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인 작가 더원 미술세계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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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3년03월17일 23시28분 ]

박용인 작가 더원 미술세계 초대전

김재완 기자 =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인사동 더원미술세계갤러리에서 2023년 3월 15일 오후 5시 박용인 작가 초대전 개막식이 개최되었다.

강세환(더원미술세계 상무)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 에는 더원미술세계 홍성훈 회장, 이병석 한국미협고문, 전명자 한국여류화가회 고문, 정명희, 신종섭, 이남찬, 장완영 원로단체장들과 엄종섭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집행위원장, 림만선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전창운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외 많은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하여 함께 축하했다.

연두빛 새싹을 틔우는 따듯한 바람이 봄의 전령인 매화꽃 봉오리를 활짝 피우는 새봄을 맞아 더원미술세계는 화단의 원로 박용인 화백의 초대전을 준비했습니다.

박용인은 한국의 자연을 독특한 서구적 감성이 담긴 화법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정감 있고 자유롭게 담아내며 색채감각 및 구성의 세련미에서 서구적인 향수가 진하게 느껴짐이 화면에서 돋보이고 있습니다.

80대 초반임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오며 화단의 주요 미술단체 창립등 미술인의 단합과 권익보호에 많은 역할을 해 오신 화백은 동료, 후배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을 받고 있는 원로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유럽, 중국, 베트남 그리고 한국등의 명소인 베네치아, 몬세라트, 베네치아, 융프라우, 로체봉, 황산, 하롱베이, 제주풍경, 북한산, 그리고 정물 등에서 서정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 아름다운 작품이 선 보입니다. (미디어그룹더원 회장 홍 성 훈)

신항섭(미술평론가)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그림은 화가를 말한다. 화가는 궁극적으로 그림을 통해 개성, 즉 자신의 존재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화가의 공통 꿈이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작가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그림으로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자신의 존재성을 말해주는 그림, 그것은 개별적인 조형언어 밖에 달리 있을 수 없다. 이전의 화가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조형언어야말로 그림이 화가를 말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박용인은 한국 구상화단에서 남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주의나 자연주의 또는 인상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한국 구상화단에서 야수파적인 성향의 작품으로 일관해온 것만으로도 특별하다. 한국화단에서 야수파적인 경향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야수파적인 경향의 화풍이 성행하지 않은 것은 시대감각 때문인지 모른다.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적인 성장에 따른 개인적인 생활 환경은 확실히 화가들의 미적 감각에도 영향을 미쳐 시각적인 아름다움 및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작품 경향으로 흐르는 감이 없지 않다. 이는 시대감각이나 미술애호가들의 취향과 연관성이 있다.

