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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개인전 <화성을 훔친 남자> 토포하우스 제2전시실
2021.12.8(수) - 12.14(화)
토포하우스 제2전시실
문의 : 토포하우스 대표
오현금 010-3115-7551
神話-通靈神明 澤風山雷(신화-통영신명 택풍산뢰), 210x149cm, 종이에 먹과 주사, 2011
神話-通靈神明 天地水火(신화-통영신명 천지수화), 210x149cm, 종이에 먹과 주사, 2011
김종원 작가는 현대회화의 원형을 글씨에서 찾는 작가입니다. 그는 서화의 원형을 텍스트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는 서화동체(書畵同體)를 추구합니다. 문자의 삼요소인 소리, 형태, 의미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서예의 미학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글자의 기원이 되는 갑골문자는 천지신명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졌기에 작가는 조형에 주술과 치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먹으로 표현된 검정색 지구 위에 경면주사의 붉은색으로 만들어진 형상과 함께하는 화성 여행에 초대합니다.
작가 노트
言語에 靈性이 생기면 詩가 되고 筆線이 靈性을 띠면서 劃이 된다.
필획에 형세가 어리면 骨氣를 이루고, 골기는 動的形勢가 靜的形態로 머문 것이다. 이것은 中의 상태에 해당하여 심미표현의 근원이자 근본이다.
골기의 전개가 붓의 운용으로 운필법과 용필법이 된다. 書는 애초부터 행위의 전개로서 주체성을 가지고 사유를 표현한다.
그 표현의 결과로서 문자의 형성에 관여하고 동시에 문자의 심미표현을 주관한다. 따라서 書는 思惟를 표현함이며 그 표현이 문자의 형성과 심미전개를 주체적으로 이끌어 書의 예술성을 완성한다. 인간의 모든 사유의 주체적 전개가 書 행위에 관여되어 있다
書畵同源이거나 詩書畵 一律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공자의 興於詩는 詩에 어린 靈性을 감발하여 심미적을 전개함이고 立於禮는 그 전개가 절도에 맞아 인성을 이룸이며, 成於樂은 그 인성의 조화로운 전개가 초월성을 띠는 것을 말한다.
즉 인성의 완성이 미적 완성이라는 의미이자 미의 완성은 동시에 대자유의 획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美는 自由이다. 從心所欲不逾矩는 대자유의 전개로서 심미경계의 지극함을 말한다
書는 사유의 결과로서 자유를 심미적으로 전개한다.
평론(발췌)
용, Fly on the Mars
실존과 초월의 다천 일획론一劃論
이동국/예술의전당 수석큐레이터
무당의 핸드폰
다천 김종원의 예술은 언어(言語)의 원점회귀다. 그림의 원형을 서(書)에서 찾아낸다. 글의 의미를 문자 본래의 주술성(呪術性)에 버무려 서적(書的) 필획(筆劃)언어로 재해석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천의 계문(契文)을 보자. 서(書)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 생각의 선(線) 긋기, 이를 서(書)라고 부르자. 서(書)는 문자(文字)이전의 문제다. 문자의 선긋기, 이를 획(劃)이라고 부르자.”
보통 서(書)는 문자이후의 문제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천은 정반대로 뒤집어 그 이전임을 직관(直觀)해내고 있다. 일상을 뒤집는 이런 생각 자체가 초월적(超越的)인 정신경계다. 그래서 다천의 작품세계는 태생부터가 서화동체(書畵同體)를 문제 삼는다. 즉 텍스트와 이미지가 미분화된 채, 글씨 너머 그림, 소리, 몸짓까지 작가 자신이 샤만이 되어 우주와 혼융일체(混融一體)로 내통한다.
