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탕카멘 : 파라오의 비밀> 황금마스크 발견하던 찬란한 순간, 11월 26일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 기념
사진제공: 디커뮤니케이션 (D Communication)
“촛불이 닿자 어둠이 녹아내리며 사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이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그 짧은 순간 동안 나는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가 좀 보입니까?’ 카나번 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저, ‘예… 근사한 것들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하워드 카터)
건조하고 직설적인 문체, 약간 어색하다 느껴지는 과장법을 구사하는 하워드 카터는 천생 고고학자이지 문장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 어색한 글에서도 모든 고고학자들의 꿈이라고 할만한, 도굴되지 않은 파라오의 무덤을 발견한 순간의 흥분만은 생생히 전해진다. 당시 발굴된 고대 이집트 왕실의 화려함을 온전히 증언하는 수천 점의 유물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투탕카멘의 미라에 씌워져 있던 황금 가면이었으며, 카터는 이 황금 가면과 마주하는 장면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 눈앞에서 황금 관의 내부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신중하게 만들어져 인상적이고 깔끔한 모습을 한 미라였다. 미라 위로는 관의 겉면과 마찬가지로, 세월에 의해 응고되어 검게 변한 엄청난 양의 제례용 고약이 부어져 있었다. 이 고약 탓에 전반적으로 어둡고도 침침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는 것은 번쩍이는, 누군가는 찬란하다고도 말할 만한, 머리와 어깨를 덮은 채 광택을 발하는 황금 가면 혹은 왕의 모사품이었다.”(-하워드 카터)
도굴되지 않은 왕묘는 놀라온 고고학적 발견들이 넘쳐나는 이집트에서도 그 예가 흔치 않았던 만큼, 카터의 발견은 즉각적으로 학자들과 매스컴이 주목을 끌었고, 매스미디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사회 흐름과 만나 카터의 무덤 발굴 소식은, 서구사회에서 “이집트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형성된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학문으로서의 이집트학이 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이 되었으며, 현대 이집트학의 기반이 되었다.
2021년 11월 26일은 이 고고학적 성과가 이루어진지 햇수로 100년이 되는 해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집트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는 벌써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한국도 지난 6월 22일부터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서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시작됐으며 내년 4월까지 지속된다. 이집트 정부 지원으로 과학자, 장인, 무대예술가 등 많은 전문가들이 당시 상태 그대로 재현한 유물 13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발굴 이후 각지로 분산되었던 사료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로 뉴욕, 파리, 뮌헨 등을 순회하며 현재까지 전 세계 누적 관람객 1000만 명을 기록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이자 이집트 문화의 상징이 된 투탕카멘의 무덤과 부장품을 한자리에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돼있는데, 5000여 년의 이집트 역사를 한눈에 정리하고 투탕카멘의 통치 당시 18왕조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며 투탕카멘 무덤의 발견에 도움을 준 역사적 흔적들을 집중 조명하는 첫 번째 섹션, 무덤의 각 방을 재현한 공간에 부장품들을 발굴 당시 그대로 배치하여 전시하고, 발굴 현장의 숨은 에피소드를 전하는 두 번째 섹션, 마지막 섹션은 11킬로그램의 순금 제작 황금 마스크와 황금 관, 미라 등 투탕카멘의 영상을 위해 무덤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건부터 직접 사용한 온갖 부장품이 호화롭게 펼쳐진다.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은 “가장 높은 공신력을 가진 이집트 복원 방식으로 재현된 본 전시가 진품들의 실제 물리적 상태를 거의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유물을 만날 때 느끼게 되는 감동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줄 것이다. 단순히 유물의 화려함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투탕카멘 무덤의 발굴 과정을 이야기함으로써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100년 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무덤을 발굴하던 당시 느꼈을 희열과 흥분을 함께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관람객 모두에게 오디오가이드 또한 무료로 제공되는데, 단순한 설명을 넘어 전문 성우의 멘트를 대화식으로 구성해 몰입감을 높였으며 어린이용은 더욱 쉽고 재밌게 구성했다. 유물뿐만 아니라 당시 이집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설명까지 더했으며, 일부 전시물의 경우엔 영상 가이드까지 더해 생생하게 이해를 돕는다.
