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혜 초대전 ‘동심을 그리다’ 루벤갤러리
루벤갤러리에서는 2023. 9. 6.(목) ~ 9. 12.(일)까지 작가 박경혜를 모시고 ‘동심을 그리다’전을 열고
나이가 들수록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오히려 오늘날 사회에서 어린아이의 마음, 즉 동심을 갖고 사는 것은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치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린 시절의 따스한 추억이 한 조각쯤은 자리 잡고 있다. 말 그대로 유치하다고 할까 봐 두려워서 꺼내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도시화율이 90%에 이르는 우리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견뎌온 기성세대들의 마음속에도 푸른 자연 속을 뛰놀거나 황토흙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아련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흔히 어른들이 동심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우리는 정말 동심을 잃고 살고 있는 것일까?
동심을 잃고 산다는 우리 시대에 항상 잃어버린 듯한 동심만을 작품으로 그려온 작가가 있다. 2010년 개인전 이후 꾸준히 ‘동심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이어오고 있는 작가 박경혜의 작품을 보면 우리가 동심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동심은 가장 본능적이며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자신의 세상을 꿈꾸는 마음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신의 본능과 욕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이 ‘놀이’이다. 동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놀이이고, 그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주인공이며 자신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놀이 속 아이들의 세계는 우리 사회의 규범이 아니라 아이들이 창조해 낸 규범과 질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박경혜 작가의 작품 속 아이들은 원근법이나 물리적 질량과 크기도 다 사라지고 세상은 선과 면, 동그라미 등으로 단순화된다. 바로 이런 무한한 자유와 단순한 세상이 아이들의 세상이며,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동심이다.
작가는 바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놀이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줄넘기>, <그네타기>, <굴렁쇠>, <제기차기>, <널뛰기> 등 전통 놀이 속 세상은 단지 초록의 세상에 아이들과 선, 동그라미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세상을 날아갈 듯 가볍고 즐거우며 화폭을 벗어날 것만 같은 자유가 있다. 그래서 작자는 전시 부제를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잊히는 또는 잃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을 찾아주는 박경혜 작가의 작품을 보며 나도 모르는 미소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작품 <HELLO> 속 세상은 콘크리트에 갇혀버린 우리들의 거주 공간 아파트이다. 거대한 하나의 건축물은 아파트 단지 속에 획일화된 우리들의 모습일 뿐이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들의 아이들일 수도 있고 우리를 더욱 단절시킨 코로나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단절된 공간 속을 그나마 거대한 애완동물 개가 끈을 이어주고 있을 뿐 하늘을 날 것 같던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마 우리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동심을 찾고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일 것이다. 화폭을 가득 채우며 주인공이자 우주였던 아이들의 모습조차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아직도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작가가 잃어버린 세계 속 아이들만을 그리는 것은 동심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내가 탁해졌다 싶을 때 돌아가야’하는 ‘어른을 위한 동심’이라고 했다. 아울러 동심이 ‘단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재 삶의 본성을 회복하고 재창출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미술평론가 이선영은 “박경혜에게 동심으로 대변되는 잃어버린 시간 찾기는 정체성 회복의 일환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박경혜 작가는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을 전공하였으며 한국미술협회, 부산미술협회 등의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였다. 갤러리 인사아트(서울 2018, 2020), 줌갤러리(서울 2022), 예문갤러리(부산 2023) 등 여러 갤러리에서 초대전 및 개인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현대작가협회 국제교류전(2019~2023), 아이전(2021), 낙동예술제(2015~2022) 등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박경혜 초대전 –동심을 그리다-’전의 작가 박경혜는 동심을 통해서 잊혀져 가는 우리의 과거 어린 시절을 통해 현대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개인의 본성과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주말 인사동을 방문하여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에게 작품 <미소>만큼 따스한 웃음과 행복함으로 가득한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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