“순간이동(瞬間移動) / 축지법(縮地法) / 엘리베이터 / 핸드폰 / 꿈의 현실화 / 무서운 미래 / 빌자! ”
다천의 필획(筆劃) 직관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다 더듬고 짚어내고 있다. ‘팔주령’대신 ‘핸드폰’으로 시공간(視空間)을 접어버린 지금 세상만 하더라도 그렇다. ‘꿈’과 같은 초월세계를 역으로 ‘현실화’ 시켜버린 현실에서 ‘무서운 미래’이니 ‘빌자’한다. 그래서 다천의 붓질은 대적이기보다 기도다. 축지(縮地) 축시(縮時)로 문자의 영성(靈性) 신성(神性)을 마음대로 호출해내는 일종의 부적(符籍)내지는 주술(呪術) 지팡이가 다천의 붓질이다. 예술이전에 우리의 삶 자체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하나라는 것, 즉 역사전통, 현대, 미래는 물론 동양과 서양마저도 애초부터 일체임을 실존의 지구를 넘어 우주차원에서 붓질로 증거해내는 것이 다천의 예술이다.
그래서 다천의 작품은 ‘초월(超越)’에 가서야 제대로 해독된다. 초현실은 물론 초월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일상에서 일상을 뛰어넘는 각성(覺性)의 언어(言語)에서 찾아진다. 자아를 넘어선 초자아, 이성과 감성내지는 감각 경험 인식의 세계를 넘어선 꿈이나 신성(神性)의 영역을 두드리고 놀아나는 다천의 붓은 그래서 구원이자 대자유이고, 유희(遊戱)의 결정이다.
보통 그림의 경우 초현실은 시공간(視空間)의 질서를 와해시키는 데에서 찾아진다.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로 각인된 <기억의 지속>이 그렇다. 익명작가가 실존의 산과 바다를 전복시켜 꿈이나 판타지로 그려낸 민화 <관동팔경도>나 유가(儒家)이데올로기의 이상을 노래한<충효(忠孝)문자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세계의 부정내지는 초월의지는 제국주의침략과 전쟁과 같은 폭력이 이성이 지배하는 기존 문명질서를 깡그리 파괴한데에서 촉발하였다. 서구의 입체파(立體派)나 다다(Dada)의 조형언어가 그 소산이다. 이들 그림은 사실주의 대신 주로 추상화된 평면(平面)공간을 순수조형 위주로 경영해낸다. 이점에서 다천의 조형언어는 근본 그림이자 글씨가 아닐 수 없다.
벤츠와 공자孔子
하지만 문제는 서(書)언어의 초월성 규명이다. 기본적으로 점획(點劃)자체가 추상인 서(書)는 그 자체가 초월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문자의 텍스트/내용을 넘어 초현실 내지는 초월적인 세계를 필획 해 낸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여기서 관습적인 서(書)에 대한 인식의 도약이 요구된다. 애초부터 내용과 조형이 한 몸인 문자(文字)는 서(書)의 존재이유이기도 하지만 타도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천에게 있어 초월은 서(書)를 밟고 서를 넘어서는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 다천의 신성(神性), 즉 영성(靈性)의 원천은 무(巫)를 베이스로 서(書)에서 배태된 획(劃)/스트록(stroke)이다. 즉 무(巫)에서 배태된 영성(靈性)은 필획(筆劃)을 타고 그림과 글씨로, 유불도는 물론 현대의 서구문명까지, 급기야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종횡무진 날아다닌다. 내용과 조형을 일체(一體)와 해체(解體)로 불이(不二)의 서(書)의 신작로를 무한대로 내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다천의 영성(靈性)내지는 혼령(魂靈)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시렁 위의 공자(孔子)가 / 도포먼지 틀고 내려와 / 갓 끈을 고쳐 매고는 / 벤츠 몰고 / 고속도로 질주하네. / 그것도 과속으로 / 꿈인가.”
