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위원 초대전 ‘신라 중악 되살아나다’ 팔공산 국립공원, 군위군편입기념
강위원 특별사진전
전시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관
전시작품 120×180에서부터 50×70까지 67점
전시일정 : 2024. 2. 13 – 18. 초대일시 : 2. 13 PM 5:00
후원 :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팔공산에 대한 나의 사진 작업은 1988년 대구문화방송의 팔공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한 사진집 『팔공산』 의 사진을 담당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의 작업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파계사 원통전 유리통 속에 봉안된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 제992호)을 섭외하여 유리를 벗겨 내고 촬영한 것과 갓바위 부처(보물 제431호)를 탑돌이하는 모습인데 다시는 볼 수 없는 역사적인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시 본격적으로 팔공산 사진 작업에 매달린 것은 2014년 팔공산문화포럼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팔공산문화포럼의 홍종흠고문님과 조명래 회장이 함께 팔공산의 역사자료와 고문헌들을 섭렵하고 문헌 정보를 활용한 사진 작업을 하면서 나의 사진은 인문학적이고 역사적인 내용을 바탕에 둔 깊이를 더해갔다. 그 작업은 2016년 7월 16일부터 2017년 4월 11일까지 40회에 걸쳐 대구일보의 특집으로 발표되었다. 그 후 이 원고는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라는 책으로 2017년 민속원을 통해 출간되었다. 이 작업은 인문학자와 사진가의 협동연구로 이룬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힐 업적으로 생각된다.
나는 사진 작업에서 언제나 빛과 피사체가 일체 되는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가장 이상적인 광선상태에서 피사체를 바라보고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작품에 몰입하는 혼신의 정신과 열정적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16년 대구일보에 연재할 당시 매주 신문의 양면을 채우는 10장 전후의 사진을 선정하면서 주제에 따른 팔공산의 모습들을 최상의 사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반복 촬영을 거듭했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이른 아침과 새벽에 촬영되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흐리고 안개 낀 날이나 하지 무렵의 오후 시간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홍주암과 신라의 미소라고 볼 수 있는 갓바위 부처는 안개가 낀 날을 선택하였으며, 소년대에서 바라보는 팔공산의 모습은 눈발이 흩날리는 흐린 날을 선택하였고 봉황문 앞의 마애여래불 좌상은 하지인 날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촬영하였다.
팔공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이며 문화와 역사의 발원지이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희귀한 생태자원의 보고이며 한민족의 첫 통일국가인 통일신라를 상징하는 산으로서 김유신장군의 삼한일통의 검을 받는 신화가 탄생한 곳이다. 삼국통일 이후에는 국토의 영역을 상징하는 오악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중악(中岳) 혹은 아버지의 산이라는 의미로 부악(父岳)으로 불리어졌다. 고려시대에는 국난극복을 위해 조성된 초조대장경이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되었으나 몽골군의 방화로 소실되었고 다시 조성한 팔만대장경의 낙성회가 팔공산 은해사에서 개최되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사명대사가 이끄는 승병 총본부가 팔공산 동화사에 있었으며, 조선병력에 의한 국토수복전투에 첫 승리를 거둔 영천성대첩도 이 팔공산을 거점으로 한 의병활동의 성과였다.
한국불교사의 가장 큰 봉우리를 이룬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행 득도를 했고, 아직도 원효의 수행길이 팔공산의 골짝들과 바위굴에 전설로 남아 있다. 삼국유사를 이곳에서 완성했던 일연스님의 업적은 중국에도 남아 있지 않은 왕희지 글씨의 비문으로 전하고 있다. 고려조의 지눌스님은 이곳에서 정혜결사를 통해 한국불교를 중흥시켰고 현 조계종단의 원류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팔공산에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하나의 산에 두 개의 조계종 교구본사가 소재하고 있어 팔공산의 종교적 위상을 말해준다. 이밖에도 한국 최초의 석굴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참배객이 많다는 갓바위 부처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곳의 한티마을은 조선조 말 천주교 박해 당시 숱한 순교자가 나왔고 세계에서 보기 드문 천주교의 성지가 되었다. 이렇게 팔공산은 불교와 천주교의 성지일 뿐 아니라 신라와 조선의 왕들이 원찰을 지었는데 왕의 태실이 2개소나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팔공산 기슭에 천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한밤마을은 옛날의 돌담이 보존되어 있으며, 조선조의 문풍이 묻어나고 있는 옻골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의 다른 산들이 넘보지 못할 역사와 문화, 경승을 지닌 팔공산이지만 우리 시대에 들어와서는 신라의 오악 중에서도 가장 늦게 2023년 5월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에 선정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나의 사진작업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생각한다.
2023년 5월에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7월에는 팔공산의 많은 지역을 차지하는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되는 경사도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2023년 12월 민속원에서 발행한 사진집 『팔공산』이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고 전국 공공도서관과 벽지 오지 등 작은 도서관과 문화 소외지역 도서관까지 무상 배포되는 경사도 있었다.
신라오악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위상을 가진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은 팔공산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큰 기쁨이다. 그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펼치는 「신라의 중악 되살아나다-팔공산 국립공원, 군위편입기념 특별사진전」 도 팔공산을 향한 나의 사진 작업에 더욱더 깊이를 더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24. 2 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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