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렬사진전 ‘겨울밤의 일장춘몽(一場春夢)
－ 전시기간: 2012년5월23일(수) ~29일(화)
－ 오 픈 식: 2012년5월23일， 오후6시
－ 전시장소: 토포 하우스. 02)743-7555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작가와의 만남 : 매일 오후 4시
*２차전시
갤러리 瓦WA 2012.7.17. - 9.2 / 031 771-5454 / www.gallertwa.co.kr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４６８－１０
채종렬사진전 ‘겨울밤의 一場春夢’
추운 겨울밤 새벽에만 소리없이 찾아와 화려한 유리꽃（霜花）을 피우고 아침 햇살의 온기를 머금고 허무하게 사라지는 성에의 삶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승화하여 아름다운 모양의 결정이 형성되는 성에（window frost）의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１０여년간 담아온 채종렬의 사진전‘겨울밤의 一場春夢’이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５월２３일부터 ２９일까지 열린다．포근한 이불의 유혹에 빠져있을 추운 겨울의 새벽 즈음이면 그는 어김없이 어둠을 뚫고 경기도 일대 화훼농원의 비닐하우스를 캔버스 삼아 자연이 보내주는 소중한 찰나의 흔적을 애정어린 기다림으로 소중히 채집하였다．가장 화려함으로 빛나는 찰나의 소중함을 담담한 흑백톤으로 담은 그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그려내는 형이상학적인 다양한 형태와 패턴들에 신비로움이 느껴진다．우연한 기회에 충격적으로 다가온 신비의 영역에 매료되어 신성함으로 작업을 했다는 채종렬작가는 “자연의 법칙을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과학의 기술이나 수학적 표현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나 자신의 의도된 시각의 발상으로 humanism과 realism의 경계도 비언어적 시각으로 허물고 재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치 있는 사진으로의 표현 도구를 이용하고 가공하는 것에 행복과 희열을 느낀다” 며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작품집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도서출판 하얀나무)의 출판기념회도 겸하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서 머물지 않고 사라지는 순간의 의미를 유리꽃을 통해 되새김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문의 ０２ ７３４-７５５５
작가노트
일장춘몽，찰나의 기억을 담다
유리꽃. 그는 밤사이 몰래 찾아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며 추상을 만들어 낸다. 아무런 도구도 없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형이상학의 아름다운 환상의 결정이란...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충격으로 다가온 신비의 영역에 매료되었다. 피었다가 사라지는 운명과도 같은 것에 우리들의 삶과 나의 삶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부재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내재된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엮어가는 설렘과 행복감은 언제나 그곳에 나를 있게 한다.
순간의 일상 속에서도 나는 말없이 찾아와 사라지는 세계와 이어진 나의 생활의 모두를 접목한 삶을 표현하고자 그렇게 새벽을 열어간다. 사진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면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일조차 지나치지 않고 사진적 시각으로 삶에 의미부여를 하며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살아간다는 것일 게다. 머물지 않고 사라지는 순간들까지, 시간들과 소통을 통하여 자아를 발견하고, 행복을 체감하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방관자의 눈으로 보는 것과 치열한 주체로 그 장면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은 달랐다. 비로소 살며시 왔다가 사라지는 진리를 터득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의 아름다움과 찰나의 신비를 주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화 하며 나의 사상을 표현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통하여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형용하기 어려운 기하학적인 것들과 다양한 비유를 통하여 토해내는 언어를 만들어 가고 싶다. 사진은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성에 따라 언어가 달라지는 어려운 언어이다. 이를 위해 더욱 고뇌하는 진정성 있는 사진 인이 되고자 한다. 나 자신이 세상을 오래 살아왔다고, 사진적 경험이 많다고 자만하기보다는 사람과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자신을 잘 표현하는 도구이자 언어라고 믿으며 어느 시기에 결정을 이루었다가 사라지는 것에서 인간의 삶을 비유하며 아름다운 미에 안주하지 않고 순간으로 결정된 물질과 소통을 통하여 깊이 교감하고 싶다.
나의 사진은 다양한 개체들의 표현과 집합을 이룬 특성도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인 것에서 기인하여 抽象적인 오브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름다움의 표현은 과학적인 방법이나 수학적인 표현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을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과학의 기술이나 수학적 표현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 나 자신의 의도된 시각의 발상으로 humanism과 realism의 경계도 비언어적 시각으로 허물고 재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치 있는 사진으로의 표현 도구를 이용하고 가공하는 것에 행복과 희열을 느낀다.