“뜰의 늙은 매, 등걸은 청동(靑銅)인데 혼(魂)이 든 날, 벌이 날아들더이다. 우리도 벌통두자! ”
현실과 초현실이 뒤범벅된 현실에서 이성의 한계를 다천은 이렇게 실토한다. ‘벤츠 모는 공자’ ‘고매(古梅)와 벌’과 같이 고도의 상징너머 있는 문명비판(文明批判)내지는 유희(遊戱)의 세계가 다천의 시공간이다. 여기서 혼(魂)은 당연히 꽃이겠다. 이것은 ‘이빨에 털이 난[板齒生毛] 선지식들의 초월의 세계와도 직통한다. 그렇다면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초월적인 시어(詩語)를 바탕에 두고, 그 영성이 필획/스트록을 공통분모로 하면서 서(書)와 그림으로, 즉 쓰기와 그리기일체로 여하히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보자.
할喝
먼저 <획(劃)으로부터 - 곡신불사 谷神不死>(2021)다. 화면이라는 우주공간은 필획 비바람이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글씨 이전에 그림이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하나로 붙었다. 건(乾) 곤(坤)이 온통 필묵으로 요동치는 바다다.
첫 글자 ‘풍(風)’을 허블망원경으로 당겨보자. 구불구불 얽히고설킨 필획의 중첩(重疊)은 기운의 돌풍(突風) 그 자체다. 붓이 몸이 된 추사체(秋史體)의 굴신(屈伸)의 필획(筆劃)이 창출해내는 ‘괴(怪)’의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다. 추사가 이것은 더 이상 ‘글씨가 아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따지지 마라[非以書爲也. 工拙又不計也.]’한 그대로다. 다음은 ‘우(雨)’자다. 급기야는 정체불명의 태초의 암흑물질(暗黑物質)과도 같은 숯 껌정이 다천의 몸 기운과 일체로 폭우(暴雨)로 ` 쏟아진다. 이내 혼돈의 우주는 공기 물기의 카오스모스 그 자체다. 138억 년 전 우주탄생의 모습이 이러 했을까. 아니면 45억 살 나이의 지구라는 별이 생명을 얻는 지점이 이러했을까.
“風雨當日君何在 無雲 . . . 비바람 휘몰아치는 그날, 그대는 어디에 . . . .”
‘그대가 어디에 있는지’ 더 이상 문자 해독(解讀)으로는 찾을 수 없다. 차라리 해독자체가 무의미 하다. 의미가 날아간 글자는 이내 그림이 된다. 이미지만 남아 그대 군(君)을 찾아 헤맨다. 글자와 그림이 뒤범벅된, 그래서 일상의 텍스트로 일상의 텍스트를 초월한, 텍스티미지(Textimage)세계가 바로 여기다. <획(劃)으로부터 - 곡신불사 谷神不死>는 추상 이미지만을 주로 문제 삼는 서구의 추상표현주의(抽象表現主義)와는 다른 지점에 와 있다. 키보드치기시대 자판(字板)의 기계성까지 품어내는 시서화(詩書畵)일체내지는 문자도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자 따로 그림 따로 다천 예술을 해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천의 서화(書畵) 즉, ‘그림 글자 집’은 스트록이라는 필획(筆劃)을 기둥으로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된다. 그것도 그림과 글자의 고갱이, 원점에서 시추해낸 획(劃)/스트록이다. 석도(石濤, 1642-1707년)의 말대로 태고(太古)의 무법(無法)에서부터 폭발하는 태박일산(太樸一散)의 순간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의 바탕이고, 모든 현상의 근원을 노래한다. 석도의 ‘일획론(一劃論)’ 또한 여기서 제대로 해명된다. 원형질(原形質)의 태박(太朴)이 흩어져 법(法)이 생기고, 그 법이 다시 일획으로 드러난 것이나 원래 하나인 본질이 다양한 모양으로 분산되어 나타나는 작용(作用)의 관계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다천의 일획은 다천의 깨달음, 즉 초월의 다른 말이다. 여기에는 물(物)과 아(我)의 분별도 교(敎)와 선(禪)의 차이도 없다. 무법(無法)이 곧 법(法)이고, 닮지 않은 닮음이 그것을 닮은[不似之似似之] 원융(圓融)의 대자유 세계다. 이런 맥락에서 다천의 일획에서는 ‘성(性)이 일어나서 법(法)으로 드러나며, 그 불기하는 법은 성기(性起)로부터 드러난 것’이라는 화엄종의 가르침도 들린다. 그래서 다천의 필획은 인간이 45억 살의 지구에서, 아니 그보다도 더 이전 138억 살 우주에서 처음 언어(言語)한 때로 무한 깊이와 넓이로 소급되면서 그림 글씨가 물과 기름처럼 남남이 된 2021년 우리시대 현실인식을 여지없이 내려치면서 깨부수는 필묵작대기가 된다. ‘할喝’이다.
