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해군장교의 심정
*** 아래의 글은 박영배님(예비역 해군장교)께서 요즘의 시국을 개탄하면서 올린 글입니다.
약무해군(若無海軍) 시무국가(是無國家)
수삼일전, 소관이 보기에 어리석고 철없는 약관의 한 처자 - 내 딸아이의 나이가 이미 서른셋이니, 이
처자는 내 아이보다도 한참 어린아이다. - 가, 자신의 나라 해군을 상대로 "해적"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내 뱉은 독설 한마디가 여론을 들 끓게 하고 있습니다.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망발을 서슴없이 자행하도록 방치한 이 나라의 한 사람 어른된 자로서의 책임감에 스스로 부끄럽기만 합
니다.
생각해 보면, 이 아이가 "군"은 커녕 "해군"이 무엇이며, 자신이 지칭한 "해적"은 무엇인지, 과연 알고
나 한 말일런지 부질없습니다.아마도 잘 가르치지 못한 부모나 스승이나 저를 포함한 어른들의 탓일 것
입니다. 또 생각컨데, 우리 속담에 "누어서 침뱉기"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자신의 해군을 해적이라고 모
욕했으니 곧 자기 자신을 해적이라고 모욕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즉 누어서 침을 뱉은 격입니다. 설
마, 자신과 자신의 해군을 편 갈라 적대시 하여 싸움이라도 도발할 생각으로 "적군"이라는 의미의 "해적
"이라고 지칭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급기야 현실은, 우리 해군의 가장 큰 어른이신 참모총장께서 이 아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이들이 상당한 의도를 가지고 이 아이를 부추겨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한심한 생각마져 듭니다.
그 어떤이들 또한 상식이 있고, 이와 같은 철부지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잘 가르쳐서 국가의 동량으로
키워야할 책임이 있는 어른된 자들일 텐데 말입니다.
이 철없고 어리석기 짝이없는 아이와 이 아이를 부추기는 그 어떤이들 - 만약 있다고 한다면 - 이 작심
하고 해적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면, 저라면 골백번이라도 해적이 되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 해군이 해적이 되어서라도 지키고 다독여 주어야할 우리나라 한 겨레의 핏줄이지, 적대시
하여 싸움을 벌려야할 적수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와같이 막되먹고 버릇없는 아이일 망정, 우리 해
군이 보듬고 안아 주어야할 책무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 해군은, 이 아이가 어떤 철부지 망발을 일삼더라도 군 본연의 자세로 보살펴야 합니다. 이 아이를
상대로 언쟁을 한다던지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이, 아주 꼴 사나운 소모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아
이는 우리 해군이 지켜주어야 할 소중한 국가 자산이지 적군이 아닙니다. 우리 해군의 주적은, 필시 바
다 건너 저 편 어딘가에 따로 도사리고 있으면서 이와 같은 국력낭비를 쌍수로 환영하고 있을 테지요.
이 아이가 이토록 유치한 짓을 하면서 한사코 해군기지공사를 저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구럼비 바위와 강정마을을 지키고, 평화의 섬, 제주도를 지키고, 나아가서 조국의 평화를 지키
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평화를 위하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해군
기지가 구럼비 바위와 강정마을을 파헤치거나 평화의 섬, 제주도에 들어서서는 않된다는 것 입니다. 소
관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구럼비 바위와 강정마을은 몰라도, 평화의 섬, 제주도와 조국의 평화를 지
키려면, 현시점에서 죽을 힘을 다하여 제주 전도는 말 할것도 없고 한반도 전해안을 해군기지, 아니 이
아이가 말 하는 해적기지화 해도, 현실적으로 위협적인 가상적들과의 전력면에서 "조족지혈鳥足之血"인
마당에 무슨 당치도 않은 "배부른 소리"입니까? "한시바삐 전력을 기울여 강력한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마땅히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주십시오."라고 해야 하거늘.
세상이 다 아는 위협이 코 앞에 있습니다. 일본이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고, 중국이 이어도를 탐내
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아이의 속내는 무엇입니까? "독도와 이어도는 내주더라도, 구럼비와 강정은 절
대로 않된다?" 독도와 이어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구럼비와 강정은 말 할 것도 없고 우리 해군과 내 조
국, 대한민국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입니까?
