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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천안함’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비통에 빠졌다. 조국인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자원했던 젊은 병사 46명이 순직하거나 실종 된지도 어언 20일째다.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열었던 봄꽃 축제들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간소하게 치러져 봄을 기다려온 나나 우리 같은 사진인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대한민국의 봄은 어디로 갔는지 정규 방송과 신문 어디에서도 예전과 같은 떠들썩한 봄꽃 축제 장면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웃음 대신 침묵과 눈물만 있을 뿐이다.
지난 9일 군에 아들을 보낸 아비의 답답함과 봄을 보고야 말겠다는 욕심으로 수원역에서 전남 여수행 기차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희뿌옇게 탁해진 하늘과 드문드문 보이는 산속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진달래와 뚝 길로 나란히 줄지어 선 벚꽃이 이 땅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밤 8시 5분 순천역에 내려 어둑해진 길을 무작정 걸어 순천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동천으로 나갔다. 가로등 불빛에 모습을 드러낸 벚꽃과 강 건너 노랗게 핀 유채꽃이 쓸쓸히 무리지어 서 있다.
10일 잠에서 깨어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우중충한 날씨 탓으로 쉬이 어디로 움직일지 결정도 못 내린 채로 저녁에 보았던 동천으로 향했다.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놀土인 주말로 예년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이고 인파에 떠밀려 시끌벅적했을 거리가 의외일 정도로 한산하다. 한참을 걸어 갈증이 일어 목을 축이려 노점상을 찾았지만 이마져도 없다.
2010년 4월 대한민국 생태수도인 순천시 동천 벚꽃과 유채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고운 자태를 자랑해 보지만 날씨 탓도 있겠지만 천안함 침몰 여파로 이들을 눈여겨보는 이들은 의외로 적다.
모처럼 봄을 찾아 떠난 여행길, 2010년 대한민국의 봄은 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오리무중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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