한밤에 몰래 찾아와 꽃을 피우거나 세상을 희롱하다가 따스한 아침햇살의 온기를 먹고 사라지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햇살에 녹아 흔적 없이 사라지는 눈부심이지만 물이 되는 순간 또 다른 삶으로 환생하는 그들을 본다. 갇혀버린 공간속에서 한겨울 모진 추위를 이겨내며 고요와 적막이 있는 겨울밤 강한 열정의 혼으로 꽃 피워 아침햇살과 함께 사라지는 짧디 짧은 생이기에 난 그들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렬하다. 혼돈된 현실에서 견딜 수 없는 일상도 있다. 그러나 한겨울 눈부신 찰나의(성에) 희망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삶과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찰나를 통하여 나의 속내를 표현하고 억눌리고 시린 한켠의 무게를 지우고 싶기도 하다.
이제 내가 가진 寫眞적 사상의 가치를 정의하여 본다. 나 자신의 생각을 일깨우고 내재된 심상을 표현하며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실험과 도전을 통하여 일상의 사물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야 말로 경험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학문과 철학이 아닐까. 또한 당연함을 느껴온 사실적인 것에서 사진을 통하여 생소하고 다양한 시각의 언어로 하여금 감정과 감성을 이입하고 메마른 정서를 정화하는 것 또한 나를 포함한 사진 인들의 몫으로 돌려보자. 이제 감히 용기를 내어 찰나의 표현을 발표하고자 한다. 그동안 나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의미를 부여하며 동기가 되어준 것들에 감사하며 내 인생에 있어 사진을 통하여 나 자신을 사랑하였으며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자신한다. 나의 사진 인생에 말없이 지지하고 힘이 되어준 가족에게는 늘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나는 약속한다.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은 보다 더 순수함으로 세상을 보면서 음악이 흐르고 마음속에 아름다운 시각의 언어가 흐르는 사진 인이 될 것이라고…….
사진가 채 종 렬
평론
전이된 삶의 침전과 흔적
이미지(image)라는 말은 원래 사전적 의미로 거울이나 수면에 반사된 재생을 말한다. 여기서 재생은 없었던 것을 창조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한 혹은 생성된 것을 이차원적인 표면에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자의 입장에서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이미지가 있다. 우선 최초 생성된 원본이 실제 보이는 실체일 경우 표면에 드러나는 이미지는 기호학적 유형에서 닮음의 도상-이미지가 된다. 또한 생성된 원본이 실제 보이는 실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언제나 정신적으로 해석을 요구하는 경우 이미지는 상징-이미지가 되며 수사학적으로 은유가 된다.
그런데 생성된 원본이 오로지 조짐으로 드러날 뿐 실제 보이지도 해석도 되지 않는 어떤 형이상학일 경우 반사된 이미지는 기호학적 유형에서 지표-이미지가 되며 수사학적으로 환유가 된다. 특히 환유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지극히 개인적 이미지로 흔히 무의식적 심리기능에서 이러한 환유를 전이(轉移)이라고 한다. 특히 꿈에서 촛불의 불꽃이 한편으로는 꽃봉오리로도 보이고, 예쁜 젖가슴으로도 보이고, 심지어 산봉우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경우인데 여기서 꽃봉오리, 젖가슴, 산봉우리는 공통적으로 연상자 자신의 억압된 욕구에 관계한다. 이처럼 전이는 정서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대상을 대체 요소로 옮겨놓는 행위가 된다.
전이는 또한 어떤 공격성 혹은 지향성을 보조적 사물로 대체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닭싸움 과정에서 한 닭을 다른 닭으로부터 멀리 떼어 놓으면, 이 닭은 자기 범위 안에 있는 대상에 마구 화내며 쪼기 시작한다. 사람의 경우로 말하면 싸움을 말리면 말린 사람에게 행패를 부리는 경우이다.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를 어머니의 젖가슴에서 떼어내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빤다. 이와 같이 이전은 무의식에서 어떤 긴장을 완화하는 대체 역할을 하고, 이때 선택된 대상을 전이물(轉移物) 혹은 전이 오브제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예술 작품으로 드러나는 시각적인 것 역시 실행자의 무의식과 결코 분리하여 설명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이물을 지칭하는데 특히 사진예술에서 이러한 전이 현상은 보다 분명히 나타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진 이미지는 자신의 경험담을 쓰듯이 작가 자신의 체험이 투영된 자기 반영 혹은 그러한 존재를 대체하는 대용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상의 절대적 복사만 허락하는 사진은 근본적으로 작가가 실행하는 예술적 행위에 있어 가장 원인적인 것을 암시하는 지표적인 특징(index)을 가지기 때문이다.
