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 서산 기행
-오천항, 갈매못 성지, 간월도, 안면도 꽃지
오천항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천수만 연안에 위치한 항구이다.오천은 예전부터 보령 북부권의 삶과 생활의 중심지였다. 보령 북부권의 모든 길들은 오천과 통한다는 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주포,주교,청소 등 오천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만 세 갈래나 된다. 예전의 영화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오천항은 천수만 일대의 주요 어항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오천항은 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까닭에 방파에 등 별도의 피항시설이 필요 없을만큼 자연적 조건이 좋은 곳이다. 따라서 방파제 없이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선착장에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오천항은 항구로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특히 충청수영성(忠淸水營城)이 있던 곳이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다.
오천항은 백제때 부터 중국.일본과 교역을 하던 항구로 통일신라 당시에는 당나라와의 교역창구로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오천성곽을 병풍으로 삼은 포구 일 대는 어종이 풍부하면서 평야와도 연결되는 곳이라 고려시대로 넘어오면서 왜구의 침입이 잦았고 왜구의 침입이 잦아지자 오천항(鰲川港) 일대를 지키는 수군이 주둔하기 시작하였으며 조선중종 15년(1510) 충청수군절도사영(忠淸水軍節度使)의 본거지가 되었다.
오천성(鰲川城)은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위해 돌로 높이 쌓아 올린 석성(石城)으로 조선 중종 14년(1509년)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 이장생(李長生)이 축성, 충청수영(忠淸水營)의 외곽을 두른 1,650m의 장대한 성(城)으로 축조되었다. 충청수영 안에는 수십동의 영사(營舍)가 있었는데 고종 33년(1895년) 폐영과 함께 모두소실되고 현재는 서문에 해당하는 망화문지와 백성을 돌보던 진휼청, 장교들의 숙소 로 사용되던 장교청 등이 남아 있다. 오천성의 대표사진으로 항상 등장하는 서문(망화문)은 화강석을 다듬어 아치형으로 건립하여 발전된 석조예술을 볼 수 있다.
'조선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조선 초기 충청수영과 그 산하에 배속된 군선과 병력이, 군선 142척에 수군 수가 총 8,414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충청도 서해안 지역에 위치하여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漕運船)을 보호하고 왜구침탈을 방지했고, 근대에는 이양선을 감사하는 등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선조 29년(1596), 임진왜란 당시에는 충청수사 최호가 충청수영의 본영과 속진의 수군을 이끌고 남해 한산도에 머물며 수군통제사 원군의 지휘를 받다가 이듬해인 선조 30년 7월 1일 왜군에 패하여 통제사 원군과 함께 전사하였다.
또한 충청수영성은 천수만 입구와 어우러지는 경관이 수려하여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의 발걸음이 잦았던 장소로 성내의 영보정(永保亭)이 유명했다.
서문을 거쳐 성곽 안으로 들어가면 진휼청이라고 부르는 건물이 보인다.
충청수영청 안에는 많은 영사(營舍) 건물이 있었으나 현재는 진휼청(진賑恤廳)을 비롯해서 객사(客舍)와 삼문(三門) 만 남아 있다.
진휼청은 흉년에 충청수영 관내의 빈민구제를 담당하던 곳이었다. 충청수영 폐지 이후 민가로 쓰이다가 1994년 토지 및 건물을 매입하여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며, 대청, 온돌방, 툇마루, 부엌 등이 있다. 이 건물의 명칭은 정확하게 전해지는 것이 없어 충청수영 고지도 등에 나타난 건물배치로 볼 때 진휼청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휼청 뒤로 이어진 상곽길이 아름답다. 절벽에 돌을 쌓은 형태로 만들어진 성곽은 바다를 면하고 있어 산책길로서도 훌륭하다.진휼청 옆에는 가지가 서로 엉켜 자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나무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연륜이 매우 오래된 듯 하다. 고목 아래로 펼쳐진 오천황 전경이 한 폭의 그림같다.
보령방조제 수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다에는 고깃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활처럼 휘여진 소나무 아래 한 척의 배가 할일없이 졸고 있다. 주인은 어디갔을까?
방조제 수문방향 성곽 아래에는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갯벌 가운데에는 S자 모양의 갯골이 몸부림치듯 굽이쳐 흐르고 있다. 성곽길을 돌아가면 큰 길과 접하는 길목에 '소성1리'마을표시비가 세워져 있고 비석 뒤에는 충청수영성의 역사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곳 소성1리의 옛이름은 '회이포(回伊浦)'였다고 한다. 즉, 오천항은 회이포로 자라모양의 쌍오도(雙鰲島)가 갯고랑에 있다 하여 오천으로 지명이 지어졌으며, 백제 때는 중국, 일본과 교역하던 항구였다고 한다. 성벽 아래는 가파른 절벽이다. 다행이 로프가 매어져 있어 로프를 잡고 해변갯벌로 내려가 본다.