옹알이
하지만 다천의 일획은 몸짓 옹알이 - 그림 - 상형문자 – 전서 - 예서 – 해행서 – 초서를 거쳐 다시 태초의 일획으로 원조회귀(元祖回歸)된 존재라고 하는 지점에서 현대미술에서 미니멀 내지는 단색화로 발언하는 여타작가의 일획과 다르다. 사실상 인간이 창조한 문자의 궁극이라 할 ‘정음(正音)’이 증거 하듯 말과 그림이 하나 된 문자(文字)는 인간 언어의 막차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몸 언어와 말 언어, 그리고 그림언어 이후 문자언어로 진화해 왔다. 몸 말 그림은 각각 신체 귀 눈으로 감각하지만 문자는 눈과 귀, 즉 시청각(視聽覺)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해독된다. 다시 말하면 그림언어는 인간이 이 지구상에 던져지면서 언어(言語)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컨대 다천이 붓을 잡고 50여년 돌고 돌아 온 곳이 바로 문자의 새벽 지점인 일획이다. 애초 그림 글씨가 분화되기 이전의 상태로서 모든 언어의 본적/원적이다. 혼돈(混沌)의 필획(筆劃)만이 난무(亂舞)하는 태초(太初)의 천지창조(天地創造)의 시공(時空)이다. 그래서 다천의 <획(劃)으로부터 - 곡신불사>는 애초 노래다. 점(點) 하나 획(劃) 하나를 찍고 긋는 것 자체가 정신의 율동(律動)이다. 이러한 정신의 율동은 자기의 호흡 맥박은 물론 혈(血)의 순환이 자기의 리듬과 일치되어 나와야 함은 당연하다. 고요함과 움직임, 즉 정(靜)과 동(動)의 조화로 길러진 정신의 율동이 다름 아닌 생명(生命)의 근원작인 모습이다. 그래서 신운(神韻)과 영기(靈氣)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잡히지도 않으면서 언제나 조화의 필획지간(筆劃之間)에서만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다천의 그림이 노래가 시(詩)인 문(門)으로 먼저 들어가야 제대로 해독해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하면 다천의 그리기는 시(詩)의 의미를 이미지로 번역하여 쓰 내는 행위이다. 그리고 쓰기와 그리기의 불가분의 관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천의 예술은 시서화일체 내지는 서화동원의 현대적인 계승을 넘어 아예 전복시키는 지점에서 그 본질이 제대로 해독된다.
붉은 비
좌우지간 다천의 <획劃으로부터 - 곡신불사>는 지구에서 내리치는 먹물바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내 붉은 비가 죽 죽 죽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화성(火星)으로 날아간다. <적우(赤雨) - 풍신영가 風神詠歌1>(2021)를 보자.
所恨芳林寥落甚
春蘭秋菊不同時
글자의 형상마저 완전히 뭉그러졌다. 초서인지 상형문자인지 분간을 불허한다. 문법이며 텍스트의 일방통행내지는 선형성은 무용하다. 문장을 읽어낸다는 것은 할 일 없는 짓이다.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 녹아내리는 시계가 광란의 실존을 초현실로 돌려버렸다면, 다천의 <적우>에는 노신(鲁迅)의 <우성偶成>이 허물 허물 해체되어 급기야는 필획의 고갱이만 난무(亂舞)한다. 무의식속에 무수한 필획만이 무작위로 동어반복 된다. 시서화일체가 아니라 시(詩)도 서(書)도 그림도 없다. 해체된 문자는 시도 서도 그림도 아니다. 쏜살같은 화살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혼돈의 시공간이다. 시공간이 아예 없는 우주 대폭발의 지경이 이러 할까.
