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K(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사진방송=김은옥 기자]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지급받은 6천 5백여만원 보상금의 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1월 DGK는 아르헨티나의 저작권관리단체 DAC(아르헨티나감독협회)와 맺은 상호대표계약에 따라 아르헨티나에서 이용된 한국 작품의 감독들에게 돌아갈 보상금을 수령했다.
이번에 받아온 보상금은 2011년부터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었던 500여편의 영상 저작물이 그 대상으로 영화, 드라마는 물론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예능 프로까지 포함한다.
대상 작품의 면면을 살펴볼 때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과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외에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사내 맞선', 예능 '체인지 데이즈', '아는 형님' 그리고 애니메이션 '라바', '로보카 폴리' 등, 그 장르와 범위가 실로 다양하다는 면에서 해외에서 이용되는 한국 작품들이 일부 유명작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상금 수령 대상자 리스트에 DGK에 소속되지 않은 다수의 감독들이 포함 되어있어 DGK가 정당한 보상금의 주인을 찾으려면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감독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야 하는 상황이다. DAC과의 협약에 의하면 올해 연말까지 주인을 찾아 공식적인 보상금 지급을 마치지 못한 금액은 다시 아르헨티나로 반환해야 한다.
이번에 한국 감독들이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이용된 작품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아르헨티나의 저작권법이 있다.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자국법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권(fair remuneration)’은 베른 협약의 내국인 보호 원칙에 따라 국외 창작자의 경우에도 동일한 권리를 보장한다. 여기서 ‘정당한 보상’이란 저작물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에 비례하여 그 일부를 저작자가 분배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음악으로 치면 저작권료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법에 따라 한국감독들의 보상금을 DAC에게 지급하였고 이것이 다시 DGK로 송금된 것이다.
ⓒ DGK(한국영화감독조합)
반면, 한국법은 정당한 보상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대표계약의 실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즉, 아르헨티나 작품이 국내에서 이용된다고 해도 그에 따른 보상금을 수집해서 보내줄 수 없다는 뜻이다.
해외 다수의 저작권 관리단체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 단체와 상호대표계약을 맺지 않거나, 계약을 맺더라도 한국에서 자국 창작자의 보상금 수집이 가능해질 때까지 송금을 미루고 있다. 제때에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보상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국가의 복지 문화 기금 등으로 전환된다. 사실상 한국 창작자 몫의 보상금이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DAC의 경우 예외적으로 한국에서 저작권법 개정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입법 운동에 힘을 싣고자 선제적으로 보상금을 송금하였다.
지난 해 8월, 한국 국회에서도 영상물 저작자들의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이 발의되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문체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한국의 영상물 연출자와 작가들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OTT 플랫폼, 방송사 등으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하여 한국이 국제 영상창작자 보상금 시장에 정식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국내외 창작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권’을 보장하고 있는 프랑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의 영상 산업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CISAC(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한 보상권의 도입은 창작자의 기본권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의 영상물 산업 발전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GK는 2020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스페인 등 해외의 여러 저작권관리단체들과 상호대표계약 및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맺고 영상물 저작자의 정당한 보상금 분배를 위탁 받아 한국의 영상저작자들에게 분배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어 보상금 수령자를 찾고 있는 600여편의 작품은 DGK 홈페이지( www.dgk.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대상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정의 신청 절차를 거치면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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