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금)정의화 국회의장 직무대행이 국회 운영위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오히려 19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안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국회법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 이 자리에 참석하신 언론인 여러분
국회의장 직무대행 정의화 부의장입니다.
요즘 벚꽃 축제와 국회 개방 시즌을 맞아 많은 국민들이 국회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활짝 핀 벚꽃들처럼 국민들에게 신뢰와 사랑받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와 선진국회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국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보자는 뜻에서입니다.
의안처리 개선 및 질서 유지 등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원회에서 마련되었습니다. 18대 국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의원 간의 몸싸움, 해머와 최루탄까지 난무한 의사당 폭력 등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폭력 국회, 몸싸움 국회 방지와 예산안 등의 본회의 자동회부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고 선진 국회로 가기 위한 제도 개선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여야 의원 모두가 이에 공감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우리 정치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심각한 결함이 존재하고 몇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결함과 문제점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19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무기력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혐오해마지 않는 ‘폭력 국회’의 오명도 벗어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개정안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요건이 강화돼 상정자체가 불가능하게 하는 대신, 그 대체 제도로 의안신속처리제를 도입했는데 재적의원 3/5 이상 또는 위원회 소속 위원 3/5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정당 구조상 합법적 선거를 통해 제 1당이 3/5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전례가 없고, 헌법 개정이나 의원 제명 등 특별 안건에 대해서만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고 일반 안건은 ‘과반수’로 하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당은 필요에 따라 강제 당론을 정하는 관행이 있으며 국회의원들의 자율 투표(cross voting)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자칫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상이 고상하여도 우리 정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도입을 과감히 연기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며, 애국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의원의 3/5(60%)가 찬성하지 않으면 신속처리 안건 지정은 불가능하고 아예 법안 처리 자체가 물 건너가게 됩니다. 결국 국민이 제대로 일하라고 만들어준 다수 의석 정당이 아무 일도 못하고 형해화(形骸化)되고 맙니다.
이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대의민주주의 기본원리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이 조항으로 인해 우리 국회는 눈만 말똥말똥할뿐, 아무런 언행도 못하는 ‘Lock-in 신드롬’같은 ‘식물 국회’가 되고, 시급한 민생현안과 국익과 직결된 법안이 상임위에서 한발 짝도 나가지 못해 국정운영에도 대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번 개정안으로는 몸싸움 국회, 최루탄을 터트리는 폭력국회를 막지 못합니다. 의장석 점거나 의원의 회의장 출입 방해에 대해 본회의에서 징계를 의결토록 하고 있으나, 솜방망이 처벌 규정만으로 몸싸움 국회, 폭력 국회를 추방하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행히 18대 국회에서 동료 의원들이 소위 ‘몸싸움 방지법안’(국회 회의방해 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국회 입법질서유지 관련 법안 등)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들 방지 법안의 일부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되어야만 폭력국회 방지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저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식물국회로 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안 신속처리 지정 요건을 3/5 이상에서 ‘과반수’로 바꿔야 합니다. 신속처리 기간도 단축해야 합니다.
또한 질서위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의 국회 윤리위 심사를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윤리위에는 폭력 관련 징계안 12건 포함, 30건이 계류돼 있으나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징계안의 신속 처리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질서위반으로 의장의 퇴장명령을 받은 의원은 당일회의 산회까지 출석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 선진화는 법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 양보와 배려의 정치 문화가 정착되어야 국회 선진화가 가능해 질 수 있으므로 여야가 당론투표를 청산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제19대 국회의원들이 선출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19대 국회운영에 적용되는 만큼 당사자인 19대 의원들이 심사숙고해서 논의,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저는 국회의장 직무대행으로서 정치 선진화가 이루어져 우리 국회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가 되길 바라는 열망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의 이러한 충정을 여야 의원 여러분들이 충분히 이해해주시기를 바라며,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한국사진방송=이성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