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네로스(FANEROV)의 첫번째 전시 "보여주다" 구수옥 작가편
중앙대학교 미래교육원 사진학과 졸업생들의 모임
파네로스(FANEROV)의 첫번째 전시 "보여주다“
전시 기간 : 2022년 3월 2일(수)~3월 8일(화)
전시 장소 : 경인미술관 제1관(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 02-733-4448
구수옥 작가편
작가 노트
아버지,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를 본다.
구부정한 삶의 무게를 등짐처럼 지고
한평생 걸었다.
긴 길을 걷고 걷다가
언젠가 그 한 세상 저물면
그제야 내가 모질고 사무치게 떠올릴
아버지
그 존재와 부재.
사는 게 뭔 벼슬인양 미루다가
이제야 아버지의 일상을 서성거려 본다.
세상의 시간은 무심히 곁을 달려가는데
아버지의 하루는 이제 24시간이 아니다.
쇠잔한 시간은
점점 느려져 그보다 더 길다.
굽은 등의 낙타가
느릿느릿 마른 사막을 지나고 있다.
아버지의 시간 언저리에서
카메라 앵글을 맞추어 보았다.
전시작품 Display
아버지
1. 哀, Archival pigment print, 35x35cm
2. 爲, Archival pigment print, 35x49cm
3. 欲, Archival pigment print, 35x49cm
4. 送, Archival pigment print, 35x49cm
5. 然, Archival pigment print, 35x35cm
전시작품 보기
哀
슬프더라도
사무치지 않는 것
그래서 남은 행복을
爲
설령 아무 것도 아니라도
아무 것이 아닌 것
아버지의 ‘하다’
欲
마음을 따라
가는 대로 가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것
送
어차피 보내야 할
그러나 아주 느린
멈춘 시간 앞에 서서
然
그러하다고 여기다
그래 그렇지
그런 거야
작가 프로필
구수옥 Ku, Suock
2017년 10월호-2021년 7월호 사진동호회잡지 ‘한사영’ 편집팀장
2022 2월 23일 중앙대학교 미술학사 사진전공 졸업
단체전 | 2019 5인의 자화상 (하갤러리, 서울)
2020 Take Five (나미브, 서울)
2022 “보여주다” FANEROV 사진전 (경인미술관, 서울)
출판 | 2021년 10월 사진에세이집 ‘제주, 그 깊고 푸른’ 발간
작가 인터뷰
사진이 할 수 있는 일,
특히 사진이 주는 치유의 기능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 사진은 아버지께보다는
제 마음의 치유를 위한 출발점이었지요
40년 중고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내 자신도, 가족도 돌아볼 틈없이 일만 했던 것같습니다.
그래서 정년 5년전부터 사진활동으로 세컨라이프를 준비했지요.
근무 시간 이외에는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5년,
그리고 정년 후 2년 동안
사진에 대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곰곰 생각해 보니
예술이 가진 고답적 세계보다는
내 사람들에게 사진이 주는 엷은 웃음과 위안을 생각했지요.
어느 5월 부천 백만송이 장미 공원 속
눈부시게 화사한 장미꽃밭에서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 보며 웃음 짓는 남녀노소들을 보았었는데요
그래 그거야, 꼭 DSLR카메라가 아니라도
누구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즐길 수 있는 시대 속에서
이 풍진 한 세상,
사진이 갖는 치유와 힐링의 힘은 대단한거야라고 속으로 외쳤지요.
사진이 나에게,
또 내 사람들에게
찰나의 순간이라도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엷은 웃음이라도 빙긋이 머금게 한다면
그게 제 갈 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의 사진 작품활동에 힘을 더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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