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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선거 날, 성북구 제2투표소 취재일기,
새벽 6시 첫 번째 투표자를 촬영하고 내친김에 인터뷰까지 하였으면 하는 계획으로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마다않고 정릉3동 제2투표소로 달려갔다. 새벽 5시40분부터 준비한 것이다.
이번에 구상한대로 잘 촬영하면 우리방송에 좋은 뉴스가 될 것이고 썩 좋은 장면을 잡으면 대한민국선거사진대전(대전의 김기룡 기자와 무주의 유지훈 기자가 본방에 공지)에 모처럼 출품도 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첫 유권자 인터뷰 외에도 이른 새벽의 어두운 상태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저속상태로 블러한 특이한 작품을 얻고 싶은 구상도 하였기에 날이 밝기 전 어두운 때 달려 온 것이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져 취재는커녕 사진을 망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6시가 거의 되어 첫 번째 유권자를 인터뷰하겠다고 작정한터라 마음이 매우 급했는데 한 관계자가 촬영을 제지한 것이다.
“그래요, 여기 책임자가 누군가요? 그분을 만나 허락을 받고 촬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임자란 한 여성이 슬리퍼를 신고 나에게 다가와 막무가내로 나가란다.
“왜 나가죠? 저도 투표도 해야 되고.... 여기 주민입니다. 그리고 취재도 해야 되는데요”
“촬영 하면 안돼요, 나가세요.”
뒷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나가라고 윽박지르자 옆에 있던 다른 노인 한분이(패를 차고 있음으로 봐서 관계자 인 듯)막무가내로 내몰아 할 수 없이 입구로 나와 촬영을 시도하였다. 그 동안 제법 밝아 졌고 빗방울도 조금 잦아졌다.
첫 유권자를 인터뷰한다는 계획은 산산이 무산되고 속이 상할 대로 상한 터라 카메라의 초점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후에 안 사실이지만...)밖에는 몇몇 방송의 출구 조사원들과 알바생들이 유권자들을 맞이하고 있어 그것을 촬영하고 있는데 그 책임자와 늙은 관리자가 나와 험하게 제지를 한다.
“밖에서 찍는 것도 안 된다는 겁니까?”
“안돼요? 찍으면 안돼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안으로 따라 들어가
“아니 취재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봅시다.”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니 뉴스에 보면 대통령도 투표하는 장면이 나오고 해당 후보도 한 표 행사하는 것 나오잖아요? 참 답답해서 이걸 어떻게 납득을 시켜야 되나? 분명히 규정이 있을 테니 좀 보자고요.”
그 책임자의 책상에는 선관위 메뉴얼이 놓여 있었다.
“제가 지금 전화 해 볼 테니 좀 기다리세요. 여보세요? 한국사진방송 기자라는데....”
일분이 여삼추고 날은 빠르게 밝아지고 있는데 선과위에선 좀 채로 회신이 오지 않는다. 책임자가 매뉴얼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찾아 보여 준다.
“이건 투표용지를 찍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잖아요, 투표소 분위기와 기표소 휘장에 상단은 가리고 아래 다리들만 쪼로록 나온 사진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것 한번 도 못 보셨어요?”
“기다리라고 하잖아요? 선관위에 전화 해두었어요”
그러는 동안에도 노인들로 구성된 패를 찬 관계자들이 한 마디씩 다 거든다. 여러 사람들이 떼거리로 나서니 이젠 도저히 참기가 어렵다. 마음을 갈아 앉히려고 선거부터 하고 밖으로 나오니 책임자가 따라 나와 밖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아들마저 제지 한다. 아들은 최근에 사진공부를 시작하여 한창 재미를 붙이던 참이라 데리고 나온 것이다.
밖에서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자니 책임자가 나와
“선관위에서 전화 왔는데 촬영해도 된답니다. 선거에 방해하지 말고 촬영하시면 된대요.“
“저는 오늘 너무 침해를 당했습니다. 책임지셔야 될 겁니다. 이름 좀 적어 주시죠.”
“선생님 신분도 모르고,...”
“아까 명함 드렸잖아요,”
“명함 한 장 달랑 가지고....”
“여기 주민이고 주민증 저기 제출하였고 투표도 하러 나온 겁니다. 그리고 기자증 여기 있는데 기자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선거사진대전을 치루는 이상 선거관련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투표소 구석에서 촬영을 하려고 카메라를 겨누는데 독살스럽게 생긴 책상에 앉은 여 관계자가
“나 안 나오게 찍으세요. 나 나오기만 하면 그냥 안 둘 거야.”
“그냥 안두면 죽이기라도 할 건가요? 그곳은 나오지도 않으니 시비 걸지 마세요.”
몇 컷 더 찍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예의 독살스럽게 생긴 여 관계자가
“언제까지 찍을 건가요?”
“금방 끝 낼 건데 왜 그러죠?”
“신경쓰이잖아요?”
“당연히 신경쓰이겠죠, 하지만 이건 역사에 남을 기록이고...."
“전 역사에 남는 것 관심 없고요.”
"아줌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국민의 알권리에 의거하여 일하고 있는 겁니다.”
“아줌마 아줌마 하지 마세요,”
“이런 식이니까 아침부터 트러블이 인 것 아닙니까? 역사도 싫고 국민의 알 권리도 싫으시면 그 자리에 앉아 계시면 인되죠.”
이상이 선거 날 새벽 6시경 성북구 정릉3동 제2투표소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이 기사가 나가면 아침에 기자와 실랑이를 벌였던 분들에겐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겠지만 초상권이란 권리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취재에 대해서 총체적인 참고자료가 될 것 같아 기사를 내기로 마음을 정한다.
2012년4월11일 제19대 총선아침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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