오천항은 키조개와 바다낚시로도 유명한 곳이다. 충청수역내의 대부분인 68개의 섬이 오천면 관할에 있으며 이로 인해 인근해역의 각종 어획물이 집중 유통된다. 특히 젓갈류, 조개류, 생선류 등이 풍부하고 일본에 주로 수출되는 키조개는 전국 생산·유통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오천항에 기항하는 조개잡이 배들은 모두 30여 척. 이 배들이 한꺼번에 조개를 풀어놓으면 오천항에는 파시가 열린다. 오천항에서 다루는 키조개 물량이 1년에 70억원 어치나 된다고 한다.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키조개를 열어 하얀 박속 같은 속살을 발라내는 아낙들은 까는대로 일당을 받으므로 손놀림은 거의 달인이라고 할정도로 재빠르다. 매년 4월 중순에는 이곳 오천항에서 키조개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오천항에 들어오는 어종 중에는 이곳 사람들이 ‘강게미’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홍어와 가자미 비슷하게 생긴 강게미는 주로 야채와 함께 양념을 넣고 빨갛게 무침을 해서 먹는데 이곳 주민들이 즐기는 음식 중 하나이다. 오천항 주변 횟집에 들르면 꼭 한번 맛보기를 권한다.
오천항과 충청수영성을 둘러본 후 이곳에서 멀지않은 거리에 있는 '갈매못 성지'를 찾았다.오천항 서문 밖 갈마진두(渴馬津頭)에 위치한 '갈매못 성지'는 원래 충청수영의 군율을 집행하는 곳이었는데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부 다섯 명이 순교한 곳이어서 그후 순교성지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곳은 1866년 3월 30일 금요일에 성 다블뤼 주교(48세), 성 오메트로 신부(29세), 성 위앵 신부(30세), 성 황석두 회장(53세), 성 장주기 회장(63세)이 순교한 곳이다. 갈매못 성지 안 정원에는 순교성인비와 순교복자비가 세워져 있고, 예수상과 순교터가 표시되어 있다.순교터에는 이곳이 순교터임을 설명하는 바위와 안내판이 놓여져 있다.
안내판에는 '200여명의 군인들이 둘러서 있는 가운데 지역주민들과 신자들이 순교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성인들은 망나니의 칼날 아래에 한분 한분 목이 잘렷고 순교자들의 솟아오르는 피는 이 바닷가 모래사장을 짙붉게 물들여놓았다. 다섯분의 머리가 기둥 위에 걸렸을 때 은빛 무지개 다섯개가 하늘을 뚫고 내려와 주위를 놀라게 하였다. 성인들이 순교한지 59년 후인 1925년에 금사리본당의 정규량 신부는 목격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순교터와 장깃대(將基臺) 섰던 자리, 임시 매장지를 확인하고 부지를 매입하였다'고 새겨져 있다.
정원 뒷편에는 순교자 다섯분의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담벽이 보이고 우측으로 기념관도 세워져 있다.
또 성당 오르는 언덕 담 위에는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상징하는 다양한 모양의 조각작품이 상설되어 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언덕을 오르는 조각상도 보이고, 십자가에 못 박혀 구멍이 뚤린 손바닥 모양의 조각작품도 세워져 있다.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성당은 석탑 형식으로 지어져 있어 특히 웅장해 보인다. 성당 입구 정문에는 십자가가 문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성스러움을 더한다.
갈매못 순교성지를 돌아본 후 서산시에 위치한 간월도로 향했다. 간월도는 육지에서 불과 몇십미터 거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썰물 때는 바다가 열려 걸어서 건너갈 수 있고, 밀물 때는 뗏목이나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섬 위에는 간월암이라고 부르는 절이 위치해 있다.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마침 간조여서 바닷길을 걸어서 건너갈 수 있었다. 간월도에는 다른 건물이나 주택은 일체없고 섬 전체가 '간월암'이라는 절이 차지하고 있다.
절 경내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먼저 건물 벽틈에서 우뚝 서 있는 팽나무를 볼 수 있다. 이곳 스님에게 물으니 300년된 팽나무라 한다. 팽나무가 건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게 아니라 팽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다.
마당 중앙에는 본당인 간월암이 위치해 있다.
간월암은 과거 피안도(被岸島), 피안사(被岸寺)로 불리며 밀물 시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또는 배와 비슷하다 하여 연화대(蓮花臺) 또는 낙가산(落伽山) 원통대(圓通臺)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이름을 간월암(看月庵)이라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하였다고 한다. 이후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간월암이 폐사되었던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공선사는 이곳에서 조국해방을 위한 천일기도를 드리고 바로 그 후에 광복을 맞이하였다고 전한다.
간월암은 밀물과 썰물 때 섬과 육지로 변화되는 보기 드문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진 낙조와 함께 바다 위로 달이 떠올랐을 때의 경관이 빼어나다.
간월암에는 본당 이외에도 산신각, 소원지 등이 있다. 소원지는 소원을 적어넣고 종을 세번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이다.
간월암에서 한참 머무르다 보니 어느새 필자가 건너왔던 모랫길이 바다로 변해 있다. 밀물로 바닷길이 잠길 때는 섬과 육지간 로프로 연결된 뗏목 모양의 임시배로 왕래할 수 있다. 별도의 뱃사공이 없이 방문객 자신이 로프를 당기면 도르래가 돌아 배가 이동하는 형식이다.
다시 홀로 된 섬, 말 그대로 바위 위에 떠 있는 한송이 연꽃 같다. 홀로 되어 더욱 아름다운 섬 간월도, 그 섬처럼 조그만 쪽배 하나 홀로 흔들거리고 있다.
필자의 마지막 여정은 안면도에 위치한 꽃지해안. 꽃지의 대표적 명물은 역시 '할미할아비바위'이다. 이 바위섬 역시 썰물 때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당초계획은 꽃지해안에서 바위섬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낙조사진을 찍을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흐려 낙조사진은 포기했다. 그냥 풍경사진만 담은 채 하루여행을 마무리했다.(글,사진/임윤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