다시 <적우(赤雨) - 풍신영가 風神詠歌2>(2021)를 보자. 보이는 것은 오직 붉고 검은 필획(筆劃)의 무한 율동(律動) 파동(波動)뿐이다. 이런 필묵 쓰나미는 급기야 태양계를 넘어 온 우주로 넘쳐흐른다. 영기(靈氣)가 넘실대는 바다다.
온통 적토(赤土)에다가 붉은 하늘이 끝이 없다. 광활(廣闊)한 천지무변(天地無邊)의 산하(山河)에는 억겁의 비바람이 일고 또 일고 출렁인다. 흙먼지의 회오리에다 골마다 뼈를 녹이는 광풍(光風)이 휘몰아친다. 양 가장자리에는 138억 살의 용이 뒤태를 드러내며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이 생명체가 필시 용(龍)이리라. 쏟아지는 억년의 적우(赤雨)속에 당장이라도 용트림을 하고 하늘로 오를 태세다. 지구에서 용(龍)은 존재론적(存在論的)인 존재이지만 퍼스피어란스가 날아간 이곳 화성에서는 실존적(實存的) 존재가 된다. 이제 다천이 필획(筆劃)으로 펼쳐내고 있는 우주탐사는 지구의 판타지/초현실(超現實)을 화성(火星)의 실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 내고 있다. 이 점에서 다천의 <용 - 통령신명>은 신화(神話)에서 우주과학이 되기도 한다. 결국 김종원의 그림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세계를 눈으로 귀로 그려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구 화성 우주마저도 시공(時空)을 접고 무한대로 넘나들고 있는 것이 다천의 초월적 필묵언어다.
불계공졸의 할 일없는 다천의 이러한 작업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관되게 지속되고 있다. 2000년 즈음부터 <혼돈(混沌)> <문자성령文字聖靈)> <문문자자 文紋字孶>의 일련의 시리즈가 그것이다. 2021년도의 <적우 – 풍신영가>와 같은 작금의 작업에 대해 다천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획(劃)은 서(書)와 화(畵)에 대한 설명적 문자(文字)이자, 서화(書畵)표현의 시작이자, 마지막 기법(技法)이다”
차라리 종교라고 해야 할 ‘획만능론’이다. 온 우주의 삼라만상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다천의 우주는 획이다. 지금과 같은 이런 다천의 전복적인 / 직관적인 / 초월적인 자각과 통찰은 유년부터 평생 층층이 쌓아 온 공력과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하는 세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의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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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다천의 획(劃)은 서(書)이전의 시(詩)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작금의 이러한 서시(書詩), 즉 필획의 쓰기적 그림 또한 글자/문자의 단순한 해체가 아니다. 하나가 전부이고, 전부가 하나인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획이 결국 만 획이고, 만 획이 곧 일획인 세계다. 이것은 선(禪)의 일심(一心) 일념(一念)이며, 불성(佛性) 여래장(如來藏)이며, 실상(實相) 그 자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다천의 붓은 차라리 과학이다. 다천의 일필이 증거 하듯 본래부터 세상은 0과 1 둘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세상은 0이 1이기도하고, 1이 0이기도 하다. 음(陰) 안에 양(陽)이 있고 양안에 음이 있다. 이렇듯 글자는 말은 물론이지만 말을 넘어 그림이기도하고, 시(詩)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런 초월의 붓질에서 다천은 서(書)를 비로소 감옥이 아니라 해방구로 우리에게 안내한다. 그림보다 더한 대자유의 글씨다. 앞서 다천이 통찰해낸 대로 그림이전의 서(書)가 바로 이지점이다. 더 나아가서 예술은 물론 모든 언어의 해방구로 통하는 것이 다천의 일획이다.
