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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덕항산

등록날짜 [ 2010년04월22일 01시35분 ]
 

  필자는 여행을 좋아해서 젊었을 적에는 국내 유명한 관광지는 거의 섭렵을 하였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예전에는 자가용도 없고 주 5일제가 시행되기 이전이라 원거리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는데 장거리 여행은 주로 토요일 밤 기차를 타고 다녔다.


다행히 집에 있는 레인저 화인더 카메라로 여행 다니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 정도였으나, 어느 일요일 해거름 빨갛게 타는 저녁 놀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아쉬워 -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사진을 하게 되었다.


사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해,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여름 모 일간지에 "청류(淸流)"라는 제목으로 이끼계곡에 폭포수가 흐르는 사진을 칼라로 게재하였다. 덕항산 이끼계곡 사진이었는데 이끼는 멋 옛날의 태고적 원시 향수를 불현듯 불러일으켰다.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 기자에게 장소를 물어보니 삼척에 있는 덕항산이라는 정도만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 주말 일요일 첫차를 타고 삼척에 갔다. 차에 내려서 버스터미널에서 덕항산을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었고 태백 읍내에서 덕항산이 신기리에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신기리까지 갔으나 덕항산이 신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설령 신기리라 해도 그 넒은 산자락 어디에 이끼가 있는지 알 수도 없어 신기리 근처를 무작정 배회하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다음해 두 번째로 신기리에 가서 무작정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알아봤으나 찾지를 못했으나 계곡 좌측의 산에서 개울물이 흐르고 북쪽 방향이라 응달진 곳에 이끼가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되어 일대를 찾아봤으나 허사였다. 시외 버스는 서울에서 태백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낮에만 운행하고, 태백에서 다시 신기리로 가는 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덕항산에서 많은 시간 동안 찾아다니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다음 주에 세 번째로 신기리에 갔으나 여름 장마로 개울물이 불어서 도저히 접근을 할 수 없어 개울 우측의 인근 가게를 다니면서 물어보니 개울 건너 산에 이끼가 있다고 귀띔을 해 주었다. 장마로 개울물이 불어 이끼계곡에 접근은 못했지만 소재를 알 수 있어 뛸 듯이 기뻤다. 나중에 안 결과지만 통상 사진인들이 촬영하던 이끼계곡은 필자가 찾았던 계곡보다 상류의 환선굴 입구 가까운 양어장 인근이었다.


 



 
 


 

이듬해 6월 휴가를 내고 네 번째로 일행 3명과 승용차로 신기리 덕항산에 갔다. 개울을 타고 30여분 올라가니 숨을 턱 멎게 하는 선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만 정적을 깨는 괴괴한 숲속 계곡엔 태고의 원시가 숨 쉬고 있었다. 지금은 이끼계곡을 많이 보아왔지만 그 당시엔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라 더 감격을 했는지 모르겠다.


넓은 너럭바위 전체가 이끼로 덮여있고 그 위로 물이 흐르고, 이끼로 뒤덮인 계곡을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서너 시간 동안 계곡을 오르내리고 바위를 타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6월의 더위도, 배고픔도 모르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필름을 갈아끼우고 하기를 한참 - 9시에 시작한 촬영이 오후 1시까지 이어졌다.

 

한 바퀴 촬영을 하고 나니 그제서야 배 고픔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아지경으로, 오직 사진 하나에만 몰입하였던 것이다. 세상 살면서 이렇게 정말 무아지경으로 한가지 일에 빠져본 적이 있던가! 수천년 신비와 아름다움, 어렵게 찾은 비경이라 더 감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새벽이나 흐린 날 촬영하는 것이 좋은데 처음이라 햇빛이 많아 이끼의 초록색이 바래고 물의 반사가 심해서 노출이 과다였지만 그 비경을 본 것으로만해도 만족하고 흡족했다. 내가 사진을 하지 않았으면, 사진을 함으로써 심미안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런 아름다움을 제대로 음미할 수는 있었을까?


사진은 눈으로, 가슴으로 찍는다고 하듯이 그때의 환희와 감격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다시 한번 그 감격을 느끼고 싶어 갈려고 했으나 기회가 되지 않았고, 소문 듣기로는 환선굴 관광개발로 개발이 많이되고 이끼계곡은 환경 감시인을 두어 접근을 금지하고 있단다. 다시 이끼 계곡에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끼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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