여기 유리창 서리 자국들을 보여주는 작가 채종렬의 특별한 사진 작업은 바로 이러한 예술적 전이를 암시한다. 우선 첫 눈에 작가가 보여주는 화려한 이미지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예컨대 현미경으로 보는 세포의 미시세계, 우주의 신비를 간직한 빅뱅의 환상, 접사 사진에 우연히 나타난 미로, 영롱한 이슬이 만드는 환상, 확대된 곰팡이의 화려한 장면을 생각하게 하면서 일종의 파노라마 효과나 환상적 패튼으로 나타난다.
그것들은 또한 무심코 지나친 밋밋한 일상에서 전혀 예견치 못했던 또 다른 환상의 발견이다. 사실상 해지는 노을에 비친 거실 유리창, 새벽 여명에 산란하는 빛의 분무, 땅거미 지는 거리에 하나 둘 켜지는 오렌지 가로등뿐만 아니라 목욕탕 안 수증기로 거울 표면을 가득 채운 물방울, 밥을 퍼기 위해 가마솥이나 전기밥통 뚜껑을 여는 순간 나타나는 밥알들의 환상적인 패튼과 같이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오브제나 하찮은 현상들은 갑자기 우리로 하여금 하던 일을 멈추게 하면서 또 다른 기억과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
한 겨울 유리창 서리가 작가를 유혹한 것 역시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일상의 환상이었다. 그러나 장면으로 포착된 환상의 패튼은 단순히 시각적인 환상의 전리품으로만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적어도 작가에게 정신적으로 잉태된 환상의 결정적 찰나(刹那)였다. 다시 말해 그것은 이미지의 외관이 지시하는 단순한 조형적 패튼과 상투적인 수법이 아니라, 그 외관 이면에서 환상으로 위장된 메시지 즉 자신의 삶이 투영되어 포착된 일종의 자기 반향인 셈이다.
그 점에 관해 작가는 “사진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면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일조차 지나치지 않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는 것이다. 그것은 머물지 않고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간과 소통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행복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진 이미지로 나타난 작가의 환상적 패튼은 자신이 체험한 삶의 진실을 은밀히 들추어내는 지표(index)로서, 작가 자신의 발생적인 침전물을 대체하는 무의식적인 전이물이 된다. 작품이 궁극적으로 함축하는 것,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어떤 과거의 애착과 아쉬움으로부터 잉태되고 전이된 순수 그 자체의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사진은 또한 자신이 푸념하는 삶의 여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장면들은 소통의 영역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결정적 시간의 단절도 아니며, 현실의 축적을 위한 시각적인 기록도 아니다. 장면들은 이상하게도 허공을 가로지르는 메아리처럼 보는 이의 기억 속에서 슬며시 자신의 경우로 환원되고 그 어떤 구체적인 상황도 장소도 지시하지 않는 “아무 장면들”이 된다. 그것은 무형의 상상을 자극하는 감정의 물결로 음유시인이 던지는 주술과 같이 응시자 각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일종의 자극-신호(signes-stimulis)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유리창 서리로 전이된 환상의 진술은 응시자 각자가 경험한 기억의 열린 공간을 준다. 그것은 찍혀진 “그것”의 구체적 상황이 즉각적으로 “나”의 경우로 환원되면서 장면의 진술은 기억의 회상으로 그리고 구체적인 직조는 상상의 재구성으로 이동하는 형이상학적인 전이(轉移)를 말한다. 창가에 맺힌 서리의 환상적 향연은 응시자에게 모든 의미의 직조를 중단시키면서 갑자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장소, 그리고 그 장소로부터 연이어 드러나는 낯익은 얼굴, 또한 그 얼굴에 알 수 없는 어떤 욕구가 중첩되어 나타나게 한다. 그것은 결국 작가의 순수 체험에서 형성된 자신의 독백임과 동시에 침묵과 부동의 출현 속에 누설되는 우리 모두의 공통된 삶의 잔여물이다. 이럴 경우 이미지는 반사하는 감정의 여운을 따라 드러나는 신호의 순수 서정시가 된다.
이경률(사진이론가)
작가소개
채종렬(Chae Jong Yeor)
.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1485 진로아파트 101-502
. 전화 : 010-8740-4779. 031-813-4559.
<약력>
. 1975.1 ~ 1999.3 서울시 사무관 퇴임
. 서울시립대 시민대학 사진예술과정 이수
. kapa photo academy 포튜레이트 과정 수료
. 개인전 1회. 단체전 35회
. 아세아 -서울 국제미술 박람회 7개국 초대전 참가(2006)
. 한국사진가 10인전-중국길림성 사진가협회 초대전(2007)
. 제4회 타쉬캔트 국제 비엔날레 특별전 (2007)
. 코레아 국제 미술제 참가(2007)
. 사진과 회화의 만남 그룹전(2007)
. 신미술대전 전시 참가 2회(2007)
[현]
. 고양시민사진교실 강사
. 한국디지털아트문화협회 부회장
|