다천의 작업 미덕은 이런 세상 이치를 문자의 해체와 통합, 즉 그림과 글씨를 하나로 내왕하면서 일이관지(一以貫之)하게 미련하게 필획(筆劃)해내는 데에 있다.
그런데 반문명적이고 맹목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다천의 붓질은 바로 기계시대 ‘키보드치기’라는 문자문명을 품고 구원하는 역설의 붓질로까지 도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우연의 무수한 반복이 필연이 되는 이치인가. 앞서 <획(劃)으로부터 – 곡신불사> <적우(赤雨) - 풍신영가 風神詠歌1,2> 에서 본대로 서(書)를 넘어 시(詩))의 문경(門經)을 통해 언어의 태반내지는 고갱이, 원형이자 원점으로의 회귀(回歸)내지는 되돌림이 다천의 일획이다. 일종의 환아(還我)의 궤적에서 글자/문자(文字)의 신(神)을 만나 터져 나온 다천 만의 독자적인 조형언어가 이것이다.
그런 만큼 다천의 붉은 필묵(筆墨)의 스트록은 앞서 본대로 근본적으로 강력한 주술성(呪術性)을 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점획 결구 장법과 같은 서(書)언어의 공간구조와 서사(敍事)를 뼈대로 실존을 초월하는 미감과 조형으로 현현시켜내고 있다. <적우 - 풍신영가 風神詠歌1,2>가 천지자연의 소리를 문자로 시각화 해낸 정음(正音)의 문자창제 메카니즘을 역행시켜 문자로 소리를 되돌려 보이게 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정음(正音)>>에서 ‘천지자연의 소리[성(聲)]가 있으면, 천지자연의 문(文)이 있다[天地自然之聲, 必有天地自然之文]’고 한 그 대로다.
요컨대 다천의 힘은 글자를 해체가능 할 때 까지 해체하여 음소(音素), 즉 사물의 최소단위인 원자까지 들추어내면서 소리의 실체를 눈으로 보게 한다는 데 있다. <문문자자>에서 금강경(金剛經)은 문자로서 모든 텍스트의 핏줄을 잘라버리고 전면적으로 재배치해버리는 것도 같은 경우다. 그냥 조형만 남는다. ‘불’이라는 말과 소리를 ‘ㅂ + ㅜ + ㄹ’, 즉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음소(音素)단위로 분해(分解)하여 전혀 다른 구조로 재구축해내는 경우와 같다. 이런 다천의 필묵행보나 조형언어는 그래서 다분히 반동적이고 전복적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오히려 그 너머에 더 큰 품이 준비되어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다천의 언어는 일차적으로 그림과 글씨가 하나인 필획으로 부적(符籍)과 같은 상형문자(象形文字)/신성문자에 뿌리를 박고 캐내고 있다. 이런 신(神)들린 필획은 다시 텍스트와 이미지가 하나인 문자를 / 서(書)를 사정없이 해체시키면서 기계시대 문자문명을 원점으로 되돌려 내고 있다. 여기에다 다천의 그림에는 천지자연(天地自然)의 소리까지 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시대 여느 작가와도 차별적이다. 결국 소리와 그림까지도 하나가 되는 경지가 다천이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태도로 정진하고 있는 일련의 작품들이다.
용(龍)과 천서(天書)를 테마로 직조(織造)하듯 종횡(縱橫)으로 필획하고 서화해낸 <용 - 통령신명(通靈神明)>시리즈가 전자다. 이미 무수히 작품화 된 <금강경(金剛經)> <님의 침묵>과 같은 경전(經典)내지는 염불(念佛) 텍스트와 시(詩)를 그물망과 같은 그림문자로 재해석해낸 경우가 후자다. 더 나아가서 <적우 - 풍신영가>는 인간이 지구상에 첫 발을 내디디며 소리친 외마디 고함이라할 필획(筆劃)/스트록 하나에 우주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천의 필획은 이제는 지구 화성의 태양계를 넘어 온 우주를 넘나든다. 그러면서 무한의 시공(時空)을 탐사/정복해낸다. 퍼스비어런스호 나로호가 다천의 필묵이다.
