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 사진전 Kim Hye Sik Exhibition'이 '2023년 공주 이 시대의 사진작가전'에 선정되어 '수장고 독전(Art Storage of Onggi Exhibition) 甕·獨·讀(독독독) - 흰 바람벽'으로부터'라는 주제로 2024년 3월 28일 오후2시에 공주에 위치한 '아트센터고마'에서 공주를 빛낸 작가를 축하하러 많은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 개최되었다.
공주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김지광)은 모시는 글에서 올해 2024년에 김혜식 작가를 초대하여 <2023 공주 이 시대의 사진작가전>을 마련하였으며, ‘甕獨讀(독독독)-흰 바람벽으로부터'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수 십만 개의 유물이 안치된 수장고의 찬란한 토기를 재조명하는 작품들로 전시된다고 했다.
‘이 시대의 사진 작가전’은 추천 및 심의를 통해 공주지역 미술계 발전에 이바지한 사진작가의 회고전을 개최함으로써 공주 미술계의 위상을 높이고, 후학 양성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김혜식 사진전 Kim Hye Sik Exhibition'은 4월7일까지 이어진다.
<작가노트>
수장고 독전 甕·獨·讀 -흰 바람벽'으로부터 -
작업하는 내내 백석시인의 '흰 바람벽'을 생각했다. 많은 시가 시인의 독백처럼 수장고의 유리벽을 지나갔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을 좋아하도록 태어났다.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지금까지 발표한 나의 시가 대부분 사진에서 왔다면 이번 사진작업은 시의 영감이 메타포가 되었다. 수장고에서 토기를 마주할 때마다 시를 들려주는 듯하였다. 그리하여 시를 사진으로 형상화 하려고 하였다.
온전한 것보다 부서진 토기들의 울림이 컸다. 작업하는 동안 오래된 그 시대의 시간과 현재의 공간을 시적 소통으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유물사진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오래 갈등하게도 하였다. 따라서 사진으로 시에 충분히 다가가지 못하는 한계도 느꼈다. 시와 사진의 경계를 서성인 적이 많았다.
유물로 남은 토기들을 가치에 무게를 두거나 발굴 지역이나 연대별, 혹은 용도 별 구분에 연연하기보다 오로지 물성에 접근하면서 작업방향을 찾아 나갔다. 다행히 본질적인 기능을 상실했지만 유물로 분류된 토기들은 발굴지역과 쓰이 던 시기에 따라 박물관의 역사 연구자들에 의해 기록으로 훌륭하게 이미 정리 되어 있다. 따라서 나의 사진작업은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었다. 토기들을 통해 읽어야 하는 역사의 정면에 대해선 연구자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하였다.
나의 작업은 독甕에서 시작하여 점차 동음이의어인 독獨, 독讀의 방향으로 작업을 진전시켰다. 독甕은 할머니가 '도가지'라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작은 단지가 시작이다. 지금은 본래의 기능을 잊은 채 나란히 앉아서 모든 토기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건다. 독은 정면이 없다고 말한다.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 바라 보아도 다른 표정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날은 받침대에 받 치고 앉은 불안한 자세에서 구도자의 형상을 읽거나 간신히 이어 붙여져 가까 스로 앉은 자세에서는 묵언수행이라도 하듯 신성함을 느끼게 하였다.
또 어떤 날은 토기들은 너무 심심했는지 하루 종일 빛을 품었다가 풀어놓기고 했다. 그런 날은 사진은 이래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을 거부하였다. 그런 날은 온통 유리벽에 갇힌 한 줄기 빛의 개입을 과장시키거나 혹은 우주로 부양하는 듯한, 유리 선반에 놓아진 초현실적인 자세에서 비구상을 보았다.
또한 들려주는 이야 기를 텍스트 대신 과장된 색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니까 이번 작업은 만날 때 마다 다르게 보이거나 말을 거는 토기를 사진으로 옮긴 결과물이다.
더불어 수장고로 발길이 잦아질수록 발굴과 보존에 애쓰는 연구자들의 손길을 더욱 귀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토기의 손실된 부분을 땜질과 메움으로 간신히 제 모습을 찾아내 주는 연구자의 모습에서 때때로 그들이 먼저 시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이 시인이었다. 그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김혜식은 충남 공주에 살면서 공주를 주제로 사진을 찍어 전시하거나 글을 쓰면서 틈이 나면 여행을 하며 산다. 열세 번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통해 공산성, 금강, 제민천, 시장풍경과 골목이야기를 전시하였으며 <공주옛날이야기 옛 진전 2010>, <사진으로 본 백제 문화제 50년사 2014), <문화제 야경 사진전 2017〉 등을 기획하였다. 사진집으로는 『공산성』 (2008, 눈빛출판사), 『공주, 옛날 이야 기(2011), 금강은 언제나 아침이다』 (2011) 사진집을 발행하였으며, 포토 에 세이로 '쿠, 바로 간다』 (2012), 『무함마드씨, 안녕』 (2015), 『골목의 기억』(2017), 「코카서스 편지』(2019, 푸른길출판사) 등이 있다. 현재는 미락시 축제 연구소를 운영하며, 한국여성 사진가협회(KOWPA)에서 활동하고 있다.
* 김혜식 작가 자료 제공
* 사진 협찬-Kowpa 한기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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