이러한 시대 및 의식 변화는 강렬한 색채, 격렬한 터치, 그리고 자유분방한 형태해석으로 요약되는 야수파의 화풍에 우호적이지 않은 탓은 아닐까? 그럼 에도 그는 시대의 흐름, 즉 시대 감각이 요구하는 쪽으로 따라가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그림이 전적으로 야수파적인 성향이라고는 할 수 없다. 1970년대 작업을 보면 오히려 모더니즘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형태를 단순화시키는 한편 평면적인 이미지를 도입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표현기법 및 방법은 모두가 재현성을 중심에 두는 전통적인 미학과 결별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성적인 조형 세계를 강구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1970년대 작품경향은 부분적으로 기하학적이고 평면적인 형태해석에 기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격렬한 선과 마티에르 그리고 어둡고 침울하며 무거운 색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야수파적인 성향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었다.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당시 상황에서 그가 보고 느끼는 사회상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으리라. 더구나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대학생으로서 1960년대의 앵포르멜이나 액션페인팅이라는 새로운 미술조류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미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로서는 형태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반영할 수 있는 모더니즘 및 포비즘에 경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 시기에 포비즘이나 모더니즘이 새로운 미술양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구상회화에 관한 한 여전히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한국미술계의 상황에서는 그로부터 벗어나 모더니즘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볼 만하다. 물론 1950년대에 결성된 신사실파가 이미 모더니즘 미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볼 때 그 그늘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신사실파와는 연관성이 없는 독자적인 관점에서 모더니즘을 받아들인 것이다. 동시에 포비즘에 기운 것은 순전히 개별적인 신념 때문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대학시절 이미 사실적인 형태는 물론이려니와 현실적인 색채감각을 버리고, 개별적인 조형세계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1970~1980년대의 작품에서 가장 큰 특징은 형태의 단순화와 평면화 그리고 비현실적인 색채이미지다. 여기에다 나이프를 이용한 두터운 질감 표현 또한 개성적인 작품을 구축하는 데 한 몫을 차지한다. 현실적인 색채감각을 버리고 나서 그는 가능한 한 색상의 폭을 좁히거나 색채의 숫자를 줄임으로써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이는 자기만이 색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이러한 시각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대 초의 공장지대 저녁노을 산동네와 같은 일련의 모더니즘 성향이 강한 풍경화는 거의 단색조에 가깝다. 붉은색과 갈색 그리고 검은색 중심이 단순한 색채이미지가 지배하는 이들 작품은 당시 시대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의 눈에 비친 우울한 시대상이 이와 같은 단색조의 색채이미지로 표현된 것이다. 이들 작품에서는 구체적인 형태묘사를 통한 풍경의 아름다움보다는 어두운 시대적인 분위기를 포착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정물에서도 검정 계열이나 군청색 그리고 암갈색과 같은 차갑고 무거운 색채이미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 색채는 격렬하고 둔탁한 질감과 결합하여 중후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풍경보다는 정물에서 야수파의 성격이 한층 강하게 드러나는데, 나이프 작업에 의한 둔탁한 마티에르는 형태의 단순화에 적합한 방식이다. 섬세한 붓 대신에 신체적인 힘과 감정을 그대로 받아내는 나이프는 거침없는 젊은 혈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쟁의 상혼을 상기시키는 내적인 정서를 내포한다. 탁자 위에 놓인 술병과 술잔, 그리고 생선, 나이프, 포크 따위의 소재가 드러내는 상징성은 역시 시대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그림을 배우고 또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당시의 어두운 시대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현실의 재현이라는 담담한 시각을 뛰어넘어 시대의 정신 및 감각을 관통하는 투철한 작가의식의 표출일 수 있다. 이렇듯이 시대적인 분위기에 감염된 그의 미적 감수성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그 이면에 작용하는 인간의 내적인 세계를 주목했다. 그리하여 감상자의 내면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에 몰두하게 된다. 어쩌면 야수파적인 격정과 결렬한 표현기법을 구사하게 된 것도 정적이고 온화한 사실주의 및 인상파 풍의 그림으로는 내면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자각 때문인지 모른다.

1981~83년까지 이어진 파리 그랑쇼미에르 유학생활은 그 자신의 작업에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중세풍의 건축양식과 모던한 생활양식이 어우러지는 예술이 도시 파리가 가지고 있는 이국적인 정서 및 낭만적인 분위기를 체험하면서 그의 미적 감성은 비옥해졌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작업이 파리 화단의 정서 및 흐름에 결코 이질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은 큰 성과였다. 실제로 그는 파리에서 공부하는 동안 오히려 자신의 작업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그러나 파리시대의 작품 중에는 청회색조의 우울한 색채가 지배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이는 비록 화려한 파리에서 시각적인 호사를 하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970년대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파리라는 전통적인 예술의 도시가 지니고 있는 정서에 서서히 동화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파리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겠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파리의 건물 및 골목 풍경은 그의 화풍과 맞아떨어졌다. 낡은 건물이 가지고 있는 고태를 표현하는 데는 밝은 색채이미지나 부드러운 터치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에 거칠고 힘찬 터치와 마티에르 그리고 유채색을 억제한 중후한 색채이미지는 고도 파리의 이미지에 적합하다. 비현실적인 색채를 선호하는 그의 색채감각은 미묘한 이국적인 정서 및 파리의 낭만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파리의 이곳저곳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데 열중했고, 이 과정을 통해 그만의 개별적인 조형언어를 확립하기에 이른다. 중략 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