요컨대 다천의 이러한 제3의 언어는 우리 뇌리에 가장 익숙하게 뿌리박혀있으면서도 너무나도 생경하고 낯설게 읽혀진다. 그야말로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닮은 듯 다른 듯, 사여불사(似如不似)다. 다천 만의 언예일치(言藝一致) 조형언어다.
그대 君
그렇다면 다시 <용(龍) – 통영신명通靈神明>을 보자. <획으로부터 - 곡신불사 谷神不死> <붉은 비 - 풍신영가>와 다르지 않다. 차이가 난다면 전자가 ‘쓰기’라면 후자는 ‘그리기’다.
하지만 다천에게 있어 쓰기와 그리기, 글씨와 그림을 구분 할라고 머리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무지몽매의 처사임은 지금까지 본대로 이다. 획 하나에 글씨와 그림이 다 녹아나 있다. 건곤둔몽(乾坤芚夢)이라고나 할까.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리고 만물이 소생하는 황홀경이 <용>이다. 말 그대로 ‘건(乾)’은 여섯 마리의 용(龍)이 하늘을 거느리며[六龍御天之卦] 넓고 크게 포용한 상[廣大包容之象]이다. 다천의 용은 광대무변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의 노래다. 전서(篆書)같기도 문양(文樣)같기도 한 우주언어 ‘천서(天書)‘로 중얼중얼 웅성웅성 넘어 부르는 천상(天上)의 찬가(讚歌)다. 그야말로 기계시대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다천의 <용>이다. 이에 대해 다천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용(龍)은 변화와 음양(陰陽)의 교호, 동정(動靜)의 반복을 상징한다. 우주의 질서(秩序)는 변전(變轉)을 합법칙성을 가진다. 이 변역은 곧 시간성과 공간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인간이 합목적성을 완성한다는 것은 우주질서, 즉 변역(變易)의 작용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에게 변역은 경외(敬畏)의 대상이자 도달해야하는 목표(目標)의 목적성이다. 그 용은 변역의 상징체이다”
그렇다. 다천에게 ‘용(龍)을 필획(筆劃)한다’는 것은 변화무쌍한 우주 질서에 대한 경배 그 자체다. 본디 용(龍)은 구름의 일종인 무지개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꿈 내지는 인간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홍예虹霓’ ‘분홍雰虹’ ‘채홍彩虹’ ‘체동螮蝀’ ‘천궁天弓’ 등으로 불려졌다. 우리말로는 이미 <<정음(正音)>>으로 무지개의 일종인 '해무리' '달무리'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다천의 <획으로부터 - 곡신불사 谷神不死>를 읊어 보자.
“風雨當日君何在 無雲 . . . 비바람 치는 그날 당신은 어디에, 구름 걷히고. . . .”
그렇다. 천지개벽(天地開闢)하는 그날 그대, 군(君)은 바로 용(龍)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천의 <용(龍) – 통영신명通靈神明>은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 셨다’는 그대, 군(君), 즉 단군이다. 단군신화가 역사가 되어 2021년 우리 눈앞에 현현되어진 현장이 <획으로부터 - 곡신불사 谷神不死>이자 <붉은 비 – 풍신영가>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다천의 용은 ‘풍류(風流)’로도 통한다. 풍류는 우리시대 사람들이 완전 오해하고 있듯이 그냥 노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최치원의 <난랑비서문 鸞郞碑序文>을 보자.