▶Info
장소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
기간 ~2022년 4월24일
티켓 성인 1만9000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3000원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문의: 디커뮤니케이션 02-332-8011
대표작품
전실/현실
사당/속관
황금마스크/전시장전경
참고내용
참고1. 투탕카멘(King Tutankhamun) 기원전 14세기에 활동한 이집트의 파라오, 1333-1323 B.C 재위
“온 사방이 황금빛으로 번쩍였고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1922년 영국의 이집트 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고스란히 남아있던 무덤으로 유명하다. ‘아마르나 혁명’을 이끈 선왕 아케나텐이 사망한 뒤 어린 나이에 즉위했으며, 즉위 후 후 그의 아버지의 개혁을 무위로 되돌리고, 전통 종교와 예술 양식을 되살렸다. 투탕카멘의 사망 후, 호렙헵이 왕위에 오르며 ‘아마르나 시대의 왕들’ 은 왕의 명단에서 지워지고 공공연한 비난을 받았다. 그 결과 투탕카멘의 무덤 역시 서서히 잊혀져 갔으며, 그의 기념비와 업적 또한 호렘헵에게 강탈당했다. 제 20왕조에 이르러 람세스 6세의 무덤이 준공될 때,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돌 부스러기가 바로 아래 위치한 이 젊은 왕의 무덤을 완전히 덮어 버린다. 그 때문에 제 20왕조 말에 대규모로 자행된 약탈을 모면했고, 후대 사람들이 왕들의 계곡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그 위치를 발견할 때까지 거의 그대로 보존되었다.
참고2.하워드 카터(Howard Carter) 이집트 고고학자, 영국, 1874-1939
“봉인된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열자 우리 앞의 수십 세기가 사라졌다.”
1922년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투탕카멘왕의 무덤을 발견했는데 이 발견은 이집트학에서 가장 풍부하고 유명한 공헌으로 꼽힌다. 하워드 카터는 17세에 영국이 후원한 이집트의 고고학 조사에 참여하며 이집트에 첫 발을 들인다. 1893-99년 고대 테베에 있는 하트셉수트 여왕의 계단식 장제전의 조각과 명문을 실측한 뒤, 이집트 고대유물국의 수석조사관으로 일했다. 1902년 왕들의 계곡에서 발굴을 감독하다가 하트셉수트 여왕과 투트모세 4세의 무덤을 발견했으며, 1907년부터 카나번 백작 5세와 협력하기 시작한다.
그는 1922년 11월 4일 나중에 투탕카멘왕의 무덤으로 밝혀진 유적의 첫 실마리를 발견했으며, 이후 10년 동안 카터는 그 내용물을 기록하고 운반하는 일을 감독했는데, 이곳에서 발굴된 대부분의 유물은 현재 카이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별첨내용
별첨.
이집트서 3000년 된 전설의 황금도시를 발견한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 박사가 전하는 <투탕카멘 : 파라오의 비밀> 展
투탕카멘의 유물과 무덤을 재현하여 경험하게 하는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집트 국립 고대유물 관리청 장관으로 재직 중일 때 투탕카멘의 유물 중 진품 50여 점을 ‘투탕카멘과 황금기의 파라오들’이라는 주제로 월드투어 전시를 주최한 적이 있었던 저로서는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진품이 없는 전시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 새로운 전시에 초청받아 갔을 때 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재현된 유물과 무덤의 여러 부장품, 그리고 그 유물을 보여주는 방식은 이전의 그 어떤 투탕카멘의 전시에서도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이뤄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 투탕카멘의 발굴은 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들만 그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발굴 후에는 뿔뿔이 흩어졌던 그 유물과 가치를 종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없었습니다. 오늘날 투탕카멘의 유물 대부분이 카이로 박물관에 전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고대 이집트 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수많은 상징과 복잡한 제례 절차와 부장품이 보여주는 종합적인 연속성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이 전시는 발굴 당시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벽화부터 황금마스크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고, 이집트 역사학자의 고증을 통해 이집트 장인들의 손을 거쳐 제사 도구들이 정교하고 세밀한 부분들까지 복원되었습니다. 또한 무덤에서 발견된 천여 개의 보물들과 벽화에 대한 뛰어난 그래픽과 영상, 그리고 충실한 해설은 더 교육적이고 흥미로운 전시로 투탕카멘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를 흥미롭고 깊이 있게 보여주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조심스럽지만 저는 이 컬렉션이 수천 년의 세월을 지내온 진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별첨.