도리켜보면, 우리 해군은 역사나 전통적으로 지지리 복도 없이 천대받고 괄시받고 박대와 서름 속에서도
굳건히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속의 조일전쟁(임진왜란) 때, 나라의 절대군
주가 포기한 조국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성웅 이순신 제독과 그 분의 수군은, 적
수공권으로 동아시아 최강의 "해군전력"을 건설하고, 자신의 목숨마져 바쳐서 국가의 위기를 견져냈습니
다.
해방 후, 창군 당시 우리 해군의 아버지 손원일 제독과 그 분의 해군은 가족까지 동원하여 박봉 속에서
도 사비를 털어가며 자신들의 전력인 군함을 손수 마련하였고, 그렇게 마련한 백두산함이, 한국전쟁 풍
전등화의 조국 위기의 순간, 적의 도발을 결정적으로 격파한 "대한해협" 해전의 대첩을 이루어, 전쟁 전
기간 내내 제해권을 장악한 역사도 있습니다.
성웅께서는, 지원은 커녕 핍박만 일삼는 그 분의 군주와 조정에게 전사하는 순간까지 충성을 다 하였습
니다. 자신에게 의지하는 백성들은 노비에 이르기까지 단 한명도 내치신 일이 없이 모두 포용하셨습니다
. 성웅께서 실천하신 "나라사랑"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는 일은 공허하다. 오직 책임과
의무를 다 할 뿐이다." 그 분은 그 어떤 고난과 핍박도 다 이겨 내셨습니다.
우리 해군은 누구나 다 좋아하는 성웅의 일화 한 토막입니다. 다시 조일전쟁의 역사로 돌아가서, 그 분
께서 이룩해 놓은 조선수군의 모든 전력을, 원균이 칠천량해전, 단 일전의 패전으로 온전히 말아먹은 후
, 성웅의 복직을 결정한 선조가 스스로 자신의 어리석음과 나라의 폐망을 한탄하자, 그 분이 복명하신
말씀은, "상유십이척尙有十二隻 미신불사微臣不死" 입니다. 그 뜻을 새기면,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고, 미천한 신 또한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 말씀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예의상 올린 허례가 아님은 머지않아 증명됩니다. 노량진 해전에서, 그
단 12척의 전력으로 10배에 달하는 130여척의 왜수군 전력을 말끔히 격파하십니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
로 책무를 다 하신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들이 "해적"을 언급하므로, "해적"에 대하여 얘기해 봅시다. 세계의 역사가 모름지기 해적의
역사임을, 아시는 분은 다 아십니다. 천하를 지배하고 호령하던 부국강병의 모든 나라의 역사가 그리하
였습니다. 예를들어, 포르투갈, 스페인, 네델란드, 영국 같은 나라들이, 그들 해적세력의 대활략이 아니
었다면, 신천지나 본토보다 더 넓은 식민지 확보와 같은 역사는 애당초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앞서 말한 조일전쟁 당시, 왜의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침공의 수군 선봉대가 해적세력이었습
니다.
바라건데, 우리 해군은 기꺼이 "해적"이 되어 주는 겁니다. 목숨을 걸고 눈물을 머금고 구럼비와 강정을
다듬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강력하고 아름다운 "미항美港" 제주해군기지를 보란듯이 건설해 내는 겁
니다. 우리 해군은 다 알고 있는 일이 아닙니까? 오직 그 길만이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보장하고, 평화
의 섬, 제주를 만들며, 강정과 구럼비를 영원히 지켜내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 해군의 영원한 전설, 성
웅께서 실천하신 고난과 역경을, 역사와 전통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성웅께서는 또 말씀하셨습니다. 조일전쟁이 발발한 1년 남짓한 시점에서 이 분이 서애 유성룡 대감께 보
낸 서신중에 들어 있던 문구 입니다. "약무해군若無海軍 시무국가是無國家" 이르기를 "만일 해군이 없었
다면, 이 나라는 망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국으로 삼면이 바다이고, 무역으로 국부를 지탱하는 "소국"으로서 수출입의 주요 원자재
대부분의 물동량을 바다를 통한 해상교통수단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이 해상교통로
를 확보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수천리 머나먼 홍해에 파견되어 소말리아 해적을 견재하
는 소임중에 있습니다.
해군이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약무해군 시무국가." 그렇습니다. 해군이 없다면 곧 대한
민국도 없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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