붙이면 참 좋아보이는 데,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비록 대통령을 지낸 분이라 할지라도 자기 진영이 아니면 극도로 싫어하거나 비방 일색인 우리나라 풍토가 참으로 안타깝다. 생존인물의 경우에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過가 좀 있다고 하더라도(功도 당연히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이 싫어할 정도로 過가 너무 지나칠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한 관대했으면 하는 게 필자의 솔직한 바램이다. 암튼 풍경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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