투탕카멘과의 만남, 그 흥분과 희열의 순간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투탕카멘 무덤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발견된 것은 1922년 11월 4일의 일이었다. 이 날 하워드 카터는 일기장에 ‘무덤의 첫번째 계단들이 발견되었다.(First steps of tomb found.)’라고 무덤덤하게 쓰고 있다. 그런데 쓰여진 문장의 내용과는 달리 그가 글씨를 쓴 방식은 마냥 덤덤하지만은 않다. 그는 평소와는 다르게 일기장의 줄에 맞춰서 글씨를 쓰지 않고 대각선 방향으로 문장을 써놓았다. 이렇게 비스듬히 쓰여진 그의 필체에서는 이 노련한 고고학자가 당시 느꼈을 흥분이 1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서 생생하게 전해진다.
카터는 투탕카멘 무덤을 찾기 위해서 5년이 넘게 ‘왕들의 계곡’에서 조사를 해오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커다란 성과는 없었던 만큼, 그의 후원자였던 카나본 백작은 기다리다 지쳐 1922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터였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그렇게 고고학자의 오랜 노력 끝에 ‘최후의 순간’에 극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런 만큼 카터는 굉장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카터의 1922년 11월 4일 일기
투탕카멘 무덤 발굴은 이집트학(Egyptology)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투탕카멘 무덤은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된 유일한 왕묘는 아니다. 1940년 대에 프랑스의 고고학자 피에르 몽테(Pierre Montet)에 의해서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 있는 타니스(Tanis)에서 발굴된 21, 22왕조의 시대의 왕묘들도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들 무덤의 보존 상태, 그리고 유물의 양과 화려함은 투탕카멘 무덤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투탕카멘 무덤 발굴은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 무덤의 발굴을 통해서 후대 파라오들의 의도적 파괴행위로 그 흔적이 상당수 사라져버린 ‘아마르나 시대’의 전모를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투탕카멘의 아버지인 아케나텐(Akhnaten)은 이데올로기적-정치적 혁명을 시도했는데, 이 ‘역사적 일탈’을 인정할 수 없었던 후대의 파라오들은 일반적으로 ‘아마르나 시대’라고 불리는 아케나텐에서부터 투탕카멘을 거쳐 아이(Ay)의 치세에 이르는 시기를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고자 했었다.
또한 투탕카멘 무덤 발굴은 그동안은 그림이나 문헌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었던 파라오들의 부를 실제 유물들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에 더해, 이 발굴은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크게 증폭시키기도 했는데, 이런 고대 이집트에 대한 뜨거운 대중적 관심은 이집트학을 하나의 당당한 학문 분과로 존재할 수 있게 해준 든든한 사회적 바탕이 되었다.
이집트의 문화재들은 많은 숫자가 오래도록 서구 열강에 의해서 이집트 밖으로 유출이 되었다. 그러나 투탕카멘 무덤 출토 유물들은 모두 다 이집트에서 그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 유물들은 이집트 최고의 문화재들인 만큼, 이집트 밖으로 반출되는 법이 없다.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수의 유물들이 아주 제한적으로 해외 순회 전시에 포함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나 순금으로 만들어진 황금 관 같은 유물들은 오로지 이집트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즉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온전히 만나기 위해서는 이집트에 직접 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집트학의 불모지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에서 투탕카멘의 유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아주 좋은 기회가 생겼다. ‘발굴 100주년 기념 특별전, 투탕카멘: 파라오의 비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들은 비록 복제품이기는 하지만, 가장 높은 공신력을 갖고 있는 방식으로 재현된 작품들이다. 그런 만큼 진품들의 실제 물리적 상태를 거의 그대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유물을 만날 때 느끼게 되는 감동도 고스란히 느낄 수 만든다. 전시의 구성 또한 단순히 유물의 화려함만 보여주는 주는 것이 아니라 투탕카멘 무덤의 발굴 과정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를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이 전시를 찾는 많은 분들께서 하워드 카터가 1922년, 무덤을 발굴하던 당시 느꼈을 그 희열과 흥분을 함께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