“國有 玄妙之道 曰風流
說敎之源 備詳仙史 實乃包含 三敎 接化群生
且如入則 孝於家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周柱史之宗也
諸惡莫作 諸善奉行 竺乾太子之化也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말하기를 풍류(風流)라 한다. 이 종교를 일으킨 연원은 선사(仙史)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근본적으로 유 불 선 삼교를 이미 자체 내에 지니어, 모든 생명을 접하여 저절로 감화시킨다. 집에 들어온 즉 효도하고 나아간 즉 나라에 충성하니, 그것은 공자의 교지(敎旨)이다. 하염없는 일에 머무르고, 말없이 가르침을 실행하는 것은 노자의 가르침이다. 모든 악한 일을 짓지 않고 모든 선한 일을 받들어 실행함은 석가의 교화(敎化)다. “
요컨대 ‘근본적으로 유 불 선 삼교를 이미 자체 내에 지니어, 모든 생명을 접하여 저절로 감화시킨다’는 지점에서 풍류나 다천의 획(劃) 적우(赤雨) 용(龍)은 한 통속이 된다. 여기서 다천의 토로(吐露)를 다시 들어보자.
“신(神)은 언제나 있는 것 / 저승과 이승 사이 / 곳곳의 기미 살피며 울고 웃는 / 무(巫)“
실제 다천이라는 작가의 머릿속 마음속과 일상의 행동은 온통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의문부호로 점철되어 있다. 지금도 빗발치듯 무수한 작업도중에 있는 <획으로부터 - 곡신불사 谷神不死> <붉은 비 – 풍신영가> <용(龍) – 통영신명通靈神明> 과 같은 작품은 다천의 반성문이자 그래서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늘이 짓는 재앙은 피할 길 있으나 / 스스로 짓는 재앙은 피할 길 없다. / 어찌 할까? 어찌 할까? 이 일을 어떻게”
“아니지 않던가. / 내가 아니지 않던가 / 그때 그는 / 지금의 내가 아니지 않던가 / 어떤 변명”
“ 도대체 이놈이 무엇일까? / 잡아두고 놓치고 알고 보니 그대로 있는데 / 도대체 . . . .
무엇인가 이놈이?“
그래서 용은 다천의 모습과도 오버랩 된다. 인간 자체에 대해 회의하는 현실의 ‘자아(自我)’를 ‘초자아(超自我)’로 뛰어넘고자 고뇌하고 갈등하는 하는 작가 자신이 된다.
“내안에
손님이 한분 계셔요.
누군지를 아직도
나는 모르고
모시고 있어요.
그런데
그 분이 바로 나라고 하네요.“ (끝)
약력
경남도립미술관 관장(2019~현재)
(사)한국문자문명연구회장(2009~현재)
국립창원대ㆍ국립경상대 한문학과/미술학과 강사역임
국내외 개인전
2018 아트링크초대전(서울)
2014 중국심천자공예술제(중국 심천)
2009 영국런던한국문화원 G20런던정상회담기념 HANGUL = SPIRIT전
2009 벨기에EU의회 한국문화의날기념 한글퍼포먼스전
2008 창원컨밴션센타(제1회 창원친환경건축제 초대전;文字建築空間)
2007 서울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서예문화사 초대전)
2007 AKZENTA GRAZ (오스트리아)
2006 ART SALZBURG (오스트리아)
2006 무외전無畏展(창원성산아트홀) 등 국내외개인전 다수.
국내외 주요단체전
2021 전남수묵비엔날레(진도운림산방외)
2021 BVLGARI COLORS(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020 ㄱ의 순간-조선일보 100주년 기념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한가람미술관)
2020 畵話思惟(토포하우스 서울)
2019 Byond Line - The Art of Korea Writing(미국LACMA)
2019 한글과 아랍문자의 만남전(독일베를린한국문화원)
2009-2017 문자문명전(창원성산아xm홀)
2008-2019 경남서예대전 초대작가전 등
2007 ;한국, 일본현대서예가 특별전 ;창원 성산아트홀
2004 초신전(물파아트센타)
2002 국제전각서법대전(중국 상해)
1996 국제 난정필회서법전(싱가포르)
1994-2002 일본태현회전(일본동경도미술관)
1995년 한일서법교류전(일본동경우에노모리미술관)
1982-1986 뢰차전(磊且會展)(서울백악미술관) 등 수십 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