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사진축제가 대단원을 내렸다. 이 전시회의 중요성과 의의를 되짚어 김남진 총감독의 인터뷰 동영상과 함께 이 사진축제의 의미를 수회에 걸쳐 연재한다.
“현대사진에서 중요한 담론인 실재의 문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는 현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무엇이 현실이고 가상인가 하는 시각적 경계에 대한 질문임과 동시에 우리 를 둘러싼 실재를 새로운 사진적 현실로 구현해내는 사진가들에 대한 탐색이다”
사진 비평가인 앤디 그룬드버그(Andy Grundberg)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후의 포스트모던 사진의 전개를 '실재의 위기(The crisis of the real)'라 언급하며 사진적 재현의 위기를 진단했다.
디지털 사진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진가들이 현실을 충실히 기록하여 보여주기 보다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변형시키거나 시간과 장소의 흔적을 조작하는 등 사진의 본질마저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진가들은 현실과 가상의 사이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사진적 현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즉 사진가들은 현실 공간을 복제하여 새로운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실재의 흔적이 사라진 곳에 디지털 픽셀로 그 실재를 채워가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들은 실재의 상실이 가져다 준 이러한 사진 속 현실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디지털기술 시대에서 현실성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사진은 눈에 보이는 현실과 디지털 사진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현실성 사이에서 사진의 새로운 비전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실재의 우회’임과 동시에 또 다른 실재의 탄생이기도 하다.
섹션1: 재현의 위반(Transgression of the Real)
참여작가: 안드레아스 게펠러(Andreas Gefeller,독일), 요제프 슐츠(Josef Schultz,독 일), 크리스티안 보그트(Christian Vogt,스위스), 콘차 페레츠(Concha Perez,스페인), 김도균, 백승우, 이명호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포착하여 만들어낸 사진 이미지들 속에서 현실 그 자체와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현실을 인지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일상적인 혹은 상업적인 공간들을 기하학적인 요소로 구성된 중첩적인 면으로 정교하게 구축해낸 사진들은 현실의 공간을 보여주면서도 그와 동시에 가상 공간을 바라보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 언뜻 보아 동일한 시공간에 놓여질 수 없는 두 개의 공간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듯한 사진들은 시각적인 환영(illusion)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익숙한 현실의 공간이나 사물이 원래의 문맥을 벗어나 갑자기 낯설게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사진 이미지들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라는 문맥을 벗어나 새로운 감수성에 기반한 독특한 형식 속에서 관객들이 사진속의 대상 혹은 공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도록 한다.
우리는 이 사진들 속에서 가상 없이 실재의 분명한 파악은 불가능함을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이 이해되는 방식과 보는 것과 보이는 것 혹은 아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분명한 간극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간결한 기하학 공간 구성과 건축물이 놓여 있는 자연공간을 디지털 리터칭으로 재구성한 슐츠의 작업은 픽션화된 가상의 현실감을 느낄 수있다. 이러한 가상의 현실감은 실재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것이 아니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사물의 일부분을 수백, 수천장을 찍은 후 디지털로 재합성하여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펠러의 작업은 사진의 재현성을 계승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재 공간들을 세분화시켰다가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난다. 공간의 실재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2011서울사진축제
▣ 전시기간: 2011. 11. 2 ~ 2011. 11. 30(29일간)
▣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 참여작가: 총 22명(국내 작가 10명, 국외 작가 12명), 총작품수 77점
▣ 총감독: 김남진
▣ 큐레이터: 손영실(책임큐레이터), 양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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