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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놓는 부부
행복의 맛을 만드는 작업
등록날짜 [ 2010년04월23일 06시19분 ]


얼어붙은 대지에 봄이 돌아왔다.
시골 농부의 아내는 부창부수로 고운 얼굴에 화장을 하고 고운옷을 입고 사는 도시에 한가한 여인들과는 달리 갈퀴를 들고 남편을 따라서 곡초 태우는 작업해 나섰다.
봄이라고는 하나 오늘은 아직도 찬바람이 불어 오는 흐리고 음산한 날이다.
마치 요즈음 세태와 같이 어수선한 날씨다.
   지진에다 전쟁에다 태러에다 사고에다 덧방치기를 하는 유쾌하지 못한 소식들속에 잠겨진 우울한 것들을 다 태워 버리고 싶어서 묵은 곡초 그루 터기에 불을 붙인다.
다 타버려라.
   청춘도 절믐도 사랑도 꿈도 화려하게 펼처보지 못하고 고달픈 인생길을 숨막히게 허덕이며 가파른 언덕을 기어 오르는 농부의 아내라는 곤고한 나의 존재에 오늘은 모든 시름을 불타는 곡초속에 태우기로 했다.
그래도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이 작은 육신의 육척 단구로 오늘밤에는 또 다른 불을 태우기 위하여 지금은 사내처럼 거치른 손에 장갑을 끼고 곡초를 태운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고운 손으로 연기 없는 불을 놓기 위하여.........
불타는 밭이랑 사이 사이에 서 곡초가 타서 녹아 내리듯 내 육신과 피곤한 마음의 모든 힘들고 고단한 기억들을 태워 버리고 저 높은 하늘을 날듯이 황홀한 불을, 연기가 나지 않는 불을 붙일것이다.
인생은 저속하고 은밀한 것에서 행복의 불을 붙이며 참 삶의 맛을 느끼기도 한다.
곡토를 태우듯이 불타는 생명의 불꽃이 잘 타기 위하여 오늘은 신나게 불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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