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 거마로 입구에 들어서니 봄기운에 창이 열려있는 좁은 소골목은 훈기가 돈다. “우리의 가락이 들려온다. …해지는 역마루 홀로섰는 이정표, 고향길 타향길을 손짓해 주네…” 좁은 길 틈 사이에 흘러나오는 가락에 나그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7-1
세대마다, 고된 삶의 흔적이 벽 사이에 스며들었다.
출입문들은 형식적 잠금만 있을 뿐, 부잣집 담과 같이 보안이 없다.
여기에 누가 기웃거릴 사람이 있으랴.
7-2
정막은 더하지만, 유행가 들으며, 기자는 삶의 흔적이 베인 벽에 엥글을 맞춘다.
현실에서 비현실로 바뀌는 이 순간이야말로 교차로의 다큐멘트리로 기록된다.
다시 요철 같은 미로의 공간을 벗어나면서…
7-3
부지런히 일하시는 할머니를 만나서, 초코파이를 권했다. 간식으로 드시도록…
할머니는 여기에 44년 거주하면서, 8남매를 키웠고 지금 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단다.
그래도 자식하나 잃은 이야기 땐 눈가에 눈물이 감돈다.
금년 86세의 나이에도 고물 박스를 실어다, 푼돈을 번다며, 건강을 과시한다.
7-4
일곱 아들의 도움을 좀 받고 생활하시길 권유했으나, 한사코 자립으로 생활 하시는게 좋단다.
초코파이 하나에도 감사를 연발하며, 마음 비우고 생활 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7-5
기록사진 한 장 촬영을 양해 받았다.
“저 찌들고 고통스럽게 산 일생이 이 사진 한장에 기록되는 순간이다.”
이런 할머니의 생활을 듣고, 목격하니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 생각난다.
7-6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 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7-7
시인과 같이 할머니는 저세상 하늘에 가서, 땅위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할수 있는 긍정적 삶이 베어 있었다.…
일곱 아들 자랑에 늙은 어머니의 마음을 새길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65년 전에 돌아가시기 전에 나를 저 할머니와 같이 자랑 하셨겠지…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수첩을 정리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미로를 다시 벗어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