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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순 사진전 ‘구석 말’ 비움갤러리
■ 전시개요
• 제목 : 구석 말 - 이부순 사진전
• 작가명 : 이부순
• 전시기간 : 2022년 03월 29일(화) ~ 2022년 04월 03일(일)
• 장소 :
비움갤러리 / 서울 중구 퇴계로36길 35 B1 ( www.beeumgallery.com )
• 문의 : 010-2047-0222 (beeumgallery@gmail.com)
■ 전시소개
작업노트
서울 송파구 장지동 104번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마을 끝에 있어 <구석 말>이라 불려 진 우리 집은 옆집은 큰아버지 집, 가운데는 우리 집,
다른 옆집은 오촌 당숙의 집이다.
10여 미터 대문 앞에는 함께 쓰는 공동 우물이 있었고, 저녁이면 사촌언니들과 저녁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거나 농사일로 흙 뭍은 옷들과 함께 오래 묵은 빨래를 하며 시끌벅적 요란했던 곳이다, 하지만 그 많은 애환이 담긴 우물과 주변 풍경들이 재개발의 이름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마을사이로 긴 고속도로가 생겨 멀리서나마 보거나 지도상에서나 찾을 수밖에 없는 신(新)실향민이 되었다.
어느 해 여름엔 맴맴 거리는 매미와 함께 내리쬐는 뙤약볕에 ‘아이~스~께끼’를 외쳐 부르던 소년을 빈병모아 눈 꼽아 기다리고 했던 그리운 고향이다. 긴긴 산길 돌아 후미진 구석진 곳에 있는 3채의집. 당시 집안 형편으로 전봇대를 세울 돈이 없었던 부모님은 내가 등불아래에서 편히 공부할 수 있게 어둠이 오기 전 등잔을 씻어 준비해 주셨다.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고 난
세월이 흘러 이제 오십을 훌쩍 넘은 반백의 나이가 되어서야 아버지를 다시 만 날 수 있었다.
부모님의 모든 것 이였던 <구석 말>,
지금의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어린 시절 꿈이 있었던 곳이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빌딩 숲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은 지금도 그곳을 비추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나이가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은
우리들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들의 기억은 어떤이에게는 희미해지고 또 어떤이들에게는 소중하게 간직하고픈 추억일 것이다
점차적으로 고도화된 문질문명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연이 준 우리들의 생명은 영원하지 않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어린 시절 나는 순수하고 꿈 많은 소녀였다. 주변 곳곳에 흐드러지게 핀 들 꽃을 예뻐했고 반가운 손님이 올 때마다 울었다던 까치와 소쩍새 울음소리가 정겨웠던 시골풍경 사이로
나는 오래 전부터 마음 속 깊이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만나고 싶었다.
이부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