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어 가는 그 시간은 뇌 속에서 정리 되지 않은
기억들의 먼지를 털어 내서 청소를 하는 일이다.
봄날의 따스한 태양은 안개 속에서 한 숨 돌리고
아직 걷히지 않은 거미줄에 이슬은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의 마음을 애타게 한다.
안개가 자욱하게 번지 봄날의 단상에서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가
나를 괴롭게 하더라도 크게 숨쉬며 걸어 본 양수리 길이다.
이번엔 운길산근처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하여
국수역까지 걸었다. 약 9킬로미터를 걸었다.
이번엔 사진은 조금만 찍고 그냥 걷자고 약속 하였지만
스쳐가는 풍광은 바람이 되어 내 팔을 걸고 넘어진다.
하는 수 없이 시간 잡아 두고 또 풍광을 담는다.
봄 날의 태양은 하늘 끝에서 뜨겁게 달구지만
대기 중에 번진 안개로 인하여 거미줄에 이슬이 맺혔다.
강자란 자기 자신을 이기내는 자가 강한 사람이다.
부자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만족하는 것이다.
현자란 자신이 가진 것에서 더 나아가 늘 배우고 익히는 자다.
지금은 저기 안개너머에서 웃으며 바라 볼
고 김수환추기경님이 발그레 웃으시며 말하고 있다.
국수역까지 걷는 도중 도보길이 끊어 졌다.
자전거만 통행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하였지만
그냥 걸으면서 우린 중얼거린다.
"그냥 가는거야" 설마 위반이라고 하진 않겠지"
술한 잔 비워질때마다 안주 한 잎
그리고 채워지는 벗꽃 한 잎
벗꽃이 소복이 쌓일 봄 날 접시에 나비가 앉는다.
터널을 지나자 환상의 길이 펼쳐진다. 강위로 달리는 도로이다.
저 길을 달리면서 그 옆으로 이렇게 운치 있는
도보길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기억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사람이 부자다.
아픈 생채기가 덕지덕지 보기싫다하나.
그 기억이 지금 나를 살찌게 한다.
봄에 만 먹을 수 있는 봄 나물이 바지런한 아낙네의 손길에서 향긋한 봄 냄새를 풍긴다.
아직 땅 위에는 밭이 고랑을 두고 있는데 아직 땅 속에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가?
다음 주가 되면 저 밭 위로 초록의 싱그러운 잎이 올라 오겠지.
한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즐거워한다.
국수역에까지 가는 길에 교복을 입은 청소년을 만났으며
자전거로 즐기는 청춘을 만났다.
아마도 훗 날 이 길 위에 아름다운 추억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 않는 이 시간을 난 또 호사로 누리며 다녀 왔다.
"다음 번에 용문까지 갈까? 아니야 그런 규칙 세우지 말고 편하게 걷자"
일상에서 너무 규제를 받는 것일까? 그저 아무런 규칙을 정하지 않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걷기로 하고 또 저녁 공부에 부지런히 학교로 향한다.
아마도 내년 癸巳年이 되면 무작정 걷기를 시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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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은기자 hidamul@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